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상이 구도의 삶

특집/이번 생에 나의 일

2007-10-04     관리자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은 불교에 입문하고 마음공부를 시작한 30대 중반 이후 부터이다. 그 전에는 요만큼의 목표를 정하고 그 고지를 향해 정신없이 달리고, 한 고지에 오르면 그 다음 단계를 향해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형상으로 단거리 경주처럼 인생을 살았다.
일에 대한 집착과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았고, 남과 나를 분리하는 벽을 쌓아 갈등과 번민도 많았다.
우리 가족은 함께 불교에 입문하고 마음공부를 하는 도반이 되었다. 미국 생활 3년 동안에도 일요일마다 절에 가는 일, 스님의 법문을 듣는 일, 매일 경을 읽고 참선을 하는 일 등이 제일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매일 정진하고 보시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였는데 미국에서도 신기한 체험을 많이 하였다. 여행 가려고 구태여 애쓰지 않아도 여행할 기회가 왔고, 어떤 지역에 도착하면 비와 안개주의보가 있었는데도 갑자기 걷히거나 폭설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 산에도 햇빛이 쨍쨍하면서 들어갈 수 있게 되고, 여행 도중에 자동차 가스가 떨어져 막막할 때 어떤 사람이 나타나 입으로 기름호스를 빨아서 우리 차에 기름을 넣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은 워싱턴에 있고 나는 보스톤의 하버드 로스쿨에서 1년간 공부할 때, 대행 큰스님의 법문 테이프를 이어폰으로 듣고 다니며 들었다.
로스쿨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천수경을 읽은 후 비둘기와 다람쥐에게 모이를 주러 다니고, 밤에는 홈리스들에게 잔돈과 먹을 것을 갖다주는 일과도 같이 했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삶의 그 순간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로스쿨 졸업을 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도 한 번 만에 합격을 하였을 때 불보살의 가피로 이루어졌다고 느꼈다.
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내가 배운 지식을 한국사회 발전과 사회공익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4년 째 담배소송, 담배성분정보공개소송, 군산윤락여성 화재참사사건 등 무료 공익소송을 맡아 왔다. 보이지 않는 데서 말 없이 해야 하는 부처님 심부름 역할도 많다. 이것을 통해 나는 나의 아상을 조금씩 벗기고 보살행을 실천하며 구도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밤에는 남편과 함께 금강경을 독송하고 아침에는 반야심경을 독송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정진합시다.”가 우리 부부의 인사다. 아들은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인생의 근본문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장래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어한다.
미국 워싱턴DC에서 내가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때인데, 때마침 그곳에서 열린 우주과학자 회의에 참석한 우주과학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는 우주과학 분야에서 최고로 알려진 칼텍(California Techonology) 출신이었는데, 내가 우리 아들이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어한다고 말하자 그 과학자는 우리 아들을 위해 많은 조언을 주었다. 참 세상에는 우연이란 하나도 없다고 믿는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생에서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전 세계인의 평화문제, 난민문제, 기아와 질병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 일하는 국제인권기구에 종사하고 싶다. 유엔사무총장,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등을 볼 때마다 전생에서 많은 복덕을 쌓고 마음차원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나에게 남은 인생 동안 이런 염원을 내고 이생에 못하면 다음 생에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생에서 나는 변호사로서 지적 재산권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 나는 그 동안 법률분야에서 특별한 전문분야를 정해 놓지 않고, 언론법, 여성인권, 국제인권, 인터넷법, 저작권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법률도 전문분야별로 엄청나게 복잡하고 급속하게 발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의 판례와 이론을 꿰뚫어야 하는데 한 분야를 깊이있게 공부를 계속하지 않으면 전문가가 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지적 재산권 분야를 더 깊이있게 연구하는 데 시간을 집중하고 싶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나이 70대의 원로 법조인이 40대 중반의 변호사에게, “내가 그 당시에 인생을 다 살았다 생각하고 실컷 놀자고 마음먹고 살았는데 정말로 후회가 된다. 40대 중반은 결코 늦지 않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참나가 나에게 주는 격려 메시지같이 느껴졌다.
틱낫한 스님과 달라이라마 스님의 책도 자주 읽는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삶을 절제있고 단순하게 사는데 아주 도움을 받는다. 의식혁명이라는 책에서는 생명체의 정신 차원을 1~1000으로 분류하고 보통사람의 의식수준은 200이고 부처님과 같은 성인의 정신차원은 1000이며, 마하트마 간디와 같이 성인의 정신차원은 600 정도로 분류하고, 보통 사람이 일생 동안 노력해서 정신차원을 레벨업할 수 있는 것이 5점 정도가 된다고 했다.
윤회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윤회의 목적은 이 세상의 경험을 통해 완성된 경지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삶의 목표를 이 생만으로 맞추지 않는다. 살아가는 일상이 구도의 삶이고, 내가 만나는 모든 것이 스승이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위해 마음을 내줄 수 있는 정신능력을 키우고, 결국 남과 내가 둘이 아닌 경지를 향해 정진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