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불교] 잭 콘필드(Jack Kornfield)

서구사회에 위빠사나 명상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재가 수행자

2007-10-04     진우기
잭 콘필드(Jack Kornfield) 잭 콘필드 박사는 작가이자 심리학자이며,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서양에 소개한 중요하고 저명한 스승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67년 다트마우스 대학에서 아시아 연구를 공부한 후, 태국, 미얀마, 인도 등지에서 불교 승려로 수행하였다. 1975년 그는 매사추세츠 바르에서 통찰 명상 모임(Insight Meditation Society)을 설립하였고, 그 후 캘리포니아 우드에이커의 영성 명상 센터(The Spirit Rock Meditation Center)를 공동 설립하였다. 임상심리학 박사이기도 한 그의 저서로는 『지혜로운 마음(The Wise Heart)』, 『불교심리학의 일반적 가르침에 대한 안내(A Guide to the Universal Teachings of Buddhist Psychology)』, 『붓다의 가르침(Teaching of the Buddha)』, 『마음의 숲을 거닐다(A Path with Heart)』, 『깨달음 이후 빨랫감(After the Ecstasy, the Laundry)』, 『살아 있는 진리(Living Dharma)』 등이 있으며, 국내에도 다수의 저서가 번역되었다. 그는 임상심리학 박사이며 부인과 딸과 함께 북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잭 콘필드 는 태국의 아짠 차 제자였고 또 미얀마의 마하시 사야도 스님에게서 위빠싸나를 배운 후 미국에 가서 위빠싸나 명상회 IMS(Insight Meditation Society)를 공동설립하고 지도법사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는 가사를 벗고 재가법사로서 법을 전하고 있다. 잭 콘필드는 미국에 위빠싸나를 전하고 확산시킨 사람이다.

위빠싸나 명상회는 거의가 서양인 재가자로 이루어진 독립 단체로서 이들은 종단이라기보다는 수행체계를 공유하는 횡적인 연합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한편 위빠싸나 교사들에게는 스님이 아니라는 것이 교사 자격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가령 잭 콘필드는 1970년 타일랜드에서 아잔 차에게 비구계를 받았고, 사야도에게 위빠싸나를 배웠다. 반면 죠셉 골드스타인은 비구계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위빠싸나 명상회에서 두 교사의 서열이나 권위는 똑같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위빠싸나는 법맥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근간으로 하는 라인이고, 재가자를 중심으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1969년 태국에서 출가하는 모습. 사진=https://jackkornfield.com

위빠싸나 명상회는 현대 미국인들의 가치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용성, 합리성, 재가수행자의 지위 상승, 여성의 동등권 등이 매우 잘 표현된 단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위빠싸나 명상회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가치는 자유이다. 미국인들은 자유를 찾아 척박한 새 땅을 찾은 사람들이다. 가슴속에는 늘 자유로운 삶에 대한 꿈이 몇 백년을 흘러내려오고 있는데, 바로 그 진정한 자유를 위빠싸나를 통해 찾을 수 있다는 거다.

이들은 이미 내부에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확립하여 상좌부나 다른 승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내에서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위빠싸나 교사 중에는 심리치료나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던 사람들이 많다. 기존의 치료기술이나 상담기법에 위빠싸나를 접목시켜보려는 의도였고, 그것은 성공한 듯 보인다.

일반인이 처음 위빠싸나를 접할 때는 보통 9박10일 수련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가장 자주 열리는 수련회이며 등록자들은 일종의 심리치료를 받는 기분으로 참석한다고 한다. 불안, 질투, 분노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미국인들은 보통 심리치료사나 정신과를 찾아 고통을 호소해왔는데, 그보다는 위빠싸나가 더 효과적인 치료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1976년 보드가야. 사진=https://jackkornfield.com

현재 미국에서 위빠싸나는 정신을 계발하여 깨달음을 얻는 수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마음 다스리기의 방편이며, 스트레스 절감에 매우 효과적인 마음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 지부를 가지고 있는 위빠싸나 명상회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승가, 승원, 불교’ 같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미국에서 위빠싸나가 시작된 것은 잭 콘필드와 죠셉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이 1974년 여름 나로파 대학에서 처음으로 위빠싸나 클래스를 열었을 때이다.

