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을 부처로 섬기면 만사 형통

불광이 만난 사람/동국대학교 송석구 총장

2007-10-02     관리자


불연(佛緣) 때문인가. 모교여서라기보다는 종립학교이기에 기자의 동국대학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평소 자그마한 소식 한 자락도 그냥 스칠 수 없었는데, ‘동국대학교 의대·한의대 부속 불교병원(고양시 일산구 소재)’ 준공식 소식은 경전의 표현대로 환희용약할 만큼 큰 기쁨이었다.
지난 9월 27일 일산의 동국대불교병원 준공식에는 기자와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불자들이 운집, 대성황을 이루었다. 불자들의 염원이었던 불교계 최초의 대규모 종합대학병원(연면적 2만7천여 평에 지하 2층 지상 12층 1000 병상 규모로 수요자 중심의 one-stop시설, 국내 최초의 저체온 수술실 등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양·한방 협진체제를 구축하여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을 갖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넘실거렸다.
한편 그날 행사장에서는 “송석구 총장이 8년간 동국대 총장 소임을 맡는 동안 큰 원력과 신심으로 전 불자들과 전 동국인들의 힘을 한데 모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찬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는데 마치 내 일인 양 기뻤다. 어쩌면 송석구 총장이 본지 초창기 편집위원이었고, 불광법회 전법위원장 겸 초대 부회장, 2대 회장을 역임했다는 깊은 인연 때문에 더욱 수희 찬탄하였는지 모른다.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저는 견인차 역할을 약간 했을 뿐 시절인연이요, 부처님 원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지요. 불광에서 광덕 스님께 배운 보현행원사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 애쓰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직선 총장으로 국내 최초의 연임 총장인 송석구 총장은 강력한 리더십과 대학운영에 기업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외형적 성장(동국 100여 년 역사 속에 지난 80년 동안 6만 1천평이었는데 그가 총장으로 있었던 최근 8년간 6만 3천평이 늘어나 현재 12만 4천평에 이르렀고, 학생들도 7,700명 이상 증원되었다.)과 함께 내실(1996년 이후 3년 연속 교육개혁 추진 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 1998년부터 3년 연속 정보통신 우수대학, 2001년 교육개혁우수대학 선정)을 다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영광을 광덕 스님께 돌렸다.
“군대에서 한문으로 된 보현행원품을 매일 읽으면서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지요. ‘일체불찰극미진수 아이보현행원력고로…일체 세계를 극미진 크기로 부순 만큼의 부처님이 계신데 내가 보현행원의 원력으로 깊은 신심을 발휘해서 항상 예경하겠다는’, 지옥에 가있는 미생물까지 부처님이라는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광덕 스님께 보현행원품강의를 듣고, 불광 법우들과 함께 기도 수행하면서 보현행원사상의 참뜻을 깨닫게 되었고 힘을 얻었지요.”
그의 말을 듣다보니 ‘부처님 무량공덕생명’,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라는 불광의 슬로건과 아울러 광덕 스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신 “보현행원은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는 결정적 행이며, 일체를 이루는 불가사의의 방망이다. 가정의 평화를, 사회의 번영을, 국토의 안녕을, 역사의 광휘를, 그리고 필경 성불하는 대도인 것이다. 보현행원을 통해서 제불여래가 출현하고 정불국토가 열려간다.”는 말씀이 새삼 떠올랐다.
“예경제불원, 칭찬여래원, 광수공양원 등 보현보살이 10대서원을 통해 설하고 있는 것은 일체 중생을 다 부처로 섬기자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극미진수, 모든 부처님을 다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모든 사람을 부처로 보고 섬기다 보니 대립·갈등·불평·불만이 다 스러지고 만사가 형통해졌습니다. 오늘날까지 크게 수행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것을 생활 속에 적용하려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지요.”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보지 않고 부처인 본성만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실로 많은 사람을 부처로 보고 섬기는 것 그 자체가 이미 깨달음을 이룬 것이리라.

