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愛人) - 육바라밀

시 뜨락

2007-10-01     관리자

님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布施)를 배웠노라.

님께 보이자고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持戒)를 배웠노라.

님이 주시는 것이라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忍辱)을 배웠노라.
자나깨나 쉴 사이 없이
님을 그리워하고 님 곁으로만 도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정진(精進)을 배웠노라.

천하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오직
님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선정(禪定)을 배웠노라.

내가 님의 품에 안길 때에
기쁨도 슬픔도 님과 나와의 존재도 잊을 때에
거기서 나는 반야(般若)를 배웠노라.

이제 알았노라
님은 이 몸에 바라밀을 가르치려고
짐짓 애인의 몸을 나투신 부처님이시라고.


시인 이광수 (1892∼?) 호 춘원(春園). 평북 정주(定州) 출생. 메이지 학원에 편입하여 공부하면서 소년회(少年會)를 조직하고 「소년」지를 발행하는 한편 시와 평론 등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와세다 대학 철학과에 입학, 1917년 1월 1일부터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였다. 1919년 도쿄 유학생의 2 ·8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후 상하이로 망명, 임시정부에 참가하여 독립신문사 사장을 역임했다.
1923년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편집국장을 지내고, 1933년 조선일보 부사장을 거치는 등 언론계에서 활약하면서 ‘마의태자’ ‘단종애사’ ‘흙’ 등 많은 작품을 썼다. 8·15광복 후 반민법으로 구속되었다가 병보석으로 출감했으나 6·25전쟁 때 납북되었다. 그 밖의 작품에 ‘윤광호’ 등의 단편과 ‘이차돈의 사’ ‘사랑’ ‘원효대사’ ‘유정’ 등 장편, 그리고 수많은 논문과 시편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