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의 울분

2005-06-18     관리자

[솔제니친의 울분]


“러시아엔 민주주의 비슷한 것도 없다”

노벨상 수상작가 솔제니친이 3년 만에 TV 대담에 출연하여 한 말입니다.

노(老)작가는 TV인터뷰 도중 가슴을 치고, 책상을 치며
러시아의 정치 현실 등에 대해 비판하면서
“러시아엔 민주주의가 없으며 민주주의와 비슷한 어떠한 것도 없다”고
개탄하였다고 합니다.


6월 5일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 TV’의 주말 특집프로그램
‘베스티 니젤리’에 모습을 나타낸 솔제니친의 얼굴은
여윈 편이었고 건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약 30분간 진행된 인터뷰 도중 격한 감정을 토로할 때는 눈물을 보였으며
목이 메어 고통스러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대담 내내 그는 민주주의 부재(不在)의 러시아 정치판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러시아에는 변화가 없다.
차르 시대에서부터 소련, 옐친 시대를 거치며 오늘까지 이르는 동안
러시아에서는 민주주의가 태동조차 못하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나 이전이나 러시아인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
“러시아는 자원도 풍부하고 인력도 많아,
여건은 다 갖춰져 있는데도 민주주의를 못 이루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다”
“정치인들이 정치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민주화에 대한 의지도 없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
“의회도 민주주의를 위해 봉사하기보다 당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솔제니친이 2002년 이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건강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자신의 생각과 너무 다르게 변해가는 러시아의 모습에
체념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솔제니친은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스탈린 체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1974년 소련에서 강제 추방돼 20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습니다.


1994년 5월 27일 귀국한 후 시간이 흐르면서 솔제니친은,
혼자서 러시아의 현실을 바로잡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가 귀국한 지 11년이나 됐지만, 러시아 국민은 고독한 투쟁자였던 노 작가를
이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여 지금 그는
러시아인들의 뇌리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긴 하지만,
솔제니친의 울분을 충분히 이해할 듯 합니다.
오직 조국 러시아의 발전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구 소련 시절부터 고독한 투쟁을 해 왔던 솔제니친.
그러한 그에게 소련의 해체는 큰 희망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후 그의 눈에 비친 조국은 그의 뜻과는 반대로,
그 많은 자원과 인적 역량을 가지고도 지도층의 부패와 어리석음,
그리고 가진 자들의 추악한 욕심으로 국민들은 끝없는 고통에 헤메이고 있습니다.
이 암담한 현실 앞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칩거하며 울분을 삭이는 것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 아름답고 순박하며 정의로왔던 민족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저히 제 정신이 아닌 듯합니다.



제 정신 가지고 올바른 주장, 올바른 가르침을 이성적, 합리적으로 내 놓으면
사람 모욕하는 비웃음과 함께 시대에 뒤떨어진 자, 수구꼴통으로 비하하며
아예 사람 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거기엔 스승도 없고 부모도, 어른도 없습니다.


사회 전체가 도덕 불감증에 걸려, 어떤 일을 해도 도무지 미안한 마음이 없습니다.
때로는 궤변으로 자신을 옹호하며, 때로는 적반하장이 되어 더 큰 소리를 칩니다.
전에는 자신의 잘못이 알려지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졌는데
오히려 그게 뭐 잘못되었냐며 핏대를 세우며 사람을 윽박지릅니다.


국민 모두가 욕망의 화신이 되어, 자기 이익 되는 일은 모두 결사적으로 뻔뻔해집니다.
자기 이익이 남에게 어떤 손실을 입히는지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으며,
그리고 자기 이익이 우리 사회에 어떤 해악을 미래에 가져올지는 전혀 고려치 않으며,
오직 눈앞의 자기 이익만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 어떤 문제점이 지적되더라도 막무가내입니다.
무조건 상대방 잘못으로 몰며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입니다.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은 성(性)에서도 마찬가지라,
순결은 시대에 뒤떨어진 덕목이며 온 사회가 쾌락 제일주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도된 가치관은 사회의 어른들마저 일조를 합니다.
모두가 얼짱, 몸짱을 찾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내면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오로지 밖으로만 찾아 나섭니다.


제 정신을 가지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는 나라.
물건을 아끼고 없는 분들의 아픔을 이해하여 절제하고 살면 오히려 왕따를 시키는 나라.
투기를 하지 않고 원칙대로 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는 나라.
아무리 간곡한 충고를 해도 들은 체 만 체 하는 나라.
내 기쁨만 중요하고 남의 슬픔은 아랑 곳 하지 않는 나라.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가 되었는지...
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 것인지...


울분과 눈물을 보인 솔제니친의 기사는
오늘의 혼돈, 오늘의 이런 아픔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普賢合掌





평도: 선생님, 가치가 전도된 우리의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 주셨습니다. 기신론에 보면 훈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동안 정법훈습을 많이 해와서 그토록 선량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이, 견해가 잘못되고 뒤집어지니 수십년동안 염법훈습이 되어 이 지경이 된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바로 보는 정견이 중요하고 정법훈습을 하는 "보현행원" 수행은 전도된 물줄기를 돌려 본래 선량했던 사람들로 되돌리는 작업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것은 우리 한국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정법훈습을 해야 인류가 서로가 조금씩이라도 살기가 좋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현행원은 또 다른 세계사적인 으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06/18-13:41]-

평도: 예전에 인류문명의 해답은 동양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떠돌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과연 그럴까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그렇다면 그 것은 어떤 내용이고 어디에서 내놓을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역시 대안은 동양문명에서 나오며, 그 해답은 보현행원과 화두선과 위빠사나, 그리고 십바라밀 팔정도가 아닐까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됩니다 . -[06/18-13:44]-


普賢: 평도님의 명쾌한 논평에 감사드립니다...*^*^*_()_ -[06/2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