성공의 열쇠
“모든 사람이 다 부처라는 것, 보현행원에 대한 간절한 믿음과 실천의지는 기도와 수행을 통해 체득되는 것입니다. 또한 기도를 하면 육신을 조복받을 수 있고, 이 육신이 주인이 아니라 마음이 주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생사일여(生死一如), 생사가 마음에 나타난 그림자일 뿐 죽음과 삶이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기도를 통해 이 몸이, 죽음과 삶이 한갓 마음의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존에 대한 불안이 없어졌다. 기도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갖게 되니 행복과 성공이 저절로 찾아왔다.
“부처님께 절을 공손히 하며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엽니다. 절을 통해서 내 마음의 삼매(三昧)를 갖는 일이 모든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믿게 된 것은 벌써 30년이 넘었지요.”
그는 총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도 출근 전에 반드시 부처님을 참배하고, 예경하는 말뚝신심으로 유명하다. 그 믿음의 바탕은 절(禮拜)에서 비롯되었다. 대학원(석사과정) 때 해인사에 연수를 갔다가, 성철 큰스님의 명으로 처음 삼천배를 하였는데 크나큰 법열을 느꼈다. 이듬해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이 안 되어 고민 끝에 다시 성철 스님을 찾아가니, 매일 삼천배를 하라고 하셨고, 결국 삼천배 일주일 하고 강사자리를 얻었다. 총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부처님 가피요, 절하고 기도하며 터득하였던 만인을 부처님으로 섬기고 예경해야 한다는 보현행원사상 덕분이라고 초지일관 강조하는 그의 신심이 매우 돋보였다. “절하는 것과 보현행원사상이 둘이 아닙니다. 절은 부처님을 예경 하는 것이지만 더 크게 본다면 널리 모든 중생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절하는 순간부터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대상에 대하여 가장 겸허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예우하는 일심(一心)의 경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수행(염불·좌선·기도·보현행원사상의 실천)하면 잡생각이 없어지면서 생각 이전의 자리에 들어가 일심 삼매를 이룰 때 부처님의 뜻이 나오고, 동체대비가 나오고, 추진력이 나오고, 그 때 일을 도모하면 반드시 성취한다는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동국대의 발전이 불교의 발전’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대학 업무를 동국사(東國寺) 불사(佛事)처럼 기도하며 수행한 총장이 있었기에 동국대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 이제 21세기 사학의 명문으로 거듭나 게된 것이리라.

초발심으로 돌아가야…
“1970년대 초 국민대에서 대학생불교연합회 지도교수를 할 때 학생들 데리고 경주에서 수련대회를 했는데 광덕 스님을 법사로 초청했지요. 그 때 스님께서 치통을 심하게 앓으셨습니다. 어떻게 견디시냐고 여쭙자, ‘이 놈도 아파야 살지. 아픈 대로 살게 내버려둘 뿐이지, 아플 대로 아프다가 가라앉겠지.’라고 당신의 아픔을 객관화시켜 말씀하시는데 참으로 존경스러웠지요.”
그 뒤로 광덕 스님을 더욱 자주 만나 뵙게 되었고, 불광법회 창립떼에도 온 힘을 기울였다.
“법회 때마다 광덕 스님께 법문을 듣고, 한 달에 한 번씩 보현사에서 철야정진하고, 한 달에 한 번 야외법회를 갔지요. 강의와 연구시간을 제외하고는 불광에서 거의 살다시피한 그 때가 그립습니다.”
불광에서 직접 강의(불교성전)를 하기도 하고, 솔선수범 수행하며 불광운동에 적극 앞장선 그가 일침을 가한다.
“불광법회는 우리가 본래 부처인 것을 확인하고,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실천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부처로 생각하고 공경하면서 어둠이 사라지고 불화가 그치곤 했던 기적 같은 일들이 불광에는 참 많았습니다.
초발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법이 최고의 공덕입니다. 전법하려면 먼저 기도하고 수행해야 합니다. 초창기처럼 회장 이하 모든 형제들이 똘똘 뭉쳐서 철야정진을 하는 등 수행풍토를 되살려 용맹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 2월 8일 총장 임기가 끝나는데, 퇴임하고 나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기도 수행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는 송석구 총장, 죽을 때까지 기도하고 수행하고 보현행원을 실천하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고 역설하는 보현행자의 애정어린 말이기에 더욱 간절하게 다가왔다. 그의 말대로 우리 모두 초발심으로 돌아가 전법의 횃불을 환히 밝혀야 하리라. 보현행자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