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골다공증

건강교실

2007-10-04     관리자

공자는 40의 나이가 되면 모든 의혹이 없어진다 하여 불혹의 나이라 하였다. 불혹이라 하면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로 새로워지는 지식과 과학의 발달 앞에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살아가게 되고 늘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이 폐경과 함께 가장 걱정하는 것이 골다공증이 되어 버린 지도 오래다. 골다공증은 그 원인과 위험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되기보다는 뼈에 구멍이 나는 것으로 생각만 해도 무서운 것으로만 느껴지고 막연한 공포감을 불러온다. 그래서 아이들은 키가 크기 위해 우유를 마시지만 여성들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소화되지도 않는 우유를 마시느라 고생을 한다. 또 폐경과 함께 칼슘 보충제를 먹고 여성 호르몬제를 먹어야 골다공증이 예방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몸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르다. 자연의 시계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우리 몸의 생체 시계다. 아침에는 깨어나고 저녁에는 이완하며 봄에는 긴 겨울의 움츠림에서 깨어나고 가을에는 물질의 소모를 줄이며 긴 겨울을 준비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화려한 젊은 날은 신체가 왕성히 일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는 몸을 가볍게 하여 물질의 소모를 줄이는 가을을 지나 인생의 마지막 행로인 겨울을 맞이하려 한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겨울 맞을 채비를 하며 잎사귀를 떨구고 형형색색 잎새들은 제 몫을 다한 듯 스산한 가을 길목의 낙엽이 되어 뒹군다.
하물며 나무들도 계절의 변화와 함께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나이듦과 늙어감이 서러워 잎사귀를 떨구어 몸을 가볍게 하고 떨군 잎새로 다시 토양의 양분을 만들며 겨울 나기를 준비해야 하는 일들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몸을 가볍게 추스르기 위해 뼈에서 일정량의 칼슘이 빠져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나이가 들어 골밀도가 줄어드는 일이 자연스런 노화의 과정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되어 버렸고 이것은 당연히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되었다. 골다공증은 애시당초 없었던 병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나이듦이 서러워지고 무서워졌으며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은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와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제의 복용, 여기에 따른 유방암과 자궁암의 정기적인 검진, 설사와 복통으로 고생을 하여도 다량의 우유 섭취 등을 의례화하였다. 그렇다고 여성들의 건강이 회복되고 여성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보기에는 너무 힘든 측면이 많다. 오히려 약물의 발달과 의료의 혜택이 갱년기 여성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보다는 폐경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며 더욱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만 키우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은 연초 “호르몬 대체요법에 쓰이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심근경색을 비롯한 심장병, 뇌졸중, 유방암, 폐색전증, 정맥내 혈전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강력한 경고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 예방서비스 특별업무팀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폐경 여성의 심장질환, 골다공증 또는 기타 질환을 예방하려고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의 많은 수가 호르몬 대체 요법을 하고 있으며 이것의 심각성은 권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호르몬제가 골다공증을 비롯하여 여성들의 많은 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호르몬이라고 하는 것은 몸의 필요에 따라, 몸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혈액 중에 분비되었다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분명 여성 호르몬은 뼈에서 지나치게 칼슘이 빠져 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이것은 체내 환경에 따른 적절한 판단이며 다른 호르몬들과의 균형에 의해서 분비량이 조절된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 나오고 있다면 나올 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뼈와 치아의 칼슘을 유지하는 것보다 혈액 중의 칼슘 농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생명과 직결되어 더욱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뼈 하나만을 생각하고 여성 호르몬제를 먹어 뼈에서 칼슘이 빠져 나오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해도 혈액 중에 칼슘이 부족하게 되면 혈액은 산성화되고 혈관에 콜레스테롤은 침착하여 동맥 경화를 일으키고 혈압을 올리고 암세포를 성장케 한다. 뼈가 많은 양의 칼슘을 잃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혈액을 산성화시키는 음식들의 섭취와 스트레스에 있는 것이다.
얼굴에 열감이 생겨 후끈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나고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증상 등 갱년기 장애를 심하게 앓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젊었을 때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갱년기 장애가 발생하는 것도 아닌 것을 보면 우리 삶의 양식의 커다란 변화로 인해 현대 사회에 만연되어 가고 있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이며 심신의학자인 크리스티안 노스럽 박사는 그의 저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서 여성은 폐경이 되어도 부신을 비롯한 다른 신체 조직에서 더 많은 양의 여성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말하고 있다. 폐경과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의 저하에 의해 골다공증과 골절의 위험이 높아질 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즉 젊었을 때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의 기능이 저하되게 되면 폐경 이후에 만들어져야 할 성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되어 신체는 갑작스런 환경에 적응해야 되기 때문에 불쾌한 증상들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에서는 코티졸,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 호르몬은 뼈에서 칼슘을 녹여낸다. 뿐만 아니라 부신의 기능이 차츰 지치게 되면 폐경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커다란 갱년기 장애를 가져오게 한다.
그런데 여성들의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모두 마음의 병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너, 다른 남편, 다른 아이들, 다른 부모 때문에 마음의 그늘을 가지고 산다. 사람은 다양하고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인연이 맺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그 속에서 서로 하나가 되고 싶고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본래가 둘이 아닌데 우리는 너와 내가 너무 다르다는 전제 하에 부질 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모두 항상 똑 같은 마음, 나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기보다는 사람의 관계 속에 확인하는 것은 허무함과 허탈함뿐이다. 이것 또한 사람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욕심 그 이상이 아니다.
욕심에는 경제적인 욕심, 지적인 욕심, 명예와 성공에 관한 욕심, 건강에 관한 욕심뿐만 아니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욕심도 포함한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돈, 명예, 학위, 건강 등을 얻지 못해도 좌절하지만 가장 큰 상처는 사람간에 일어나는 절망감이다. 이런 절망감은 살고 싶지 않음이라는 메시지를 몸에 지속적으로 보내게 되는데 이거야말로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마음의 집착과 욕심은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해악이라 할 수 있다. 탐욕스런 마음,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면 성인의 길을 따를 수 있다 했는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에 앞서 건강한 신체를 보존하며 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식생활의 개선과 마음의 조절은 나무의 가벼운 가을 차림새처럼 인생의 가을이라는 폐경을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다. 전세계적으로 육류와 우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에서 골다공증과 골절의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우연한 일치의 일이 아니다.
도정하고 정제하지 않은 다양한 통곡식과 채식 위주의 식사, 콩과 해조류의 식품을 충분히 먹어가며 견과류, 씨앗류의 식품을 통해 영양의 균형을 찾고 신체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폐경기라는 인생의 어느 정점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신체의 변화들 또한 있는 그대로 지켜보며 견디어낼 수 있다고 본다.
자연의 변화를 보면 내 몸의 변화를 알게 되고 이것은 삶의 지혜로운 메시지가 된다. 자연은 욕심이 없다. 현대인의 병은 모두 자연의 삶을 배우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자연의 품 속으로 돌아가 자연이 주는 먹거리를 먹고 자연의 속도에 내 몸을 맞추며 마음의 욕심을 낙엽 떨구듯 버려가며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고자 한다면 노화와 질병, 죽음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는 한층 담담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