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독특한 매력, 템플스테이

푸른목소리

2007-10-05     관리자

불광사 청년회 시절에 매년 여름 참가했던 사찰수련회, 한 여름밤 법우들과 함께했던 천팔십배, 금강경 독송, 그리고 묵언정진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난 고요 속으로 몰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 중 무엇보다 뇌리 속에 강하게 자리잡은 것은 부족한 잠을 깨우고 참석한 새벽예불이었다. 조용한 산사의 새벽, 우주의 만물을 깨우는 듯한 도량석, 타종 소리. 예불 후 잠시 가졌던 좌선시간과 또한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시원한 산바람과 은은한 풍경소리….
그 당시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좀 더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느낌을 갖곤 하였다. 그런데 마침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회사 업무와 연관된 것이어서 우리나라 전통사찰에서 이루어지는 템플스테이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템플스테이는 눈코뜰새 없이 돌아가는 세상사로 인해 자기를 돌아볼 시간이 없는 대다수의 현대인, 한국 전통 불교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그리고 불교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타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의 사찰체험을 통해 불교의 진정한 깨달음으로 가는 깊은 세계까지는 접근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일반인들이 한국불교의 가르침과 전통을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체험은 없을 듯하다.
지난 2002 월드컵을 통하여 국내 사찰 체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 같다. 많은 사찰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화장실 등 사찰시설을 개보수하였고, 조계종 템플스테이 사무국에서 국내 외교사절 등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경북 영주 부석사에서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주한미국대사 부인 허버드 여사는 “한국을 찾는 미국인들에게 지방 사찰에서 꼭 하룻밤을 묵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전통사찰 예찬론자가 되었고, “고찰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고건축 등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여행안내 책자 『Lonely Planet』의 작가 마틴 로빈슨 씨는 “산 속 깊숙이 위치한 사찰에서 스님들의 전통 생활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는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수는 연간 약 535만 명이며, 구미주 지역에서 방문한 관광객은 이 중 약 20%를 차지한다. 구미주 관광객은 일본이나 중국 등 타지역과 달리 한국의 전통문화가 주요 관심사이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사찰 체험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불교를 전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한국불교를 배우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국내선원을 찾는 외국인 수행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종교적 동기가 없고, 불교 하면 티벳이나 일본을 떠올리는 일반 외국인들에게도 한국불교를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해결하여야 할 과제들이 많다. 사찰에서 관광객을 체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찰의 여건이 지나치게 유동적이어서는 안 된다. 관광객들이 일년 중 언제 가더라도 항상 사찰에서 숙박할 수 있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도록 열려 있고 조직화되어야 한다.
얼마 전 구미주 관광객을 일선에서 유치하는 여행사 관계자들과 강원도 양양 낙산사의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바 있었다. 결과는 매우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사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를 한국불교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체험 프로그램으로 평가했으며, 안심하고 고객을 보내도 될 만큼 체계화되어 있다는 반응이었다.
현재 낙산사의 경우, 사찰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전문 운영업체에 위탁하여 템플스테이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개인업체이므로 다소의 이윤을 추구하겠지만 사찰의 여건에 관계없이 국내외 관광객들이 언제든지 예약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전국에 약 10여 개 사찰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시기와 인원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사찰체험에 참가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전국에서 수용 여건이 좋은 곳 위주로 권역별(또는 각 도별) 템플스테이 대표사찰을 지정하여 예약시스템을 갖추고 체험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아울러, 템플스테이 운영인력 양성 및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불교를 올바르게 이해시키려면 일반 통역 가이드가 아닌 국제 포교사 수준의 외국어와 불교지식을 겸비한 전문인력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종단차원에서 국제포교사들이 외국인이 참여하는 템플스테이 현장에 지원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
불교의 깊은 가르침과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더욱 활성화되어 불교신자는 물론이고 많은 타종교인들도 참가하여 불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템플스테이가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꼭 한번 경험하고 싶은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으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그 결과 더욱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불교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