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흔 살만 되었어도..."

자비의 손길

2007-10-05     관리자

“나이 든 마흔이 되기보다는 젊은 일흔이 훨씬 낫다.”
이 말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지난 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은퇴 후 인권과 민주화, 빈곤퇴치를 위해 헌신적인 민간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에 대해 “첫 번째는 인생에서 목표를 갖는 것,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모범적인 노후생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카터 전 대통령과 대조되는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삶이 있다. 임영임(81세) 할머니를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한 일이었다. 지난 9월 중순 월간 「불광」불광출판부의 서고로 쓰고 있는 창고를 서울 석촌동에서 경기도 일산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쓰레기와 폐지가 만만치 않게 나왔다. 그것들을 밖으로 내놓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휴대용 핸드카트에 박스 몇 개를 싣고 걸어가고 있었다. 폐지를 드릴 요량으로 할머니를 불렀는데, 늙어도 너무 많이 늙으셨다. 허리가 굽어 130cm도 안 돼 보이는 키와 살점 없는 체구,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깊게 패인 주름을 보니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핸드카트가 너무 작아 리어카를 빌려다 폐지를 싣고 고물상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집이 근처에 있어 알아 놓은 뒤 다음에 찾아뵙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못 되어 할머니를 찾아갔다. 반지하 집 앞에서 폐지를 정리하던 할머니가 몇 개 안 남은 이를 드러내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할머니가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는 13년이 되었다. 큰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던 며느리가 집을 나가면서 초등학교 1?3학년이던 두 손자를 거두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손자들은 별탈없이 건강하게 잘 커주었다. 큰손자는 올 12월이면 군제대하고 작은손자는 조만간에 군입대할 예정이다.
“손주 놈들이 착해. 고등학교만 마치게 한 게 미안하지만, 에미 없이 이렇게 커준 것만 해도 고맙지. 애들 애비가 걱정이야. 몇 년 후면 환갑인데…. 며늘애가 재산을 다 가지고 나가버렸어. 그 때부터 마음을 못 잡고 건달 아닌 건달이 돼버렸어. 어떤 때는 하루 종일 잠만 자기도 하고, 어떤 때는 3~4일간 안 들어오기도 하고…. 밖에서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집이 월세 20만원인데 그거는 갖다 줘.”
할머니에겐 아들 둘이 더 있다. 둘째 아들은 건축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아 실업자가 되었으며, 막내아들은 46세로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내가 복이 없는 여잔가봐. 그래도 일복은 많아. 큰애가 9살 때 혼자 되었는데, 그 때부터 새끼들 굶기지 않으려고 ‘어서 커라, 어서 커라’ 하면서 밤낮을 모르고 일했어.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지 뭐. 근데 이제는 힘에 부쳐서 못하겠어. 내가 일흔 살만 되었어도….”
여든이 넘은 나이에 아침부터 석촌동 골목골목을 돌며 폐지를 줍다보면 다리가 부러지는 것 같고, 벽에 잠시 기대어 허리를 피면 우두둑 우두둑 소리를 내며 끊어질 것 같다고 한다. 게다가 요즘엔 경기가 안 좋아져 일자리가 없는지 젊은 사람들도 폐지를 주우러 다녀 더 많은 시간을 일해도 폐지량이 줄었다.
그나마 동네 사람들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든든한 힘이 된다. 집 주위에 폐지를 너저분하게 쌓아 놓아도 싫은 소리는커녕 폐지를 주워다 할머니에게 갖다 드리는 주인 아저씨를 비롯해, 꼬박꼬박 신문지나 종이박스를 모아다가 할머니가 지나갈 때면 내놓는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12월 큰손자가 군제대하면 살림이 더 나아지리라 기대하며, 할머니가 편안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임영임 할머니가 리어카도 아닌 작은 핸드카트를 끌며 하루 종일 일해서 버는 돈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3,000원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재작년 속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고서도, 다리와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아픔을 무릅쓰고도 폐지를 줍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식 걱정 때문입니다.
"온몸이 고장 났어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일해야지. 그걸로 반찬값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정 못 움직이고 죽겠다 싶으면 염치불구하고 작은며느리에게 송장 좀 치러달라고 부탁해야지. 그럴려면 돈 100만원이라도 마련해야 할 텐데…."
평생을 일하며 고생해온 거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임영임 할머니에게 불자 여러분의 작은 정성과 관심이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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