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말

보현행자의 목소리

2007-10-06     관리자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어렵고 힘들어하는 이웃을 보면 외면해 버리는 내 마음의 냉랭함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주 인사차 계룡산 갑사에 들렀다.
계룡산의 사계는 언제 어느 때 보아도 아름답다. 나뭇가지에 맺힌 푸른 신록이 꽃보다 더 어여쁘다.
“스님! 안녕하셨습니까?”
경내를 산책하시던 노스님이 미소로 답하신다.
종무소에 앉아 출타 중인 주지스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노스님께서 따라 들어오셨다. 종무소 직원의 소개로 삼배를 드리게 됐다.
“나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야!”
“….”
언하에 말문이 막혔다.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수행하신 스님께서 할 말이 없으시면, 저 같은 중생이야 입이 필요 없지요. 스님, 제 목이(호흡)이 30초 동안 떨어(멈추었)졌습니다.”
내가 못났음을 시인하자,
‘할 말이 없다’ 하시던 스님의 입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법문이 터져 나왔다.
갑사에서 주석하고 계신 대선사 경철 큰스님이시다.
그날 이후 온몸이 법열에 젖어 오늘도 휘파람을 불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