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세계] 화엄경의 구성과 내용 2

華嚴經의 世界[2]

2007-10-03     관리자

[6]이 경의 구성과 내용

옛날부터 화엄종에서 소의(所依)로 하고 있는 것은 80화엄이 아닌 60화엄이다. 80화엄과 60화엄은 이 경을 설했던 장소는 대동소이하나 각 품의 배열순서가 약간씩 다르다. 여기서는 60화엄경을 중심으로 그 구성과 내용을 약술해 보고자 한다. 이 경은 7처 8회 34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전반부와 후반부의 2면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 1 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에서부터 제 3 이세간품(離世間品)까지가 전편에 해당하고 제 3 • 4품인 입법계품(入法界品)은 후편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은 장소를 7번이나 옮겨 가면서 8번을 설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한 장소에서 두 번 설법한 것이 되는데 그곳은 보광법당(普光法堂)이다.
보광법당은 부처님께서 처음 진리를 체득하신 보리수나무 아래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한다. 성도 후 두 번째와 일곱 번째의 설법을 이곳에서 하셨던 것이다.
이 경은「내가 이와 같이 들었노라. 한 때 부처님께서 마갈제국의 적멸도량에 계시사 처음 정각을 이루셨는데 그 땅은 금강으로 장엄되어 있고…」라는 문구로 시작되고 있다.
처음의 2품은 적멸도량에서 설하여졌는데 여기서 품이란 장(章)이란 의미로 봐도 좋다.

적멸도량회(寂滅道場會)설법

제 1 회인 적멸도량회(寂滅道場會)에서는 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과 노사나불품(盧舍那佛品)이 설해졌는데 정각을 이루신 비로자나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찬란한 광명만 놓고 계신다. 그곳에는 보현보살을 위시해서 보덕지광보살, 보명사자보살, 보승보광보살 등 무수한 보살대중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노사나불의 숙세의 선우(善友)였다. 이들 보살의 이름이 나열된 후 금강역사를 위시한 34종류의 외호신들이 나온다.
즉 큰 서원을 세워 부처님을 외호하겠다고 한 금강역사(金剛力士), 여래를 위해 항상 법당을 장엄하겠다는 용신(龍神)과 거세에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원행(願行)을 닦은 지신(地神), 일체중생을 부지런히 지켜주는 귀신왕, 지혜로서 일체중생이 더없이 높고 보배로운 마음을 내게 해주는 일월천자(日月天子) 등등 34중(衆)의 외호신들의 이름이 열거되고 있다. 이들 34중은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고 보니 이들은 모두 법계를 장엄하는 장엄신들이었다 한다.
적멸도량에 모인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이루신 무상정각(無上正覺)을 찬탄하고 일체세계가 진동하여 서광을 보이는 것으로서 이 세간정안품의 1장이 끝난다.
다음 노사나불품에서는 부처님께서 미간의 백호 상에서 찬란한 광명을 발휘하시고 그 빛을 받아 보현보살이 여래정장삼매(如來淨藏三昧)라고 하는 삼매에 들어가 부처님의 신력(神力)을 받아 설법을 하는데 이는 참으로 재미있는 구상이다. 화엄경은 부처님께서는 일구(一句)도 설하지 않고 해인삼매에 들어가 백호 광명을 놓으실 뿐이며 보현문수 등 대보살들이 부처님대신 자내증(自內証)의 세계를 설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이다.
화엄에서는 인분가설(因分可說), 과분불가설(果分不可說)을 얘기하는데 즉 부처님께서 증득하신 그 자내증의 세계는 문자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며 다만 인연소생의 과정만 언설로서 설명되어질 수 있다고 한다.
저 신라 의상스님께서도 그 깨달음의 경계는 증득해 깨친 자만이 알바지 다른 경계가 아니라 하셨다.<証智所知非餘境>그러므로 정각을 이루신 부처님께서는 삼매정중에 계시고 대신 보살이 설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노사나불품에서는 연화장세계를 말하고 이 연화장 세계는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한량없이 오랜 세월동안 보살행을 닦고 장엄하신 곳이라 설하고 있다.
이것으로 제 1 적멸도량회에서 이루어진 1장 2막의 드라마는 막을 내리고 설법장소는 제 2장의 보광법당으로 옮겨진다. 이상은 화엄경의 서설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보광법당회 설법

