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화상어록(太古和尙語錄)』*

선의 세계

2007-10-05     관리자

『태고록』 은 상·하 2권으로서 상권은 이색(李穡)과 숭인(崇仁)의 서문(序文), 상당(上堂), 시중(示衆), 법어(法語), 가(歌), 음(吟), 명(銘)이 수록되어 있고, 하권은 게송(偈頌), 찬발(讚跋)이 수록되어 있다. 이 밖에 부록(附錄)으로는 석옥 화상의 서(書), 석옥 화상에게 올리는 태고 화상의 서(書) 및 그에 대한 석옥 화상의 답서, 기타 행장과 정몽주의 발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고 보우(太古普愚)는 1301년에 남양주에서 탄생하였다. 19세 때 만법귀일(萬法歸一)의 화두로 입참(入參)하여 수행을 하고 마침내 38세 때 크게 깨쳤다. 46세 때 원나라에 들어가 석옥 청공(石屋靑空)을 참하고 인가를 받아 임제 종맥을 이었다.
48세 때 귀국하여 공민왕의 왕사가 되었으나 신돈(辛頓)과의 불화가 있었다. 이것은 당시 화엄계통과 선종과의 세력대결이기도 하면서 순수불교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세력과 정치를 배경으로 한 세력과의 대결이기도 하였다.
한편 태고 보우는 원융부(圓融府)의 수장이 되어 당시까지의 구산선문을 조계종이라는 하나의 종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미완의 결과로 끝나버렸다.
자성미타(自性彌陀)의 염불선(念佛禪)을 가르치는가 하면, 잡화삼매(雜華三昧)의 화엄선(華嚴禪)과 호법교화(護法敎化)와 보은우세(報恩祐世)를 위한 원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특히 조사선의 가풍을 중심으로 한 간화선의 수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구자무불성화(狗子無佛性話)를 들고 이를 위해서 오매일여(寤寐一如)와 성성역력(惺惺歷歷)하게 의단을 지닐 것을 강조하였다.

본문 내용
師住三角山重興寺之六年 至正丙戌春 有求法於天下之志 遂入燕都 丁亥秋 尋往湖州霞霧山 謁石屋和尙 嗣法傳衣 是年十月 廻大都 諸山長老 齎疏告諸臣僚 右承相朶兒赤 宣政院使 闊闊思八 奏聞聖聰 於十一月二十四日 太子千秋令辰 資政院使 姜金剛吉 太醫院使 郭木的立 宣政院同知 列剌禿 資政院同知 定住怯薛 官人 答剌海等 奉傳聖旨 住持永寧禪寺開堂 是日 御香金棋袈裟 沈香拂子 帝師香 三殿皇后香 皇太子香齎到

태고 스님께서 삼각산 중흥사에서 6년 동안 주석하였다. 지정 병술년(1346년, 46세) 봄에 천하에서 두루 구법할 뜻을 품고 마침내 중국의 연경에 유학하였다. 이듬해 정해년 가을에 호주 하무산을 방문하여 석옥 청공 스님을 찾아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법을 이어 가사를 전해 받았다.
그 해 10월에 다시 연경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여러 지역의 스님들은 모든 신료들에게 글을 올려 스님의 도착을 알렸다. 그 가운데 우승상 타아적과 선정원사 활활사팔 등이 황제에게 그 사실을 상주하였다.
마침 11월 24일 태자의 생일을 맞이하여 자정원사 강금강길, 태의원사 곽목적립, 선정원동지 열랄독, 자정원동지 정주겁설, 관인 답랄해 등이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 태고 스님을 영녕선사의 주지로 임명하는 개당법회를 하게 하였다. 그 날 황제가 향과 금란가사와 침향으로 만든 불자를, 제사(帝師)가 향을, 황후와 태황후와 태대황후가 향을, 황태자가 향 등을 보내왔다.

