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술래잡기

특집/ 날마다 새 날

2007-10-02     관리자

생활 환경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거의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소외감, 또는 공허감을 느낀다. 남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자신만 외롭고 쓸쓸하다고 여긴다.
고독에 젖어 불우한 자신을 원망해 보기도 하고 시대와 사회를 탓해 보기도 하지만 별 신통한 것이 없다. 술을 마셔봐도 그렇고 이성을 찾아 나서 봐도 마찬가지다. 되돌아오는 것은 반가운 미소가 아니라 고독의 그림자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행복은 어디에 숨어서 나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행복은 ‘술래’, 나는 ‘잡기’.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은 물질의 풍요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행복의 조건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고 누추한 것보다는 화려한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부(富)의 망념에 사로잡혀서 하염없이 돈을 모으고 과시하려는 것은 천박한 행복의 추구다. 외형적 사치와 출세주의도 마찬가지고 실상이 없는 허명(虛名)을 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행복이 깃들 만한 곳이 아니다.
어쩌면 행복이란 우리에게 있어서 향유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실의 삶이 고통스럽고 불행하니까 갈망하는 하나의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마저 절망으로 변한다면 삶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유형의 물체를 찾아 나섰지만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행복은 있는 것인가? 우리의 시야에 보여지는 행복, 물질의 풍요를 통한 행복은 정말 있는 것인가? 그런 행복은 이 세상엔 없다. 그렇다면 이제 행복의 술래잡기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만 할 것 같다.
현재의 생활에서도, 미래의 생활에서도 행복은 찾기 어렵다. 자기 자신 이외의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행복은 가슴에 있다. 행복은 마음의 평화에 있다. 불행을 겁낼 때, 미래를 걱정할 때, 지나친 집착과 탐욕에 매달릴 때 우리는 이미 불행과 동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불행의 씨앗은 공교롭게도 욕심과 욕망에 있다. 욕망은 항상 불평과 불만을 동반한다. 마음 속에 불평과 불만을 쌓아가고 있는 한 행복의 꽃은 늘 소외당한다.
행복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데 있다. 잘되겠다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그 이상 행복은 없다. 마음은 무욕하게, 그리고 현실은 좀 바쁘고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만일 그것이 행복이 아니라면 둘 중 누구 하나는 정신적 허영과 사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나간 일을 반추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추억에 너무 상념하는 것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너무 걱정하는 것도 불행의 씨앗이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추억이나 염려보다는 현실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이 행복한 삶의 방법이다.
귀찮아서, 사회와 부딪치는 것이 싫어서 하루 하루를 안주하다 보면 어느새 세월은 40을 넘고 50을 넘는다. 이윽고 나약함이 뒤를 쫓아온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절반의 인생을 포기해 버린다. 참으로 안타깝고 위험한 일이다. 가장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 대상은 바로 나약함이다. 나약은 인생을 패자로 만든다. 용기를 가지고 나약함에 도전해야만 한다. 만용이라고 생각할 것까지는 없다. 나약해 하지도 말고 게으름도 피우지 말고 열심히 현실을 살아간다면 그대는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지나친 의욕도 자신의 삶을 돌아볼 틈을 없게 만들지만, 지나친 한가(閑暇)도 번민과 망념을 일으킨다. 한가한 시간적 여유는 하루에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현실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은 떳떳한 이유가 아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TV와 마주하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주말도 있다. 여기서 더 한가로움을 찾는다면 나태하고 무기력해진다. 무엇이든 적당한 조율이 필요하다.
행복과 불행은 늘 자신의 주변에서 공존한다. 행·불행의 차이도 생각보다는 별로 크지 않다. 내 마음이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행복이 다가오고 불행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불행한 일들만 몰려온다. 불행하다고 느낀 것들은 하나둘씩 강물에 흘려보내고 행복하다고 느낀 것들은 하나둘씩 가꾸고 기르고 쌓아 가는 것이다. 그러면 행복은 항상 내 곁에서 맴돌게 된다.
참된 행복은 어두운 생활에서는 꽃피지 않는다. 속임수의 생활에서도 꽃피지 않는다. 지나치게 완벽하고 모난 생활에서도 꽃피지 않는다. 각박한 생활에서도 꽃피지 않는다. 곡선과 직선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생활이건 길이건 예술이건 아름답지 못하다. 아름다움이 행복을 만든다. 조화로움이 행복을 만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거문고의 비유처럼 너무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줄을 골라서 아름다운 삶을 연주하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 음악의 하모니야말로 행복의 이상향, 극락이 아니겠는가.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해마다 이맘때면 거리가 요란스럽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린 다시 밝은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현실과 이상 그 어느 곳에서든 아름다운 목표를 가지고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다듬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