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빽

우승택의 행복경제

2007-10-05     관리자

카드 빚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도 카드 빚으로 인한 사건 사고들이 줄을 잊고 있다.
세계 경기 전망도 밝고 수출이 잘 되는데도 우리의 체감경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카드 빚으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350만 명이라는 현실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우리 불광 독자들 중에도 카드 빚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카드 문제가 왜 이리 오래 동안 속을 썩이는가? 그것은 바로 취업율 부진 즉 실업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일단 취직이 되어야 수입이 생기고 빚을 갚을 터인데….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가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적 경제구조도 아닌데다, 노동시장도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 무서워서 안 뽑는다는 회사 경영자들의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문제가 카드 문제 해법의 걸림돌로 남아 있는 셈이다.
나와 친분이 두터운 어느 고객은 나이가 50이 넘은 나이에 취직을 했다. 그것도 2년간의 ‘그 분 표현대로라면’ 백수 생활 뒤에…. 그 분은 요즘 내게 힘주어 말한다. “부처님 빨리 알았으면 취직도 빨리 하는 건데”라고 말이다.
몇 년 전 그 분이 어느 기업체에 현직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내게 종교가 불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어느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그 분에게 함께 불교 공부하러 다니자고 권했더니 그 분은 대뜸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젊은 놈이 무슨 불교 공부냐?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회사생활 열심히 하고,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술 마실 때 술 마시고 그렇게 열심히 살면 되는 거지. 또 가끔 절에 가서 참회도 하고 사월초파일같이 등 다는 날 등도 달고 하면 되는 거야. 우리 안사람도 절에 열심히 다니는 것 같던데 그냥 다른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내버려 두고 있지. 하지만 나는 어떤 종교든지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 너도 정신차려라. 하하하.” 원체 활달하고 매사가 술술 풀리시는 분이 그런 소리를 하니 현실적인 파워에 눌려 그 날 나는 한마디도 못하고 그 분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던 2001년 어느 날 상담 좀 하자는 연락을 받고 그 분을 만났는데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요즘 괴로워서 못살겠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하면서 자기 사정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 분이 이미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내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 용한 스님 없냐?’라고 묻고 있다는 것을 담박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스님을 알긴 아는데 그 스님은 숙제를 많이 내주는 스님”이라고 하니, “어떤 숙제든지 돈 많이 내고 뭐 하라는 것만 아니면 다 하겠다.”며 그 스님의 숙제가 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스님의 숙제는 보통 광명진언 100일간 써오기, 반야심경 100일간 써오기, 신묘장구대다라니 100독씩 100일 하기, 금강경 사경 혹은 7독씩 100일 하기 등등이라고 대답하니, “그거 돈 안 들고 좋은 것 같다.”며 빨리 그 스님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분을 그 스님께 인도해드리고 나서 간혹 그 분을 뵈었다. 그 분은 스님으로부터 반야심경 100일간 한문으로 써오라는 숙제를 받았다는데, “내가 이 나이에 한문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 놈의 반야심경 쓰는데 웬 잡념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썼다 말았다, 어느 날은 이틀치 썼다가 어느 날은 안 썼다가 한다.”는 것이었다.
그 분을 좋아했기에 나중에 스님을 만나 그 분이 제대로 불교에 입문할 수 있도록 좀 혼내주라며 고자질을 했다. 그 후 스님께서 그 게으른 초발심자를 일깨우기 위해 약간 도튼 척하시면서 엄청 혼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얼마 후 다시 그 분을 만났는데 완전히 군기가 잡혀 있었고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매일 108배, 경전공부, 광명진언 108독, 매월 오대산 적멸보궁 참배 등등 신행 생활이 완전히 바뀐 것이었다.
그러기를 정확히 1년 6개월, 어느 국영기업체의 사외이사로 가시더니 그로부터 또 6개월 후에 어느 회사의 사장으로 취직이 되었단다. 사실 그 분이 가신 곳은 정말 여러 사람들이 서로 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다투는 자리이다. 집에서 2년이나 놀던 백수(?)가 그것도 아무 빽도 없이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평소 내가 그 분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야, 그 사람 빽이 좋은가봐. 거기 어떻게 취직했다고 하더냐?” 하고 묻곤 했다.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몰라 전생에 지은 복덕이 많겠지 뭐.” 하거나 “사람이 무난하잖아. 실력도 있고.”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그 분에게는 ‘부처님 빽’이 있었다.
그 분의 2년간 실업자 생활은 그야말로 부처님이 좋아하실 일만 골라하는 것이었다.
절에 다녀올 때 오고 가며 쓰레기 줍기, 가난한 먼 친척 49재 비용 대주기, 항상 밝은 얼굴로 사람들에게 웃음 보시하기(실업자일수록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 그 분의 주장이었다.), 사경, 독경, 참회의 절, 경전 공부, 그리고 항상 자식들에게 감사하기, 부모님 잘 모시기 등등 내가 부처님이라도 그 분의 취직 소원쯤이야 들어주실 수밖에 없는 행동을 줄곧 하고 계셨다.
그리고는 꿈에도 그리던 취직을 했다. 1남 2녀가 전부 미혼인데다 벌어놓은 돈도 없어 항상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부처님 빽으로 취직했으니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진해서 원하는 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전생에 지어놓은 복이 없는 사람들은 이생에 부지런히 복을 지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열심히 복을 지어 그 분처럼 부처님의 가피를 입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