師據室 卓柱杖一下云 這裏烹佛烹祖大爐萊 鍛生鍛死惡鉗鎚 當鋒者喪膽亡魂 莫怪老僧無面目 又卓一下云 百千諸佛 向這裏氷消瓦解 又卓一下 拈起柱杖云 這箇晩 鯨飮海水盡 露出珊瑚枝

태고 스님이 설법전에 들어와서 주장자를 한 번 내리치고 말했다.
“이 한 번의 소리는 부처와 조사를 삶아버리는 큰 용광로이고, 풀무이며, 삶과 죽음을 단련시키는 수단이다.
그러니 마땅히 이 주장자 앞에 오는 자는 간담이 싸늘하고 혼이 나가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 노승에게 인간적인 면목마저 없다고는 여기지 말라.”
다시 한 번 주장자를 내리치고 말했다.
“이 한 번의 소리에 백 천의 제불도 일시에 얼음이 녹고 기왓장이 무너져 내리듯 기도 펴지 못할 것이다.”
다시 주장자를 한 번 내리쳤다가 다시 주장자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바로 이 주장자여, 고래가 바닷물을 모두 마셔 없애버리니 산호가지가 줄줄이 드러났구나.”

拈傳衣云 這一片牛皮 佛佛祖祖血脈不斷之標信 釋迦老子四十九年 三百餘會 受用不盡 末後靈山會上 傳付金色老頭陀云 代代相傳 傳至末世 毋令斷絶 灼然灼然 又拈金蘭法衣云 此金縷僧伽梨 因甚今日 從王宮出來 不見道 此法遺囑國王大臣 又拈傳衣云 這箇是父子親傳的私物 又拈金蘭云 這箇是王宮宣賜的公物 私不及公 先公後私 卽被金蘭 拈起一角 召大衆云 還見這箇鹿 非但永寧歡喜受之 頂戴被之 早與塵沙佛祖 包裏了也 喝一喝 拈傳衣云 大衆還證明這箇鹿 此是霞霧山傳來的惡物 卽搭臂指法衣云 毘盧頂寧頁上 一路甚分明 大衆還見路頭鹿 上胡梯云 一二三四五

석옥 청공 스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가사를 들고서 말했다.
“이 한 조각 쇠가죽과 같은 가사[傳衣]는 모든 부처와 모든 조사들의 혈맥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왔다는 신표이다. 석가모니께서 49년 동안에 걸쳐 300여 차례나 입고 설법하였으나 헤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임종에 이르러 금색두타(마하가섭)에게 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 가사를 대대로 전승하여 말세에 이르러서도 단절되지 않도록 하라’ 바로 그 가사가 이렇게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다시 황제가 보내주신 금란가사를 들고서 말했다.
“금실로 수를 놓은 이 승가리[금란가사]는 무엇 때문에 오늘 황궁으로부터 이 자리에 온 것인가. 일찍이 이 불법을 부처님께서 국왕과 대신들에게 유촉한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는가.”
다시 석옥 청공 스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가사를 들고서 말했다.
“이 가사[傳衣]는 부자가 친히 전해준 사적인 물건이다.”
다시 금란가사를 들고서 말했다.
“그러나 이 금란가사는 공적인 황궁에서 내려주신 공적인 물건이다. 사(私)는 공(公)에 미치지 못하므로 먼저 공적인 것을 입고 나중에 사적인 것을 걸치겠다.”
그리하여 먼저 승가리[금란가사]를 걸치고 나서 가사의 한 자락을 들고서 대중에게 말했다.
“이것이 보이는가. 이 가사는 여기 영녕선사에서 기쁘게 받아서 머리에 받들고 몸에 걸칠 뿐만 아니라 또한 일찍이 무수히 많은 부처와 조사들까지도 다 입힐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할을 한 번 하였다. 다음으로 이제는 가사[傳衣]를 들고서 말했다.
“그대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 물건은 하무산의 석옥 청공 스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오물이다.”
그리고는 가사를 어깨에 걸치고 그것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비로자나불의 정수리에 한 갈래 길이 분명한데 그대들은 그 길을 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법좌의 계단을 올라가면서 말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陞座拈香云 此香無去無來 冥通三際 非中非外 洞徹十方 奉爲祝延大元世主今上皇帝聖躬 萬歲萬歲萬萬歲 伏願金輪統御三千界 玉葉芬芳億萬春 次拈香云 此香潔而淸含衆德 靜而逸鎭千祥 恭爲祝延三宮皇后 各保康寧 伏願與天齊壽 見其龍子之榮 長春不老 享其王母之樂 次拈香云 此香擧起也天高地厚 放下也海宴河淸 恭爲祝延阿由室利太子 千載千載復千載 伏願優游玉境 千載之樂 奉孝天顔 萬歲之歡 次拈懷香云 此香佛祖不知 鬼神莫測 非天地所生 亦非自然而得 昔在新羅行脚時 到數檀園 向無影樹下 觸着得箇無稜縫沒巴鼻地 逗到萬棚崖頭 通身放下 全無氣息 忽然再活 輕輕聞下 却被諸人疑殺 將謂無人證明 藏之愈固 欲隱彌露 惡聲醜氣 鸚滿天下 今日欽奉聖旨 當陽拈出 對人天衆前 答向爐中 供養前住浙西嘉興路福源普慧禪寺 退臥霞霧山頂尖頭屋下石屋大和尙 用酬證明之恩

