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산책] 62.여래의 자리 - 대좌(臺座)

불교문화 산책

2007-10-06     관리자


깨달음의 자리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수행도 각각에 맞는 장소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옛 스님들은 기약 없는 만행을 떠나면서도 스승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생각의 차이가 만 가지 차이를 가져오듯, 스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내 앞의 빈자리에 늘 자리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소홀히 하였다.

의미와 기원
대좌[阿薩狗 Asana; Pitha]란 불·보살과 같은 분들의 등상(等像)을 모시는 자리로 본래 좌석(座席), 사리(舍利)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상이 출현하기 이전 무불상기에는 단순히 네모난 자리, 보리수만을 표현하여 여래의 정각처(正覺處)를 상징하는 것에 머무른 반면, 점차 대좌 하단에 다양한 공양표현이 더해졌다.(사진1) 이러한 현상은 대승불교의 유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나아가 조형미술이 점차 장식화되어 가는 경향을 반영한 결과라 하겠다.
조형적으로만 한정짓는다면 대좌는 불상을 안치하기 위한 구조로서 물리적인 조각상의 유지와 함께 조형적인 공간범주 창조·시점과 거리감의 창출·정신(종교)으로서의 상징과 장식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불상대좌의 아름다움
대좌는 크게 사각·팔각(사진2)·원형 등 외형에 따라 나눌 수 있고, 연화좌, 사자좌 등 장엄형태에 따라 명칭을 달리 부른다. 일반적인 형식은 상·중·하대의 3단구조에 연꽃을 표현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예외적으로 사자를 중·하대로 삼은 계통(사진3)이 있다.
대좌에 연꽃을 즐겨 사용한 것은 연꽃이 진흙 속에서도 청정함을 잃지 않는 꽃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사용되어 왔다.
특히 『금강정경』에는 “그 글자가 변하여 적색이 되고, 붉은 빛의 연화는 열의(悅意)이며 아주 뛰어나다. 그 꽃은 삼층으로 층마다 여덟 꽃잎의 대(臺)에 꽃술이 구족하여 있다.
그 대 위에 바라·우·검(波羅·兵·劍) 등의 네 글자가 수미산(須彌山)이 된다고 관상한다. 그 산은 온갖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여덟 각이다.”라는 구절을 통해 연꽃을 대좌 조형의 기본 얼개로 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자는 백수의 제왕으로서 일찍부터 부처님을 사자에 비유해 왔기 때문에 불상제작에 있어 대좌에 빈번히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 불상에서는 네모난 형태의 방형좌, 통일신라시대는 3단 8각구조에 상·하대에는 연꽃을, 중대와 지대석에는 안상(眼象) 안에 사자·팔부신중·향로·꽃가지 등 다양한 장엄물을 표현하여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 외에 마치 원형의 탑과 같은(사진4) 형식의 대좌도 일부 제작되었다.
고려시대에 들어오면 경기도 여주군 고달사지 석조대좌와 같이 방형대좌가 다시 유행하는데 규모가 커지는 반면, 연꽃의 표현이나 장엄조각의 치밀함이 앞서와는 달리 경직화, 도식화 되어가는 경향을 읽을 수 있는데, 당시 불교계의 동향을 반영한 결과라 하겠다.
떠나간 스승이 간절할수록 빈자리가 커진다고 한다. 대좌가 단순히 불상을 봉안하기 위한 구조물이 아니듯, 마음 속의 스승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제자를 기다리고 있다. 크게 눈뜨고 스승의 미소를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