제 2 보광법당회에서는 여래명호품(如來名号品)에서 현수보살품(賢首菩薩品)까지의 6품이 설해진다. 제 1회 적멸도량회의 주인공이 보현보살이었음에 대해 보광법당회의 주인공<說主>은 문수보살이 된다. 제 2장은 막이 오르면 마갈다국의 보리수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광법당의 전경이 펼쳐지며 이곳에서 연극(설법)이 시작된다.
부처님은 여전히 묵묵히 앉아 광명만을 놓고 계시면 문수보살을 우두머리로 해서 여러 보살들이 운집하고, 게(偈)로서 부처님의 깨달음을 찬탄한다.
여래명호품에서는 부처님의 명호가 한량없이 많은데 그 이유는 부처님의 덕이 한량없이 많고 그 용(用)이 한량없기 때문이라고 문수가 설한다. 4제품에서도 부처님의 명호가 가지가지 있는 것과 같이 사성제(四聖諦)라 불리는 고(苦) 집(集) 멸(滅) 도(道)도 가지가지 다른 명칭이 있음을 설하고 있다. 여래광명각품(如來光明覺品)에서 부처님의 광명이 온 세계에 가득 차 있으며 허공계까지도 충만해 있음을 말하고 제 6막의 보살명난품(菩薩明灘品)에서는 열 가지의 심심한 것<十甚深>을 문답식으로 설하고 있는데 열 가지의 심심한 것이란 연기(緣起) • 교화(敎化) • 업과(業果) • 설법(說法) • 복전(福田) • 정교(正敎) • 정행(正行) • 조도(助道) • 일승(一乘) • 불경계(佛境界) 등을 말한다.
그러면서 지식이나 문자로서는 아무리 많이 듣는다 해도 여래의 법(法)에는 들어갈 수 없음을 비유를 들어 설하고 있다. 즉 아주 빈궁한 사람이 밤낮으로 남의 보배를 아무리 세어도 자기 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반전(半錢)도 없음과 같이 자기의 참다운 닦음이 없이 남의 얘기만 듣는 것은 아무런 소득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 7 정행품(淨行品)에서는 문수보살이 믿음<信>에 의한 행(行)을 4구의 게송으로 설하고 있으며 유명한 삼귀의례게(三歸依禮偈)기 나온다.
제 8 현수보살품에서는 문수보살의 물음에 대해 현수보살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깨끗한 믿음<淨信>에 의해 얻어지는 광대무변한 덕과 열 가지의 삼매를 설하고 있다. 이상의 연극무대 <설법장소>는 지상에서 이루어졌는데 제 9품부터는 무대가 천상으로 옮겨진다.