법좌에 올라서 향을 집어 들고 말했다.
“이 향에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그러나 은근하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두루 통하며, 가운데에도 없고 바깥에도 없으면서 시방세계에 고루 사무친다. 받들어 축원 드립니다.
세상의 주인이시고 대원제국의 황상 폐하의 거룩하신 수명이 만세 만세 만만세 누리소서. 엎드려 바라건대 황제의 정사는 삼천세계에 두루하시고, 자손들은 억만년토록 봄철과 같으소서.”
다음으로 또 향을 집어 들고 말했다.
“이 향은 정갈하고 청정하여 온갖 덕성을 머금었고, 고요하고 편안하여 모든 상서를 담고 있다. 삼가 황후와 태황후와 태대황후께서 모두 강녕하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수명이 하늘과 같아 황손들의 영화를 굽어보시고 오랫동안 젊어 늙지 마시어 황모(皇母)의 즐거움을 향유하소서.”
다음으로 또 향을 집어 들고 말했다.
“이 향은 치켜들면 하늘처럼 높아지고 땅처럼 두터워지며, 내려놓으면 바다같이 아늑하고 강물처럼 맑다. 삼가 아유실리 태자께서는 수명이 천세 천세 천천세를 누리소서.
엎드려 바라건대 황궁의 생활이 넉넉하여 천 년의 영락을 누리시고, 황상 폐하를 효도로 받자와 만세의 기쁨이 되소서.”
다음으로 품고 있던 향을 집어 들고 말했다.
“이 향은 부처와 조사도 알지 못하고 귀신도 헤아리지 못한다. 하늘과 땅으로부터 생겨난 것도 아니고 자연적으로 얻어진 것도 아니다. 전생에 신라를 행각할 때에 전단원에 가서 그림자 없는 나무 아래서 잡으려 했을 경우에도 실마리도 없었고 맥도 추지 못했었다.
그러한 가운데 만길 벼랑에 이르러서 온 몸을 통째로 내던져 완전히 죽었다가 홀연히 소생하여 가볍게 날아 내렸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죽은 걸로 생각했으므로 장차 그것을 증명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굳게 숨기고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이 도리어 더욱 드러나게 되어 악성 루머와 나쁜 소문이 천하에 두루 퍼졌다.
그런데 오늘 다행스럽게도 황상 폐하의 명을 받들게 되었다. 지금 그 옛날의 진실 그대로를 집어내어 하늘과 인간의 대중 앞에서 이 향을 향로에 사루는 바이다.
그리하여 예전에 절강의 서쪽 가흥로 복원의 보혜선사에 계시다가 지금은 물러나 하무산 정상의 바위 아래 묻혀 계시는 석옥 대화상께 이 향을 공양함으로써 증명해 주신 그 은혜에 보답코자 한다.”

