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은 휴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님/세계여성불자연합회 회장 렉시 쏘모 스님

2007-10-05     관리자

닫혀진 문은 열리기 마련이고 어둠이란 본래 없는 것이다. 문명의 발달로 지구가 한가족이 되어가고 있고 사상과 종교도 국경을 넘어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되고 있으며 숨겨진 비밀이란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양성평등 또한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는 이때 마침 세계여성불자연합회(회장 렉시 쏘모)가 여는 8차 대회가 내년에 서울에서 열린다고 한다.
세계여성불자연합회(sakyadhita : 부처님의 딸들)는 1986년 스리랑카 재가여성불자 라자니, 태국의 불교학자 차슈만 카빌싱, 독일 출신 비구니 아야케마, 그리고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미국 출신 비구니 렉시 쏘모가 중심이 되어 창립되었다. 이 연합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함으로써 세계평화를 증진하고, 전 세계 여성불자들의 의사교환 조직망을 창출하는 한편 다양한 불교전통에 대한 이해증진, 불법의 스승으로서 여성교육을 격려하며 여성불자들이 연구하고 수행하는 시설 개선, 비구니 승단이 없는 곳(티베트를 비롯하여 인도, 네팔, 미얀마,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 남방불교국)에 비구니 승단 건립을 취지로 1987년 2월 인도의 보드가야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 이래 매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세계 여성불자들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특히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는 열악한 여건의 여성불자들이 불교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시설을 지원하고, 불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이나 수행센터 설립 지원, 비구니계단의 맥이 끊어진 국가의 여성 출가자들이 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해주는 데 중점을 두고 그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 27개국의 여성불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 함께 예불을 올리며 명상을 하고, 불교문화를 체험하게 된 지난 7차 대회는 대만 화판대학(올해 92세인 노비구니 효운 스님이 건립, 동시 통역 등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음)에서 열렸으며, 300명이 함께 참가해서 수행과 교육과 사회봉사를 병행하며 자신의 수행을 사회로 회향하는 대만 비구니 스님들의 좋은 본보기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한다.
그리고 2004년 제 8차 대회(6월 27일-7월 5일)는 한국에서 열린다. 주제는 ‘여성 불자의 교육과 수행’으로 1. 명상수행, 2. 일상 속의 수행, 3. 교육과 수련, 4. 참여불교 속의 수행, 5. 불교의 수행과 여성의 이슈, 6. 오늘날의 불교 등등 그룹별로 소주제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아울러 비구니 승단의 맥이 살아있으며 평등한 교육과 수행의 전통, 복지, 포교, 교육 등 세계 어느 나라 불교보다 강한 저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 비구니 승단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에 그 만큼 기대도 크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서울대회 준비 차 방한(6월 30-7월 13일)한 렉시 쏘모 스님을 출국 전날 서울 홍은동 금장사(주지 본각 스님)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서양의 스님이라기보다 편안하고 푸근한 ‘우리 스님’과도 같은 렉시 쏘모 스님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세계여성불자연합회 즉 ‘부처님의 딸들’이라고 지칭되는 샤카디타를 결성한 발기인이신데 모임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1977년 달라이라마께서 주석하고 계신 인도의 달람살라에서 5년간 머물며 공부했다. 그런데 티베트 여성출가수행자는 사미니에 머물러야 하며 비구니계를 받을 수 없고, 출가수행자로서 불교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환경 또한 참으로 열악했다.
교육시설이라고 해야 외양간 같은 곳에 지진이 나면 그대로 무너져버리고 비가 오면 물바다가 되어버렸다. 이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여자가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는가.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하는 데에만 꼬박 2주일이 걸렸다. 처음 모인 12명의 사미니들에게 티베트어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데 두 달이 걸렸고, 그들에게 불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교육을 받은 그들은 빠르게 변화되어갔다. 이후 필요한 절을 짓고 사미니들을 모으고 교육하며 자립시키는 일들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동기가 되어 1986년 뜻있는 몇몇 여성불자들과 함께 ‘부처님의 딸들(Sakyadhita)’을 결성하고 세계 여성불자들의 유대와 정보교환을 목표로 제 1차 대회를 부다가야에서 개최했다. 달라이라마께서 직접 오시어 “여성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셨다. 5일간 열린 이 대회에는 15,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무엇보다 교육이 필요하며,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집중적인 토의가 이루어졌다.

·불교와 어떻게 인연을 맺고 출가하게 되었는가.
불교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내 성(Zenn)에서 비롯되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나를 ‘젠부디스트(Zen buddhist)’라고 놀렸다. 선이 무엇일까. 12살 되던 해 『The Way of Zen』과 『Zen Buddhism』을 읽고 궁금증이 풀렸고 불교신자가 되었다. 불교는 매우 이성적이고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나 자신의 길을 내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