나로파 대학이 처음 시작되던 이 해 불교강의를 하던 찰스 프레비시 교수는 위빠싸나를 하는 소수의 학생들이 다른 과목을 듣는 2000명에 가까운 학생들과는 아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바로 이들이 아주 깊이 고요하다는 거였다.

1971년 미얀마에서 출가했을 당시 모습. 사진=https://jackkornfield.com

이듬해인 1975년 위빠싸나의 4인방이 뭉쳤다. 나로파에서 위빠싸나를 강의했던 두 사람과 새론 잘츠버그(Sharon Salzberg), 재클린 슈바르츠(Jacqueline Schwartz)가 힘을 합쳐 매서츠세츠 주 바르(Barre) 시에 땅을 공동구입했다. 보스턴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에 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펼쳐보려고 서로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위빠싸나의 유래를 살펴보면 크게 나누어 두 개의 라인이 있다. 하나는 미얀마의 마하시 사야도(Mahasi Sayadaw) 스님에서 시작되어 그 제자로 잭 콘필드, 죠셉 골드스타인, 새론 잘츠버그, 재클린 만델(Jacquiline Mandell)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또 하나는 재가자인 우바킨(U Ba Khin)에서 시작되어 굉카, 루스 데니슨(Ruth Denison), 존 콜먼(John Coleman)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실제로는 이 두 라인이 서로 섞이고 협력하는 ‘혼합교차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데, 위빠싸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위빠싸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통적으로 해오던 마음을 고요히 하는 사마타 명상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혜를 일구는 위빠싸나 명상으로 들어가도록 수행과정을 개혁했다는 것이다. 산란한 마음을 다스려 한 곳에 집중하도록 하는 사마타 명상을 지(止)라고 하며, 팔정도 중에서는 정정(正定)에 해당되며, 붓다 이전에도 존재하던 명상법이며 불교 외의 다른 수행단체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명상법이라 한다.

틱낫한은 이 지관 명상을 아주 쉬운 영어로 전하고 있는데 바로 “모든 것을 멈추고 깊이 보라(Stop and look deeply)”고 말한다.

반면 위빠싸나는 꿰뚫는 통찰력으로 실상을 보는 지혜이며 관(觀)이라 하고, 팔정도 중에서는 정념(正念)이라 하는데,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것은 바로 이 관 명상법 덕분이며 오직 불교에만 있는 명상법이라 한다.

위빠싸나에서는 또 상좌부 불교에서 해오던 수행의식이나 선(善)을 쌓는 행위, 교리 공부를 다 없앴다. 그렇게 수행을 단순화하자 문화적 바탕이 비불교적인 서구인들, 재가 수행이 중심인 이들의 기호에 잘 맞는 것이 되었다. 스트레스 절감 같은 치유효과가 인정된 위빠싸나는 학교, 병원, 감옥 등으로 확산되게 되었다.

또한 위빠싸나 수행자들은 전통적으로 독자적으로 심오한 수도를 하던 밀라레빠 같은 출가승에게 사용하던 ‘요기’ 즉 ‘수행자’라는 말을 자신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명상수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 요기라는 것이다.

또한 동양권에서 수도의 목적이 생사로부터의 자유임에 반해 미국에서는 현세의 삶에서의 자유, 그리고 그 자유를 통한 충족한 삶이다. 즉 동양권의 자유가 죽음이나 고통이 없는 ‘--이 없는 자유’라면, 미국의 자유는 행복이나 사랑이 있는 ‘--이 있는 자유’라는 것이다.

위빠싸나의 모토는 1995년 잭 콘필드가 명시한 대로 진정 삶을 바꿀 수 있는 큰 수행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전하고 싶다는 거다. 그러므로 복잡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의식, 가사 착용, 염불, 기타 종교적 전통을 다 생략하고 명상 수행만을 전하려 하는 것이다. 실제로 위빠싸나 명상회에 가보면 불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이런 말까지 했다고 한다.

“위빠싸나의 다르마는 하도 잘 은폐되어 있어서 법정에 가서 재판을 해도 그 존재를 입증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