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내 마음 바라보기

수행의 현장/마곡사 템플 스테이

2007-10-06     관리자

연초에 마가 스님을 처음 뵈었는데, 무엇보다 스님과 똑닮은 명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면의 활짝 웃고 있는 캐릭터, 뒷면의 자비수행에 대한 내용(마음 속으로 ‘자비… 자비…’를 하면서 ‘내가 적의와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나기를…내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를…’.)과 카페 주소‘(http//cafe.daum.net/jurira)’에 감동했다. 아울러 스님께서 이끄시는 마곡사 템플 스테이의 명성이 높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후 예전에는 부처님 말씀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수행을 통해 체득해야만 불법(佛法)을 제대로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새롭게 솟구쳤다. 그러던 차에 연이 닿았다.[중앙대학교에서 명상 강좌를 개설, 마가 스님을 강사로 초빙, 수강 신청 개시 10여 분 만에 정원(150명)이 마감되어 야간 강좌까지 개설되었다 하여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3월 한 달간은 이론강의, 4월부터 30명씩 2박 3일간 마곡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한다 하여 동행 취재(2차 4월 9일-11일)를 하게 된 것이다.]

묵언 속에 마음이 열리다
춘마곡(春麻谷)이라더니, 마곡사의 봄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밤 9시에 도착한 학생들은 승경(勝景)은 보지 못했더라도 산사의 고즈넉함은 만끽하였으리라. 심야의 오리엔테이션, 맨 먼저 핸드폰과 지갑을 맡긴 것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속상했다.”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홀가분해했다.
법복으로 갈아입은 학생들이 스님을 돕기 위해 원주에서 오신 방기연 선생님을 따라서 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보니 마치 진짜 수행자처럼 보인다. 옷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해야 할까.
“이제부터는 순간 순간 올라오는 자기 마음을 놓치지 말고 바라보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이 어떤가, 바라보는 것이 여러분의 과제입니다.”라는 말씀에 이어 절에서 지켜야 할 것(양쪽 끝문을 사용하고, 차수하고 신발 소리 내지 말고 천천히 다니는 등 모든 행동거지에 정성을 들여야 함)을 일러주었다. 한편 “취침부터 이튿날 아침공양시간까지 묵언해야 한다”는 말에 걱정이 태산 같다는 표정이었는데, 다음날 “말 없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 활짝 열린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모든 이가 근심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새벽 세 시, 도량석 소리와 함께 하나 둘 종각 앞으로 모였다. 모두들 법고 소리에 취해 있는 듯한데, 하마터면 묵언을 깨뜨릴 뻔했다(‘법고는 축생을, 범종은 지옥중생을, 운판은 날짐승을, 목어는 물고기를 깨달음으로 이끌어주는 소리’라고 설명해주고 싶어서). 밖으로만 향하는 버릇은 여전했다(새벽예불을 드리면서도 학생들에게 한문으로 된 예불문의 뜻이 얼마나 깊은지 가르쳐주고 싶어하는 나를 바라보며 병통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08배를 할 때는 혹시나 너무 힘들어, 또 타종교를 가진 학생이 거부할까 짐짓 걱정스러웠는데, “하나하나 정성 들여 하다보니 108배는 끝이 났고 육체적으로 피곤했지만 정신적으로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우상에게 절하지 말라고 했는데…이상하게도 그 순간 종교라는 건 그냥 하나의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소감처럼 108배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닫힌 마음의 빗장이 열렸다면 그보다 더 큰 소득이 있을까.
이어진 자비명상시간, 마가 스님의 지도로 자기 자신, 부모, 이웃,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자비를 보내며 행복해지길 기원했다. 자비 명상 후 “나와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근심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기를…”을 주문처럼 외우게 되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새벽 산책, “모든 감각기관을 열고 만물을 느낄 것, 자기 마음을 바라볼 것”이라는 말씀처럼 고무신을 신은 발바닥에 감각을 집중하면서 자연과 하나되어 걷는 행렬이 아름다웠다. 정성껏 뒷사람에게 약수 한 바가지 올리고 강의실인 연화당으로 돌아와 참선으로 마무리했다.
“호흡할 때 배의 불러오고 들어가는 것을 느낄 것, 가렵거나 생각이 일어날 때 가렵구나 생각이 나는구나 알아차릴 것”이라는 스님의 지도, 짧은 참선시간을 보면서 학생들의 근기에 맞게 이끄시는 스님의 자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나누고 우주 만물에 감사하다
“마음 여는 시간, 처음으로 서로의 느낀 점을 나눌 수 있었다. ‘인간의 마음은 정말 비슷하구나, 내가 느낀 것은 상대방도 느끼고…남들이 상처받을 말과 행동을 안 하도록 조심해야겠다.” “나 자신과 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음 열기로 나를 먼저 보기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라는 학생들의 말처럼 마음 나누기는 일종의 대화 명상이었고, 관계의 미학이었다.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다 보면 저절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되고, 그럴 때 세상의 모든 불협화음이 스러지리라.
