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슴 온 몸으로 호흡한다

이달의 언어

2007-10-02     관리자

가을날 뙤약볕에 쇠뿔이 녹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가을하늘의 햇볕은 유난히 따갑다.
산들바람 속에 오곡이 무르익어가고
가을꽃이 아름다움을 바람 속에 내맡기는데
역시 햇볕은 쨍쨍 따갑기만 하다.

이 사이에서 곡식은 더욱 알찬 결실을 이루는 것,
그렇지만 요즈음의 하늘만큼 우리의 영혼을
영원으로 달리게 하는 때도 없으리라.

바람에 술렁대며 고개를 푹 숙인
수수밭 이삭 저 너머로
달빛은 다정하고 시원하고, 하늘에 소곤대는
푸른 별의 대화가 가득하다.

여름의 폭서와 폭우를 이겨낸 보람을
우리는 온 가슴으로
온 몸으로 온 천지 속에서 호흡하는 이즈음이다.

광덕 스님 『명상언어집』 중에서 사진·윤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