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열쇠

신행수기

2006-11-12     관리자

부처님 같으신 시부모님을 따라 불문(佛門)에 들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올해로 아흔이 되신 시아버님께서는 아침에 눈을 뜨시면 관음정근으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평생을 부처님께 의지해 살아오신 시아버님은 온 가족을 부처님의 품으로 인도하실 정도로 신심이 돈독하시다. 요사이 연세가 그리 많으신데도 관음정근 하시는 모습을 보면 참 곱다. 아기 부처님의 맑은 얼굴을 닮으신 것 같다.

27년 전 시집오던 해 사월 초파일에 올해로 84세 되신 시어머님께서 절에 함께 가자고 하셨다. 그때만 해도 종교가 없던 나는 가족과 함께 시어머님을 따라 처음으로 절에 갔다.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향냄새를 비롯해서 모든 환경이 생소했다.

그런데 남편과 손위동서는 시어머님을 따라 절에 많이 다녀서 그런지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루 종일 시어머님의 뒤를 따라다니다 집에 돌아왔다.

시어머님과 함께 절에 자주 다니게 되면서 불법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부터는 아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처님께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법회 날 공양간에서 설거지와 여러 가지 궂은 일을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일손이 달리는 절에 가서 불기 닦는 일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 때부터 이 절 저 절 불기를 닦으러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남편의 협조로 부부가 전국 사찰을 순례하는 ‘불성회’라는 모임에 함께 가입하게 되었다. 부부가 같이 다니니 철야기도를 하든, 멀리 가든 편안한 마음으로 다니며 수행하고 봉사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처음 찾은 사찰이라도 법당의 불기가 깨끗해 보이지 않으면 법당보살님에게 말씀드려 불기도 닦아드리고, 법당청소도 도와드렸다. 이렇게 보살들이 절일을 하면 함께 온 거사들도 열심히 뒤에서 도와주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일수록 부처님 품안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산더미 같던 일을 다 한 뒤에는 마음이 뿌듯해지고 부처님이 더욱 가까이 느껴졌다.

계룡산에 씨앗을 심다

몇 해 전, 장마 중에 조카딸이 갑자기 수술을 하게 되었다. 형님이 조카딸 수술할 때 병원에 같이 있어달라고 하셨다. 일단 입원을 시켜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형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동서, 내가 간밤에 신이한 꿈을 꿨어. 병원에 오지 말고 계룡산 신흥암에 가서 기도 좀 해줘….”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지만 형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절로 향했다. 신흥암은 깊은 산속에 있는 절이라서 혼자 가기 힘들 것 같아 친정 올케가 함께 동행해 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산에 올라가기 시작하니 빗방울이 조금 작아지기 시작했다. 계곡에 물이 흐르는 곳이 있어 건너려 하니, 빨간 황톳물이 허리 높이까지 밀려 내려왔다. 너무 위험하니 내려가자는 올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카딸의 수술이 잘못될까봐 일단 건너보자고 했다.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냇물을 건너기 시작하자, 가슴까지 차는 황토 물살에 몸이 심하게 흔들렸고, 비에 젖은 썩은 가지가 앞뒤로 뚝뚝 떨어졌지만, 두렵지 않았다.우리는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절 마당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절에 계시던 스님께서는 깜짝 놀라시며 “이 우중에 왠일이십니까.”라며 맞아주셨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스님께서는 가사장삼을 입으시고 법당으로 가자고 앞장을 서셨다.

조카딸이 수술하는 시간 동안 스님과 함께 열심히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는 동안 수술이 잘 되어서 조카딸이 건강해지기를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다. 기도를 모두 끝내신 스님께서 “보살님의 정성으로 수술이 잘 되었을 겁니다. 소원성취하십시오.” 하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간절히 기도를 해주신 스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리고 올케와 나는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다시 산을 내려왔다. 가슴까지 차는 계곡의 붉은 황톳물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형님께 전화를 드려보니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셨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깨끗이 목욕을 하고, 다시 기도를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꿈에 낮에 기도를 해주신 스님께서 나타나셔서 내 손에 씨앗을 주시며 하시는 말씀이 “보살님, 계룡산에 씨앗을 심으세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씨앗을 받자 나도 모르게 몸이 공중으로 떠서 계룡산을 날아다니게 되었다. 씨앗을 꼭 쥐고 산을 내려다 보니 빨간 장미가 활짝 피어 온 산을 뒤덮고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이렇게 온 산에 꽃이 활짝 피었는데 어디에 이 씨앗을 심나.’하고 손을 펴보니 손에 있던 씨앗이 없어졌다. 방글방글 웃는 꽃을 보고 신기해하다가 깨어보니 꿈이었다.

‘부처님께서 우리 조카딸에게 좋은 몸을 주시겠구나.’
감사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계룡산 쪽으로 인사를 드렸다.

며칠 뒤 조카딸이 퇴원을 했는데, 작은 실수만 있어도 신경이 마비되는 힘든 수술이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수술이 잘 되어서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그 뒤로 나는 ‘불가사의한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은 부처님뿐이다.’라고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신흥암에 20년 가까이 다니면서 내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부처님께서 많은 가피를 내려주셨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면서 남편과 함께 불교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붓다라이온스’라는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

붓다라이온스는 부처님과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다. 봉사도 하고, 사찰에서 매달 정기 법회를 보면서 모임을 하기 때문에 가정이 화목해진다. 부처님께 모든 일을 의지하면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나의 불교 활동과 행복한 사람은 아침저녁으로 늘 기도하시는 시아버님과 종교가 없던 나에게 불법의 인연을 맺어주신 시어머님 덕분에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발이 되신 두 분의 맑은 얼굴과 욕심없이 편안하게 사시는 모습을 뵐 때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