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불광이 만난 사람/ L.M.B Singers

2007-10-06     관리자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꽃피고 새가 울 날도 멀지 않았다.
4월호 불광엔 좀더 밝고 환한 모습들을 선물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불교계 유일한 중창단인 L.M.B. Singers의 단원들이었다.
L.M.B. (Lovers of Music, Beacons of light)는 ‘음악을 사랑하고 빛이 되는 사람들’이다. 1999년 3월 20일 처음 시작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연습실조차 없이 옮겨다니며(매주 화요일엔 수도방위사령부에서, 목요일엔 왕십리의 밀각심인당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매주 두 번씩 함께 모여 노래를 연습하고 부처님전에 찬탄의 노래를 부르는 11명의 단원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노래하고… 단원 가운데는 가락동 시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기에 때로는 한 가족이 아니었나 하는 착각을 가끔씩 한다고 한다. 도대체 그 당당함과 활기에 가득 찬 밝은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단원들은 대부분 사찰 합창단 지휘자 혹은 반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연습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은 각 단원들이 짝을 지어 군부대에 찬불가 지도를 나간다. 장병들에게 찬불가를 가르치는 중간중간 자연스레 부처님 이야기도 하며 불교를 전하다보면 그렇게 신명날 수가 없다. 이제는 웬만한 포교사 못지 않은 불교에 대한 지식과 소양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군부대를 방문할 때면 각자 주머니를 털어 장병들을 위해 과자를 마련하곤 하지만 늘 부족하기만한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사실 초창기부터 어려움은 참으로 많았다. 가정을 꾸려야 하는 남성 단원들과 가정이 있는 여성 단원, 미혼이지만 취업을 강요당하는 단원들까지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 어디든 부르는 곳이 있으면 나아가 노래를 부른다는 마음이지만 전국을 무대로 공연을 해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전국 각지로 포교활동을 하다보니 생활비는 둘째치고 특히 군법당의 경우는 열악한 현실에 사비를 털어 지원하다 못해 찬불가 지도까지 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힘들었던 만큼 기쁨도 많았다. 사병 가운데에는 출가해 스님이 되신 분도 계시고, 때로는 전화를 해서 거주 지역의 사찰을 소개해 달라고 하기도 한다. 보람이라면 참으로 큰 보람이다.
육군 사관학교와 공군 사관학교는 L.M.B.가 참여한 4년째 가입교생도를 위한 법회를 통해 사관학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생도들이 불교에 귀의하였다고 한다. 삼사관학교 및 간호사관학교에서도 불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알려올 때면 기쁘기 한량없다.
5년 동안 150여 회의 연주회를 갖다보니 이제는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기획력도 생기게 되었다. 사찰에서 열리고 있는 산사음악회의 연주와 기획에도 참여하여 좋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초파일 부처님 오신 달 무렵에는 한 달간 15일을 연주한 적도 있다. 전국을 돌며 해야 하는 연주회였지만 힘든 줄을 모른다. 공연이 많을수록 힘이 난다. 베푼다는 생각으로 음성공양을 올리지만 오히려 그분들의 박수와 눈물, 격려 속에서 힘을 얻고 기운을 받는다. 늘 초발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아본다.
지지난 해 가을에 열린 창단공연회날에는 한 보살님이 “불교에도 이렇게 하시는 분들이 있네요”하며 우시면서 손을 잡아 주셨다. 남편이 지병으로 앓아 누워 있기에 가장의 역할을 하며 보험 일을 하시는 보살님이셨다. 보살님은 너무나 작은 액수라고 미안해하며 그 다음날 통장에 만원을 넣어 주셨다. 지금도 가끔씩 전화를 하여 “아직도 열심히 하고 계시지요?” 하시며 그 날의 감동을 상기시켜 주시곤 한다.
창단 이래 일반 음악회, 산사음악회, 각 사관학교 행사, 군부대 행사, 교도소, 고아원, 병원 등에서 공연을 해오면서 힘들었던 만큼 기쁨도 배였음을 돌이켜 본다.
“단원 모두가 귀한 분들이지요. 평생을 함께 할 눈물겨운 도반들입니다. 때로는 하나였던 몸이 나누어졌나 하는 착각을 줄 때가 있어요. 노래하는 가족이 이생에 다시 만난 것 같아요. 마치 가족처럼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찾아서 해요. 비록 저희가 부처님전에 음성공양을 올린다고 하지만 오히려 저희들이 받는 것이 더 많아요.”
보는 이들마다 하는 말이 어떻게 그렇게 밝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느냐고 한다.
‘길을 갑니다’ ‘찬미의 나라’ ‘우리도 부처님같이’ ‘님이시여’ ‘얼마나 닦아야 거울마음 닮을까’ …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르니 환희심에 밝고 환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초창기에는 성악을 전공한 전문 중창단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노래도 들어보지 않고 무조건 평가하려는 현실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음성공양을 마친 후의 반응은 놀랍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불교계에도 이러한 단체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들 합니다.”
그러면서 흔히 듣는 말이 “아직도 불교음악을 하고 계시네요.”이다. 한두 해 활동하다 사라지려니 했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저희가 불광사 어린이법회에서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러한 활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못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어린이법회 때부터 ‘이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음악하는 분 중에 불자가 너무 없어요. 교육은 경험의 재구성이라고 하듯 어린 아이들, 청소년들에게도 찬불가 교육과 보급이 필요하지요.”
묘자수 황영선 대표(L.M.B Singers 창단 맴버, 사자암 합창단 지휘자)와 1기 맴버인 묘음수 김미영 총무(이천 영월암, 이천 소년소녀 어린이합창단 지휘자)는 불광사 어린이법회 출신으로 한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서로를 탁마해온 도반과 같은 사이다.
단원들 모두가 한 뜻 한마음이지만 L.M.B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두 사람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컸다. 비록 자신들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지만 후배들에게는 노래만 할 수 있는 여건을 꼭 마련해주고 싶다고 한다.
더 나아가 불교음악만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은 것이 평생 의 원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느니만큼 이생에 안 되면 다음생에라도 꼭 그 일을 할 것이라고. 그리고 인연이 주어진다면 단원들 모두가 함께 인도를 찾아 부처님이 걸으시던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을 보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에 다만 그 뜻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놓을 뿐이다.
‘L.M.B. Singers’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불교계 안에서의 포교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지만 부처님의 법을 접하지 못한 세상에 불음을 전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 초발심으로 음성공양 올리는 것 이 곧 마음공부임을 잊지 않고 정진하리라 다짐한다는 L.M.B Singers! 새 봄! 아름다운 화음을 통해 부처님을 찬탄하는 그들의 노랫소리가 따사로운 빛살과 희망의 메신저로 더욱 널리널리 울려퍼지길 기원해본다.

불교계 유일한 중창단인 L.M.B. Singers(정규대학 이상의 음악교육을 전공한 만 35세 미만의 전문 성악인들과 피아니스트로 구성된 남녀 혼성 4부 중창단, 전화 873-3637, http//:www.lmbsingers.com)는 1999년 3월 20일에 BBS 합창단 단원이었던 세 사람으로 출발하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