就座 興化報恩禪寺湛堂長老白槌云 法筵龍象衆 當觀第一義 師堤網 拈柱杖卓一下云 第一義 這箇杖子 已與白槌 明明說破了也 箇中還有知恩報恩者鹿 出來證據 時有僧問 禮拜卽人人有分 不禮拜卽師資闕禮 作鹿生卽得 師云何得自起自倒 進云今日 聖旨開堂 高陞寶座 人天普集 賓主相參 未審師唱誰家曲 宗風嗣阿誰 師云霞峯千古月 來照大明宮 進云 伊鹿則釋迦後彌勒前 正法眼藏涅槃妙心 盡在和尙手裏 放行則三賢十地迷相慶賀 把住則二三四七仰望無門 未審今日和尙 放行去也 把住去也 師云天上有星皆拱北 人間無水不 潮東 進云伊鹿則畢竟水隨潮海去 到頭雲必覓山歸 師云好箇師子兒 猶作野干鳴 進云如來身 或作梵王身 或作帝王身 今上皇帝 未審什鹿佛現身 師云威音王佛 進云此是第二句 如何是第一句 師便喝 進云昔日靈山會上

태고 스님이 법좌에 오르자 흥화의 보은선사에 있는 담당스님이 백추(白槌: 법회의 시작을 알리는 법구)를 치고 말했다.
“이 법회에 모여 있는 대중들은 마땅히 제일의를 살펴보라.”
태고 스님이 법문의 요지를 드러내려고 주장자를 한 번 내리치고 말했다.
“제일의라는 것은 바로 이 주장자이다. 아까 백추를 쳤을 때 이미 분명하게 설명해 버렸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 가운데 그 법문에 대한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을 자가 있는가. 있다면 나와서 증명해 보라.”
그러자 한 승이 물었다.
“스승의 은혜에 예배를 드린다면 누구나 다 본래부터 갖추고 있는 것인데 굳이 예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은혜에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면 스승과 제자간의 예를 무시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니 이럴 때는 어찌해야 좋습니까?” 태고 스님이 말했다.
“어째서 스스로 일어났다가 스스로 넘어지는가?”
그러자 그 승이 말했다.
“오늘 이렇게 황상 폐하의 성지를 받들어 개당법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스님께서는 높은 보좌에 오르시니 천상대중과 인간대중이 두루 모여들고 손님과 주인이 서로 참여하였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하시는 법문은 누구의 가풍이고 어느 종파의 법을 이은 것입니까?”
태고 스님이 말했다.
“천고 만고부터 내려온 하무산의 달이 이 황궁을 두루 비추는구나.”
그 승이 말했다.
“그렇다면 석가모니의 이후와 미륵의 이전에 정법안장과 열반묘심이 모두 스님의 손아귀에 들어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리하여 그것을 놓으면 삼현(십주와 십행과 십회향)과 십지가 서로 축하하고, 그것을 잡고 있으면 동토 6대조사와 서천 28대조사도 우러러볼 건덕지조차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님께서는 그것을 쥐고 있겠습니까, 놓아주시겠습니까?”
태고 스님이 말했다.
“천상세계의 별들은 모두 북극성을 향해 있고, 인간세계의 물들은 모두 동쪽 바다로 흘러간다.”
그 승이 물었다.
“그렇다면 필경에 물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구름은 필시 산을 찾아 돌아가겠습니다.”
태고 스님이 말했다.
“쓸 만한 사자 새끼인 줄 여겼더니 아직 여우 소리만 지져대는구나.”
그 승이 말했다.
“여래의 몸은 때로는 범천왕의 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석천왕의 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황상 폐하의 몸은 어떤 부처가 나타낸 몸입니까?” 태고 스님이 말했다.
“위음왕불이 나타낸 몸이다.”
그 승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제2구에 불과할 것입니다. 도대체 제1구란 무엇입니까?” 태고 스님이 갑자기 할을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