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곧 부처님이다

천수경 강의 6

2006-11-12     관리자

경문
개경게(開經偈)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受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

가장 높고 깊고 미묘한
부처님의 진리
백천만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워라.
내가 이제 보고 듣고
간직하게 되었으니
원컨대 여래의 진실한 뜻을
알아 지이다.

불교는 행복과 평화의 근원

개경게(開經偈)는 ‘경을 여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의 진리는 깊은 뜻이 담겨있기에 소홀히 흘려보지 않기 위하여 노래로써 마음을 가다듬고 진실한 자세로 경을 열게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진리는 참으로 높고 깊어 박복한 중생들은 쉽게 불문에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이 문에 들어오려면 먼저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진리는 ‘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진리를 터득하려면 나(我)를 내세우면 안 됩니다.

그래서 초심자에게 제일 먼저 절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절, 즉 예배를 통하여 진리 앞에 겸손해지고, 허망한 집착이나 잘못된 견해, 세상의 그른 지식들을 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편협한 지식을 가지고 불문에 들어오면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식대로 이해하기 때문에 진리의 진수를 맛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불법은 만나지 못해서 만나기 어려운 것이 아니고 진리의 뜻을 바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만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겁’은 무한한 시간을 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가로둘레 40리, 세로둘레 40리인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있는데, 그것이 다 닳으면 ‘1아승지겁’이라 하고 이를 줄여서 1겁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1겁도 무수한 세월인데 백겁이나 천겁, 이렇게 긴 세월을 중생으로 윤회하면서도 불법은 만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탐진치 삼독심에 물들기는 쉬워도 거기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조금만 마음 닦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도 그것이 원인이 되어 날 때마다 마음 공부를 좋아할 것인데 방탕에 끌려서 한없는 세월을 윤회하며 성인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입니다.

또 불법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나 정법은 약한 듯하고 사법이 흥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디의 사티아그라하(진리의 실험) 운동에서 보여주듯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게 되어있습니다.

지구상에 많은 종교가 있으나 모두 원시적인 종교행태를 못 면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의 문제는 얼마든지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신과 같은 절대자에게 매달리게 하여 사람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나약하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은 약해지고 뜻밖의 기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에게는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영묘한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이 곧 신이고 인간의 심성이 곧 불성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역사는 남아있으나 ‘신’의 역사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마음을 다루는 종교는 정법이고 그렇지 않는 종교는 사법이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삿된 법이 흥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법은 만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불자이면서도 아직 불법을 만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법문의 진수를 체험하지 못한 사람도 불법을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불자들이 다 불법을 제대로 체험하였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불자라면 당연히 부처님의 진리를 알아야 합니다.

불교를 아는 것이 곧 힘이요, 행복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하고, 바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 한 사람이 불교를 바로 알고 있을 때 전체가 불교를 바로 알게 되고 결국 이 땅이 평화롭게 되는 것인 줄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진리를 바로 아는 순간 인생의 큰 고뇌를 벗어버리고 해탈의 경지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탈을 얻기 위하여 절에 다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3년,10년, 20년을 넘게 절에 다녔으면서도 부처님이 누구인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말하지 못한다면 이것이 바로 불법을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껍데기 불교를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을 모르고 불교를 믿으니 자식 따라 개종하게 된다

어떤 가난한 불자가 있었습니다. 얼마나 가난하였는지 슬리퍼 한 쪽이 찢어져 못 쓰게 되어 짝짝이 슬리퍼를 끌고 절에 기도하러 다닐 정도였습니다. 너무 가난하였기에 “부처님 제발 먹고 살게 하여 주십시오. 아이들 학교에만 가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20여 년을 하루같이 부처님께 빌었습니다.

부처님은 영험하고 자비하신 분이라 그 불자는 정말 가피를 입어 아이들도 다 대학을 보내었고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재산도 모았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기에 다 좋은 말씀을 배우겠지 하고 놔두었더니 클수록 불교는 미신이니 개종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곤 하였습니다. 그 때마다 “내가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설명은 못하겠다만 어쨌든 너희들이 건강하게 성장하여 대학에 가고 우리가 먹고 살게 된 것은 다 부처님께 기도한 덕이다.” 하고 말하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신학대학교에 가게 되었고, 그 후 목사가 되어 교회를 내게 되자 믿는 것은 매일반이라며 드디어 개종을 하였던 것입니다. 개종하기 전 이 분은 주지스님께 노골적으로 법문을 안 해주기 때문에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주지스님도 뒤늦게 일리 있다고 생각하여 법사스님을 초빙하여 법문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만 짧은 시간에 그것도 늦게 부처님 말씀을 배우려 하니 머리에 잘 들어가지도 않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던 터라 전혀 느낌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을 위하여 평생을 빌어주던 노스님이 돌아가시자 개종한 것입니다.

그 분은 믿음은 다 같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같지 않습니다. 불교는 마음을 믿고 진리를 믿지만 기독교는 신을 믿습니다.

그 목사 아들은 불교가 미신이라고 줄기차게 강조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종교야말로 보이지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신을 믿는 종교였던 것입니다. 하찮은 것이라도 애착을 가지고 있으면 버리기 어렵습니다. 어리석음이 깊으면 무엇이 바른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합니다. 진리가 비어있는 것인 줄 모르면 끝없이 대상에서 진실한 것을 찾아 헤맵니다.

그러나 대상에서는 진실을 찾을 수 없습니다. 대상은 곧 무너지게 되어있습니다. 진실은 마음에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문제도 만들고 답도 찾는 것인 줄을 알아야 합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현대불교사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 기도하여 자식들은 다 판사, 검사, 사장으로 훌륭하게 키워놓았지만 그 자식 때문에 불교를 등져야 했던 수없이 많은 과거의 불자들은 불교에 입문은 하였지만 불법을 만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이들이 모두 산 증인들입니다.

자식들이 “어머니 절에 왜 다니세요?”라고 물었을 때, “다 너희들 잘 되라고 다니지.” 여기까지는 잘 대답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그럼 부처님은 누구예요?” 하고 물으면 말문이 막힙니다. 20~30년을 절에 다녀도 부처님이 누구인지 모른다니 말이 됩니까? 정말 미신을 믿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쩌면 맞는 말입니다.

불법을 모르고 불교를 믿으면 그것은 미신이나 다름없습니다. “부처님은 너의 마음이다. 네 마음속에 있는 깨끗한 마음이 곧 부처님이야. 그러니까, 너도 마음을 깨끗하게 쓰면 훌륭한 부처님이다. 나도 마음을 깨끗이 닦아 부처가 되려고 절에 다닌다.”라고 시원하게 대답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렇게 대답해야 불법을 제대로 만난 것입니다.

“내가 이제 보고 듣고
간직하게 되었으니
원컨대 여래의 진실한 뜻을
알아지이다.”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만났으니 원컨대 부처님의 뜻을 바로 알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간절한 발원입니다.

경을 읽을 때는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부처님의 법문을 바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불자들은 이 게송을 읽으면서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내가 이제 만났으니 똑바로 알려고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 다음 호에 계속


석우 스님은 동국대학교 선학과 졸업, 반야정사 주지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무불선원장으로 무불선원 홈피(http://cafe.daum.net/mubulsunwon)에서도 수행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계시어 사이버 선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저서로 『반야심경 강의』, 『돈오돈수』, 『법성게 강의』, 『조주선사 선문답』, 『무심론 강의』, 『금강경 강의』, 『전심법요강의』 등이 있으며, 현재 『완능록』을 집필 중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