어머니는 위대하다

자비의 손길

2006-11-12     관리자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라고 했던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염려하는 마음과 헌신적인 사랑은 마치 중생에 대한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심과 같아,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도 참지 못할 고통을 인내하며 능히 해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에게 우리는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해드렸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김순임(77세) 할머니를 찾았다. 활처럼 휜 등과 깊게 패인 주름, 앙상한 뼈마디가 애처로운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경남 합천으로 시집 가서 딸만 내리 넷을 낳아, 아들 못 낳은 죄로 모진 시집살이를 당했다. 고된 농삿일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절에 가서 부처님께 지성으로 기도하여 귀하디 귀한 아들을 얻었다. 그 동안의 설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듯했다. 손끝 하나라도 다칠세라 애지중지 키워 대학까지 보냈다. 아들(43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제 다 키웠다 싶어 한 시름 놓고 있는데 우째 그런 일이 생기는지…. 똑똑하고 건강했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정신이 나가버렸어요.”

멍하니 넋을 놓고 앉아있는 아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아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어 서울의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합천의 집과 논밭을 처분하여 서울로 이사왔다.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나 아들의 병세는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남편마저 화병을 안고 살더니 중풍으로 쓰러져 몸져누웠고, 시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다.

“눈앞이 깜깜합디다. 내가 전생에 죄업이 많긴 많았나 봅니다. 시어머니는 9년 만에, 남편은 12년 만에 저 세상으로 보냈습니다.”

자식들의 봉양을 받으며 편안한 여생을 보낼 나이에, 자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3명의 가족을 보살펴야 했으니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먼저 가신 시어머니와 남편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아들의 정신을 되찾게 하고 싶지만, 이제 자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진다.

할머니는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폐지를 주우러 다니신다. 주로 아들이 밤에 잠든 사이에 폐지를 줍는데, 리어카를 다 채우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면 꼬박 밤을 새는 경우도 있다. 새벽 나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부칠 땐 리어커를 세우고 그 옆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이 고작 하루에 6천원가량 된다.

“아들의 정신을 되찾게 하려면 잘 먹여야 돼요. 그 돈으로 우유도 사먹이고, 고기도 사먹입니다. 가끔 돈 달라고 떼쓰기도 하는데, 얼마 전엔 3,000원만 달라길래 줬더니 어버이날이라고 작은 화분을 사왔더라구요. 그럴 때는 제 정신이 돌아온 것 같은데, 제 맘에 안 들면 저를 때리려고 달려들기도 하고 집안 물건을 내다버리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아들 때문에 딸들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전혀 해코지를 안 하는데 유독 누나들이 찾아오면 욕설을 퍼붓고 머리채를 잡아채며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들이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지만 내게는 가장 소중한 자식입니다.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미운 생각은 안 들고 가엾은 마음만 더하네요.”

아침 식사를 하고 독한 약에 취해 곤히 잠들어 있는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할머니의 눈가엔 어느새 촉촉이 눈물이 고여 있다.




김순임 할머니는 현재 딸들이 마련해준 작은 전셋집에서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15년 전 갑작스레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인 아들은 지금까지 수십 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먹이고, 병원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할머니는 매일 저녁 리어카를 끌고 나가 폐지를 수거합니다. 그러나 삐걱대는 관절과 펴지지 않는 허리는 갈수록 말을 듣지 않아 리어카를 세워두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합니다. 할머니와 헤어져 돌아오는데, 다급하게 불러세우더니 허리춤에서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손에 쥐어줍니다. 절에 가면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아들을 위해 대신 기도를 올려달라는 것입니다. 돈은 돌려드리고 꼭 기도를 해드리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왔습니다. 불자 여러분의 작은 정성과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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