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문서점은 지금 어디에

푸른 목소리

2007-10-02     관리자

요즈음 출판계는 가히 유통방법에 있어서 격변기를 맞고 있다. 독자들에게 책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적정한 가격은 과연 얼마인가 하는 문제이다.
얼마 전 국제 통화기금 사태로 말미암아 구조적으로 취약한 서점들, 특히 도매서점들의 부도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인터넷서점들의 가격할인까지 겹쳐 매우 혼란스럽다. 결과적으로 군소 도매상들이 거의 몰락하고 효율의 극대화를 위하여 통합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고 일천한 불서전문유통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불서출판계의 내부역량을 합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돌아보면 짧은 시간 안에 적지 않은 출판의 성과가 있었다. 기본독송용 경전과 강원 교재 중심의 출판물과 법보시용 자체제작이 주류를 이루던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시절이었다. 일반서적시장의 예로 볼 때 지금이 불교전문유통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데 중요한 시기라고 여겨진다.
가급적이면 도매유통 수수료(책값의 10%)가 한 군데로 모아져서 일정 규모의 경제를 만든 후 판매망의 확장과 효율을 위하여 재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유통이 안정되어야 출판사들의 소신있는 출판이 가능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외형이 활발해야 유능한 인재들을 포섭할 수 있고 더욱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출판의 중요성은 포교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소홀히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포교의 제일선에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출판 아닌가. 일례로 삼사년 전에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에 불교 소재의 출판물 5종 정도가 한꺼번에 오른 적이 있다. 그 광고 효과란 계량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할 수 있겠다. 보통 이러한 목록에 한두 종 정도는 자주 올라 있었으니 불교 출판의 잠재력 또한 상당히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일반출판사에서 불교소재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신간 종수도 많이 늘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홍보가 활발해질 것이고 불교서적의 외연이 확대될 것이다.
일반 서점에서 불교서적 진열대가 축소되는 현상을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쏟아지는 출판물의 양과 판매 추이를 볼 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특히 판매가 활발한 책은 여타 다른 코너의 진열대에 진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서적 진열대 정도로 축소될 수 밖에 없겠다.
이즈음 전문서점의 공간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근자에 사찰 곳곳에 서점이 개설되었고 판매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불서유통의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불교출판의 활로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문서포교의 장에서도 더할 나위없는 황금어장 아닌가. 용품점이라는 경제적인 측면과 서점이라는 포교적인 측면을 잘 결합시켜 운영하는 묘책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찰 서점에서 어린이 도서가 잘 팔리는 것을 보면 각 사찰마다 서점의 개설을 서두르고 품격을 탄탄히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확실해진다. 포교와 장사의 양수겸장이라! 그런 면에서 서점을 개설할 수 있는 사찰은 꽤 많으리라 생각된다.
불교서적과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는 도매유통기구와 독자의 코앞(사찰)에 진열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면, 분명 불교출판계는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얼마 전 신문지상에서 유럽의 소읍쯤 되는 곳에 성업 중인 고서점 거리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특히 기억나는 부분이 맨처음 개설된 곳이 미국 인디언에 관한 자료들을 세계에서 으뜸으로 구비한 서점으로 이 서점 덕분에 고서점 거리를 이루었으며 활력이 넘친다는 점이다.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렇다면 불교서점으로서 세계 속에 고유한 위상을 세워 볼 수는 없을까? 욕심내고 도전해 볼 목표는 아닌지. 동국대 안에 있는 불교전문서점인 심우장이 처음 만들어 질 때 한 관계자가 비슷한 내용을 말한 적이 있는 데 지금은 거리가 상당히 멀어져 버렸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꿈만 있다면 못 할 일도 아닌데….
종립학교로서의 여건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가 있을테고 세계의 모든 불교전문서적을 심우장에서 사고 판다…. 서적 유통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조금은 비현실적인 발상들이 생활에 활력이 되어 주질 않을까. 현실화시키는 데 있어서 불교서적의 꾸준한 생명력은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현암사에서 간행한 불교서적들의 나이는 삼사십 년을 웃돈다.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판매되고 있다. 대장경 그 자체가 시공을 초월하고 있지 아니한가. 다만 때에 맞추어서 레이아웃과 포장만 별도로 신경쓰면 된다.
불교서점 하나하나가 상품으로서의 책 가치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미래 가치로서 그 무엇이 책과 비교될 것인가, 책이 큰 비중을 차지한 적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여시아문과 같은 대형 전문서점도 생겨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더욱 더 불교를 빛내 줄 불교전문서점들이 우우죽순 격으로 탄생하기를 대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