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時代)와의 만남!

푸른 목소리

2007-10-01     관리자

6월 한 달은 정말이지 드라마틱하게 지냈다. 월드컵으로 인하여 온 국민이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구호를 마음껏 외쳤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된 큰 대회였다. 월드컵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경기였다. 이 덕분에 일반서점들은 매출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철로 달려가고 있다. 7·8월 달은 우리 ‘가방장이(영업인)’들에게는 가장 힘든 달이기도 하다. 폭염과 장대비를 뚫고 ‘책을 팔아야만 하는’ 외근(外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 유통구조의 온라인 시대 등 일련의 말들이 오가는 시대 변화 속에서 ‘우리(佛敎)’ 출판 환경 역시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IMF를 겪으면서 도매서점과 대형서점의 부도, 소매서점의 정리 등으로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았고, 대형유통업계의 부도는 출판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종교출판도 예외는 아니어서 IMF 전에는 꾸준한 판매를 보여왔으나 IMF 이후는 서점 정리, 판매 감소 등으로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왔다.
때맞춰 전문적인 유통구조(불교도매서점)를 통하여 꼭 필요로 하는 곳에 통합적으로 공급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사실 그 동안 일반유통(도매) 서점이나 대형서점에 공급되는 불교도서는 독자들의 손에서 각광받기보다는 도매서점이나 일반서점의 책장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만 구비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서점(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이 공존하면서 판매의 다양화를 가져오고 있다.
시대적인 변화이기도 하지만 일반 온라인 쇼핑몰 yes24.com 등에서 도서취급에 의한 할인경쟁문제가 대두되어 크고 작은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하여 도서판매가 이루어지다 보니 중간 유통과정 없이 공급되는 또 하나의 판매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하여 북넷(booknet.co.kr), 알라딘(aladdin.co .kr) 와우북(wowbook.com), 골드북, 북시티(bookcity.co.kr) 등 전문 온라인 서점이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소매서점은 나름의 전문화를 꾀하게 되었고, 각 출판사들은 웹사이트 상에서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한 직간접적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 영세한 불교출판사들은 서점과의 직거래를 통한 관리 및 영업보다는 총판을 통한 도매서점관리가 더 일반화되었다. 또한 일반유통(도매)서점보다 불교전문 도매서점을 이용한 전국적인 거래가 활발해졌다.
더불어 불교서점의 전문화〔예: 책방여시아문(www.yosiamun.com )〕, 유통의 전문화(불교총판·도매업)〔예: 운주사, 붓다북(buddhabo ok.co.kr)〕 등 유통 구조의 발전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불교출판의 영업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불서의 판매 확대에 있어서는 어느 한계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것은 불서를 읽는 독자가 한정되어 있고, 일반인이 볼 수 있는 불서가 그리 많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마음 한쪽에는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불교책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서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앞서 말한 한계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최근 불교출판사들은 일간 신문이나 TV 광고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광고의 효과가 적지 않을 텐데도 지속적인 광고비 투자가 자칫 영세한 불교출판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출판사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고 없는 불교출판 영업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MBC TV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일부 책들이 소개된 후 많은 책들이 판매되는 현상이 있었다. TV라는 매체의 광고 효과와 숨어 있던 독서인구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흥미로웠다.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 불교가 좀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 또한 독자의 저변확대임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학술서적에서부터 아동도서에 이르기까지 도서공급도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불교전문서점은 일반서점에서의 판매목적과 아울러 전문도서의 취향을 살릴 수 있는 전문 매장으로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관광사찰이나 삼보사찰(三寶寺刹: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 등을 볼 때 전문적인 서점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도서가 일반기념품과 같이 취급되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불교서점 운영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없더라도 불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면 그 곳에서 빼어 든 불서 한 권은 법당에서 들었던 큰스님의 법문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또 하나의 훌륭한 포교 방법이 될 것이다.
불교출판영업인들의 모임(불서회)에서는 3년 전에 조계종 총무원에서 사찰에 책보내기 운동의 일환으로 기획한 도서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다. 몇 안 되는 출판사들이 모여서 도서판매의 수익금과 출품한 출판사들이 내놓은 책을 합쳐 약 2,000여 권의 도서를 마련하여 5개 사찰에 책을 기증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것을 느껴야만 했다. 본사(本寺)나 말사(末寺)급 사찰에 제대로 된 도서관 하나 없다는 것이다. 일반 불자들이 편히 쉬면서 자유롭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 이것은 분명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불교출판 영업인으로서 욕심이 있다면, 각 불교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도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도서만이라도 선별, 구입하여 본사나 말사급 사찰의 도서관에 납품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종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일년 예산에 도서 구입비를 책정하는 방법으로, ‘불서읽기 운동’ 등의 형태라면 기금 조성 등으로 그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다. 물론 각 사찰에서는 모든 불자들이 쉽게 찾아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번에 도서 구입은 못 하더라도 몇 년,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소중한 도서를 자료로 보관 관리할 수 있는 계획과 체계가 마련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오가는 모든 불자들이 많은 애용을 하지 않을까.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서 쉽게 보는 영상, PC를 통해 느끼고 구매하며 시간을 보내고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21세기의 시대에 우리의 생활과 종교는 지금까지는 해오던 관행(慣行)을 한꺼번에 허물지는 못하겠지만 시대의 빠른 흐름 또한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부터 불교도 영상과 인터넷, 멀티미디어라는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밑바탕에 불교 출판이, 독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넘나드는 불서들이 자리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불교출판영업 가방장이로서 새로운 시대와의 만남을 준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