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와 분노

건강교실

2007-10-04     관리자

육식에 대한 허용과 금기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발생 동기를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소고기 먹는 것을 금기시하고 유대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 섭취를 금지하는 반면, 기독교에서는 말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세계의 4대 종교 안에는 음식에 대한 규정과 각기 다른 육류 섭취에 대한 금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당시의 생활 조건과 지역적 환경 조건, 문화적·역사적 환경 속에 결정되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인도의 소들은 쟁기를 끌며 농사를 짓게 해주었으며 사람들에게 우유를 제공해 주었다. 인도에서 소를 숭배하는 이유는 이렇게 식량 생산과 경제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고, 이슬람권이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데에도 비용 대비 이득을 고려한 중동 지역의 환경 조건을 반영한 것이라고 난 멜링거라고 하는 철학자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종교적 금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고기를 먹기를 바랐었고 현대의 대량 사육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소와 돼지 고기, 닭고기를 원하는 육식 애호가들은 날로 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육식의 허용과 금기를 만들어낸 것은 사회 지도층과 권력층들이었으며, 고기의 독점과 허용은 대체로 그들에게만 귀속되는 것이었다. 왕과 양반, 권력층들만이 고기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고기를 주는 것은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먹고 다양한 육류를 즐기는 것에 따라 사회적 신분 상승의 착각을 갖기도 하기 때문에 육식 문화는 날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이런 육식 문화의 확산은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사육 동물의 대량 생산 시스템은 옛날과 같은 고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소들은 풀이 아닌 밥을 먹고 있고 밀집된 사육 환경 속에서 성장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맞아가며 덩치만을 키워간다.
고기는 예전과 같이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품이 더 이상 아니다. 초식 동물에게 풀이 아닌 곡물 사료를 주고 밀집된 환경 속에 활동량을 제한시켜 버리면 지방 합성이 4배나 증가하게 된다. 육식 문화의 확산은 우리 몸을 지방 덩어리로 채워 버리고 각종 화학 물질로 범람하게 만들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산림은 마구잡이로 베어지고 덕분에 지구는 자정 능력을 잃고 홍수와 가뭄, 이상 기온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육 동물이 배설하는 분뇨와 메탄 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소들이 먹어 치우는 곡물의 양은 전 세계 기아를 해결하고도 남는 양이라고 한다.
동양인들은 조상 대대로 곡류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왔었다. 지역적으로 축산과 낙농이 어려운 환경이기도 했으며 종교적 전통과 금기로 우리에게 육식 문화는 낯설은 것이었다.
이런 역사적 형성 속에 우리는 전통적인 음식에 익숙해져 있고 육류의 단백질을 분해시키기 위한 소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그리고 잦은 육식의 섭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하였고 이로 인해 만성 질환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수천 년, 수만 년 동안 전통적인, 그리고 지역적으로 생산된 음식에 더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식생활의 변화는 유구한 세월의 역사에 비해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라 할 수 있다.
고기가 단발적인 힘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육식을 하면 힘이 나고 부부 관계도 좋아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언론에서 육식의 폐해를 말해도 육식 섭취를 줄여가기에는 육식에 길들여진 너무나 개인적인 경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고기의 단백질들은 췌장의 글루카곤이라는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고기의 단백질이 분해되어서 아미노산이 되고 이것이 다시 에너지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의 자극으로 혈당을 바로 올리는 강력한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즐겨 먹고 끼니를 굶었다가 폭식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저혈당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더 고기에 탐닉하게 되는 것은 육류 단백질의 혈당 상승 작용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혈당이 떨어지면 정신은 혼미해지고 전신의 힘이 빠지고 손발은 후들거리고 불안하고 초조함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배고픔을 참지 못하게 되고 혈당을 빨리 올리게 해주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들, 육고기와 커피 등을 탐닉하게 된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신체의 균형을 이미 상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몸 안에서 혈당을 만들어내는 탄수화물의 섭취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혈당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신체의 비상시의 기능이라는 것이다.
즉 몸안의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은 밥을 제 때 먹지 못했거나 에너지의 소모가 많을 때, 도둑놈이 쫓아 오거나 호랑이가 쫓아 오는 것과 같은 긴박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몸이 도망가고 싸우기 위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분비되는 것이다.
이런 비상시의 기능, 순간적인 각성 기능을 육식으로 인해 힘이 나고 건강해지는 것으로 착각하여 시도 때도 없이 써버리고 있는 셈이다. 몸이 비상시에 분비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특수한 상황에 몸이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존재하는 수단이므로 이는 굉장히 강력하고 공격적이다.
노자는 “강하고 딱딱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연하고 부드러운 것은 삶의 무리이다.”라고 말했다. 육식을 통해 우리 몸이 고기의 콜레스테롤과 과다한 지방으로 혈액이 혼탁해지고 뼈에서 칼슘과 같은 미네랄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몸 안의 만성적인 긴장과 수축을 야기하여 죽음의 무리로 안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몸 안에서 누가 나를 열받게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먹은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쉽게 분비하는 경향으로 되어 버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의 성격도 공격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의 분노는 어떠한 상황을 자신이 용납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더 커질 수 있는데, 평상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체의 기관을 혹사시키게 되면 정작 위급한 스트레스 상태에 빠졌을 때 마음은 아닌데 몸이 따라가지 않게 되어 긍정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더 많은 분노와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
옛말에 개는 패서 잡아 먹어야 맛있다고 한다. 개를 패게 되면 개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 호르몬은 고기의 질긴 단백질을 분해하게 되어 부드럽고 먹기 좋게 만들어 준다.
미각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경험적으로 느끼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물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 이루어지는 도살 현장 속에서 만들어지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함께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동물의 분노와 원한까지 함께 먹고 있는 셈이다.
현대의 밀집된 사육 시스템은 소나 돼지나 닭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 환경 속에 놓여 있고, 극도로 예민해진 대부분의 동물들은 유방암과 폐렴과 백혈병을 앓기도 하는데 정신적으로 날카로워진 동물들이 서로 자신의 동족들을 해쳐 농장주들은 소들의 뿔을 뽑아 버리고 돼지의 꼬리와 닭의 부리를 잘라 낸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는 평화로운 들녁에 한가로이 풀들을 뜯어 먹고 있는 그런 소들의 고기가 아니다. 요즘의 동물들은 어떠한 시대의 동물들보다 더 많이 화가 나 있다. 그들의 분노와 원한, 두려움과 공포까지 먹게 되는 그런 고기들을 더더구나 자주 먹게 되면 내 몸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가득 채워지고 말 것이다.
고기를 많이 먹고 자주 먹으며 마음을 편히 다스릴 수 있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육류의 섭취를 줄여 나가는 일은 내 마음의 분노를 줄여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