이어진 발우공양은 오관게(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道業)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로 시작되었다. 격식을 잘 몰라 비빔밥으로 만들어 웃음을 자아낸 학생도 있었지만, “최고의 명상은 바로 공양하면서 하는 명상이었다. 식사도 고행과 수련의 연속이며 마음을 갈고 닦는 행위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학생의 말처럼 모두가 진지하게 발우공양을 잘 해내었다.
프로그램은 점점 흥미진진해졌다. 고마웠던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 사람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진정으로 행복하기를…”하면서 감사 명상을 한 뒤, 한 톨의 쌀이 오기까지 모든 고마운 인연을 찾는 토론명상(4인 1조)이 시작되었다.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생각이 확장되었다.” “똑같은 것을 서로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내가 밥 먹는 데 기뻐할 사람이 많아 뿌듯하다. 고맙기도 하고….”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학생들의 말을 들으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불교의 세계관인 상의상관(相依相關)의 연기법(緣起法), 동체대비(同體大悲) 사상이 이렇듯 쉽게 생생하게 느껴지다니…어디 쌀 한 톨뿐인가.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서로 서로 연관되어 있고,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공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한 몸,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유언장 쓰고 삶의 의욕을 되찾다
차 한잔을 나누며 마음 문을 더욱 활짝 열고, 저녁공양 후 템플 스테이의 꽃이라 할 만한 촛불의식. 조별로 나누어 신명나게 뱃놀이를 한 뒤 유언장을 쓰고 나누는 시간, 금세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유서 쓰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 시간을 통해서 나는 사랑을 배웠다.” “붙잡아 왔던 무언가를 버리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보내자.”는 학생들의 소감만으로도 그 숙연한 장면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유언장을 불살라서 계곡물에 띄우며 번뇌를 멀리 떠나보내고, 새롭게 태어난 젊은 영혼들, 그들의 앞날에 영광 있으리라. 한편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명상 체험을 통해 취업 스트레스를 덜어주자는 취지하에 강좌를 개설했다는 학교 관계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우리 모두 부처가 되어…
삼일째, 새벽일정은 전날과 같았고, 오전 10시 ‘구나 겠지 감사 명상’ 시간, “언제 기분이 나쁘냐?”는 스님의 질문에 엄마에게 무시당할 때가 기분 나쁘다고 한 학생이 대답하자, “① ~ 구나, 일단 앵무새처럼 엄마가 ‘…’라고 하는구나 라고 알아차린다. ② ~ 겠지, ‘내 앞날을 위해서 하시는 말이시겠지’에 오면 이해가 된다. ③ ~감사, 때리지 않고 말로만 꾸짖으시니 감사하다”라고 예문을 들며 말씀하시는데, 일방통행이 아닌 함께하는 강의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다.
“5-3=2, 뭔지 아세요?” “오해가 세 번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럼 2+2=4는?” “이해하고 또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에, “바로 그거예요. 여러분 ‘구나 겠지 감사’와 이 공식을 잊지 않고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라는 스님 말씀에 학생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행복해 보인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보통 사찰 수련대회의 수계식이라 할 수 있는 시간,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참가자 전원에게 절을 받으면서 부처로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이었으니….
“00부처님에게 우리의 사랑과 자비를 보냅니다. 00부처님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스님도 공손히 00부처에게 삼배를 하면서 축원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가장 짜릿한 것은 내가 부처가 되어 절을 받을 때였다.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나도 부처가 될 수 있을까? 이 순간이 없었다면 내가 했던 108배와 공양과 마음 보기가 모두 공염불이었는지도 모르겠다.”라는 학생의 말처럼 모든 이들에게 깃들어 있는 불성(佛性)이 싹트는 귀한 시간이었다.
“자기 인생 당당하게 자기가 살 때 부처라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타인에게도 절해보았다. 쌀 한 톨에 대한 명상을 하면서 이 세상 만물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나를 부처로 생각하는 사람은 내 옆 사람도 부처로 보인다.”는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모든 중생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하여 법을 전하라.”는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도선언이 왜 그리 사무치게 다가오는지…각종 스트레스가 즐비한 시대에 떠오르는 만인의 화두는 ‘마음’, 불교(마음의 종교)가 해야 할 일이 많아 행복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