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聖寶)와 사찰박물관의 역할

푸른 목소리

2007-10-05     관리자

성화(聖畵)라 하면 다들 기독교의 그림으로만 이해를 하고 있고 성보(聖寶)라 하면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넓은 의미에서 성화는 기독교의 그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그림인 불화류 곧 탱화나 벽화, 변상도 등의 모든 종교화는 곧 성화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불교계에서는 각 사찰마다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지정·비지정 문화재의 도난과 화재, 훼손 등의 위험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보존·관리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사찰박물관들을 속속 건립하고 있다.
이들 사찰박물관의 명칭은 대개 ‘○○○성보박물관’으로 일반화되어 있는데,‘성보’라는 뜻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경우를 왕왕 접하곤 한다.
성보란 사부대중들의 신심과 원력, 수행의 방편으로 만들어져 신앙과 예불의 대상으로 모셔져온 불교 성물(聖物)들을 총칭한 것이다.
곧 사찰의 불교문화재는 모두 성보라 하겠는데, 이는 문화재적 가치보다 예불·신앙적 가치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자들에게조차 성보로보다는 그저 불교미술품 혹은 문화재로만 인식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삼국시대부터이다. 이후 천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역사의 산물로 전해진 것 중 불교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강조하지 않더라도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불교문화가 우리 문화의 바탕이자 큰 줄기라는 것은 불교문화재를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불교문화재들, 즉 성보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는 곳이 바로 각 사찰의 성보박물관들이다.
사찰박물관도 여느 국공립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그 고유한 기능은 유물의 보존과 전시, 연구와 사회교육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문화재의 보존은 가장 시급한 기능으로서 각 단위 사찰에 무방비로 노출된 성보들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때론 이들의 보수나 보존처리를 담당하여 그 가치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또한 전시기능으로서 상설전시와 특별전·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과 아이디어·기획력의 부재로 상설전시 외에 특별전이나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는 곳은 2∼3곳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단위 사찰별 전래품을 공개하는 상설전시나 수장고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박물관의 꽃이라 하는 특별전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뒷받침과 참신한 기획력만 된다면 사찰박물관이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훌륭한 기획전도 만들어낼 수가 있다.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의 「불사리신앙과 그 장엄」 특별전이나, 직지성보박물관의 「깨달음의 길을 간 얼굴들-한국고승진영전」이 그렇고, 송광사성보박물관에서 개최한 「송광사 소장 원대 티벳문 법지 문서 규명 국제학술대회」라든가 월정사성보박물관 개최의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의 재조명」 등의 세미나는 사찰박물관의 특성과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범적인 사례에 속하는 박물관들도 당장 눈에 띄는 당면한 어려움 외에도 내부적인 말 못할 고충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박물관의 연간 운영비만 해도 적잖은 예산이 책정되고 있는데, 금방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별전이나 기획전을 위해서 녹록치 않은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연간 예산이 책정된 국공립박물관보다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사찰박물관들의 현실정이다.
그간 사찰박물관들은 그 건립과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발견되었다. 이제 크든작든 전국적으로 사찰박물관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간의 많은 과제들에서 발견되었듯 건립하기 이전 운영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해당 사찰박물관을 적절하게 그 역할과 기능을 수행케 할 것인지, 또 똑같은 성격의 사찰박물관이 아니라 각 교구별 혹은 산문별로 전문화되고 특성화할 수 있는 기획력과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비단 이 문제는 단순히 해당 사중의 문제만이 아니라 종단 차원의 관련 법규의 개정과 예산에 대한 국가정책상의 지원과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