도리천궁회(忉利天宮會)설법

세 번째 무대가 되는 도리천궁회(忉利天宮會)에서는 불승수미정품(佛乘須彌頂品, 제9)에서 명법품(明法品, 제14)까지 6품이 설해지는데 불승수미정품은「이때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보광법당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수미의 꼭대기에 오르시사 제석궁으로 향하셨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부처님께서 보광법당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라는 문구로 시작되고 있다. 천상인 수미정에 오르셨다고 하는 표현이다. 어찌 지상을 떠나지 않고 천상에 오를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인데 탐현기(探玄記)에 보면 불신은 일체 처에 편만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며 부처님의 부사의한 덕에 의해 가능하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선정(禪定)의 상승과 하강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제 10 보살운집묘승전상설게품(菩薩雲集妙勝殿上說偈品)에서는 열 명의 보살을 위시해서 무수한 보살이 모여들고 부처님께서는 양족(兩足)사이에서 백천억의 묘색광명을 놓으시어 묘승전에 있는 여래대중을 비춘다. 그러면 열 명의 보살이 차례차례로 계를 가지고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는데 법혜보살이 이때의 설주(說主)가 된다. 법혜보살에 이어 차례차례로 열 명의 보살이 나와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며 법을 설한다. 장면이 제 11 보살십주품(菩薩十住品)으로 바뀌면 법혜보살이 정(定)에서 나와 보살의 종성(種姓)은 심심광대해서 일체법계에 두루 있으며 일체 보살의 종성은 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종성에서 나온 것이라 하고 주(住)에 대해 열 가지로 나누어 설한다.
그 10가지란 1. 초발심주(初發心住), 2. 치지주(治地住), 3. 수행주(修行住), 4. 생귀주(生貴住), 5. 방편구족주(方便具足住), 6. 정심주(正心住), 7. 불퇴주(不退住), 8. 동진주(童眞住), 9. 법광자주(法光子住), 10. 관정주(灌頂住) 등을 말한다.
초발심(初發心)이란 처음으로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 즉 위로는 구경의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일체 중생을 교화하겠다고 하는 그 마음을 말한다. 이 초발심이 십주(十住) 가운데 최초의 단계며 보살도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발심하는 것이다.
화엄에서는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성일체성(一成一切成)을 말하기 때문에 이 초발심의 위(位)에 이르면 구경위(究境位)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발심시변성정각(初發心時便成正覺)이라 하지 않는가.
여기서 말하는 초발심은 믿음<信>을 전제로 한 것이며 믿음이 충만하면 부처를 이룬다고 하는 신만성불(信滿成佛)의 믿음<信>을 말하는 것이다.
둘째, 치지주(治地住)의 치지란 대자비심으로 부지런히 배우고 수도하는 것을 말하며 셋째, 수행이란 일체 법에 밝고 깨끗한 지혜를 증장하는 것이고 넷째, 생귀(生貴)란 보살은 일체의 성스런 진리와 올바른 가르침에서 나온 존귀한 존재로서 생사를 분별할 줄 알고 열반을 분별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다섯 번째인 방편구족(方便具足)이란 법을 듣고 그로 인해 얻은 지혜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모든 방편을 갖추고 있음을 말한다. 여섯째, 정심(正心)이란 부처님과 그 가르침, 보살 등을 누가 찬탄하는 것을 듣던 비방하는 것을 듣던 마음이 반석과 같이 굳어 움직임이 없는 것을 말하며 일곱째, 불퇴전(不退轉)이란 부처님과 그 법, 보살 등이 있다, 없다 하는 소리를 들어도 동요됨이 없이 불법에서 퇴전치 않는 것을 말한다. 여덟째, 동정(童貞)이란 신구의(身口意)의 삼업이 동자와 같이 순진하게 된 것을 말하며ㅕ 아홉째, 법왕자란 법왕이 행하는 바를 알고 제법(諸法)중에 제1의제(第一義諦)를 깨닫는 것을 말하며 마지막 열 번째, 관정(灌頂)이란 광자가 관정식에서 왕위에 오르는 것과 같이 보살이 모든 지혜를 얻어 최고위의 주(住 )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제 12 법행품(梵行品)인데 범행이란 깨끗한 행으로서 출가인의 계행을 말한다. 정념천자(正念天子)의 물음에 대해 법혜보살이 법행을 설하고 있는데 열 가지의 깨끗해야 하는 행이란 1. 신(身), 2. 신업(身業), 3. 구(口), 4. 구업(口業), 5. 의(意), 6. 의업(意業), 7. 불(佛), 8. 법(法), 9. 승(僧), 10. 계(戒) 등이다.
신구의(身口意)의 삼업을 청정하게 하고 불법승(佛法僧) 삼보를 신봉하고 계율을 철저하게 지켜야 함을 설하고 있다.
다음 제 13 초발심공덕품(初發心功德品)인데 이곳에서는 발심함으로 해서 얻어지는 공덕이 무량함을 설하고 있다. 제 14 명법품(明法品)에서는 법의 근본은 게으르지 않음<不放逸>에 있음을 밝히고 게으르지 않음으로 해서 자리와 이타를 다하게 되며 삼보가 널리 흥하게 됨을 설하고 있다. 이곳에서 보살이 행해야 할 열 가지의 바라밀(婆羅蜜)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열 가지의 바라밀행은 생략하기로 한다. 이상으로써 1막 6장으로 구성된 도리천궁회의 막이 내리고 장소는 야마천궁으로 옮겨지게 된다.

야마천궁회(夜摩天宮會)설법

제 4 야마천궁회(夜摩天宮會)에서는 4품이 설해졌는데 그 첫 번째가 불승야마천궁자재품(佛昇夜摩天宮自在品)이다.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도수(道樹) 및 제석궁(帝釋宮)을 떠나지 않으시고 야마천의 보장엄이란 궁전에 오르셨다. 막이 열리면 야마천왕이 궁전에 사좌가 그려진 의자를 놓고 모든 장엄을 해서 꾸민 후 부처님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회(前會)에서 신(信)과 주(住)가 설해진 반면 이때부터는 행(行)이 설법의 주제가 된다. 이곳에서는 열 명의 보살이 차례로 나와 게송을 지어 부처님을 찬탄하는데 2품에 그 유명한 유심게(唯心偈)가 나온다. 마음이란 그림을 그리는 미술사(美術師)와 같아서 갖가지 그림을 그려 일체 세간 중에 그리지 않는 것이 없다. 마음의 부처도 그러하며 부처의 중생도 또한 그러하다.
그러므로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이 전연 차별이 없는 것이다. 모든 부처님은 일체만유가 마음을 쫓아 생긴 것임을 아시며 만일 이와 같음을 알면, 그 사람은 참 부처를 본 것이라고 하는 유심게가 나온 후「만일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아 구하고자 할진대 마땅히 이와 같이 관해야 하느니라. 이 마음이 모든 여래를 만든다. <若人欲求知 三世一切佛 應當如是觀 心造諸如來>」라고 하는 문구로 이어진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