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허물과 채식의 공덕

특집/채식

2007-10-01     관리자


원래 초기 불교에서는 그다지 육식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대승불교 특히 기원 후 4~5세기의 중기 대승불교기에 이르면 여래장 사상 계열의 경전이나 능가경이 나타나면서 매우 강력하게 육식을 반대하게 된다.
대승불교에서 왜 육식을 금했는지 입능가경의 차식육품을 고찰하며 살펴보자.
이 품에서 대혜보살은 부처님께 육식의 허물과 먹지 않는 공덕을 설해달라고 부처님께 청한다. 이에 부처님은 자비를 닦는 보살은 필히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니 고기를 먹으면 자비의 종자를 끊게 되고 모든 생명은 오랜 윤회 속에서 한번씩 권속의 인연을 맺지 않은 존재가 없기에 고기를 먹는 것은 자신의 부모형제와 처자를 먹는 것과 같아서 서로 살해하여 현성을 멀리 떠나고 생사의 괴로움을 받는다고 하셨다. 또 고기 맛을 버리는 자는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고 하셨다.
이 법문을 듣고 있던 나찰귀신들이 모골이 송연하여 스스로 육식을 끊고 육식하지 않는 불자들을 옹호하겠다고 하자 부처님은 나찰들도 법문을 들은 후 육식을 끊겠다고 하는데 불자로서 육식하는 자는 기필코 부처님의 권속이 아니라고 선언하신다.
고기란 부모의 부정한 고름과 피가 화합하여 이루어진 더러운 것으로 관찰하라 하시면서 고기를 먹는 자는 일체 중생이 두려워하는 바가 되니 중생을 교화하려는 보살은 필히 고기를 먹지 말라고 부탁하신다. 이렇게 보살이 육식을 끊으면 중생들은 그 보살에게 큰 신심을 내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이런 내용은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개들은 동네에 개장수가 지나가면 전혀 짖지 않는다고 하며 어떤 법사님께 들은 이야기지만 평상시 보신을 위하여 뱀을 많이 잡아먹은 어떤 사람은 눈빛과 심지어 피부까지 마치 뱀처럼 푸르스름한 빛을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음식이 우리의 몸을 형성하고 몸이 우리 정신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고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다시 경전에 돌아가서 부처님은 계속하여 보살은 세간이 삼보를 비방함을 두호하기 위해 청정한 불국토를 구하기 위해 고기를 먹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관찰하여 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하신다. 또 세간의 사술인 주법을 행하는 술사들도 육식을 하면 주술을 이루지 못하는데 가히 성도의 길을 구하는 불자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하신다.
고기는 몸의 힘과 입맛을 당기게 하지만 탐착을 증장하게 하고 어떤 중생이라도 하다못해 벌레로 산다 할지라도 사는 것을 더 좋아하지 죽는 것은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런 중생을 어찌 먹을 수 있는가 라고 하신다. 또 육식을 하게 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잘 자지 못하게 되고 일어날 때도 괴로우며 악몽을 꾸게 된다고 하셨다.
이런 점은 확실히 우리의 생리적인 면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육식을 하게 되면 소화가 어렵고 잠자리가 편치 못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입능가경의 구절들은 단순히 윤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체의 생리적인 면까지도 충분히 고려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후 부처님은 과거 현재의 성인의 음식을 메벼쌀, 소맥, 대맥, 대두, 소두, 의곡류들과 기름, 꿀, 감자, 사탕 등을 들고 계신다. 이는 현재의 채식주의자들의 음식과 다를 바가 없다. 채식주의자들은 이런 점에서 성인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다. 부처님은 이어 과거에 고기를 좋아하다 마침내는 인육까지 먹게 되어 왕위에서 쫓겨나는 왕의 인연담을 설하시며 고기 먹는 허물을 말씀하신다. 그리고 자신이 열반한 후에 고기 맛을 끊지 못하는 이가 나타나 마치 부처님이 계율로써 삼종정육의 고기는 먹어도 된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이야기할텐데 이는 부처님의 뜻이 아니라 고기맛을 끊지 못한 사람의 허물이라고 하셨다.
실지로 초기의 율장에는 부처님이 3종 정육은 먹어도 좋다는 제계(制戒)를 하신 일화가 있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시하장군이라는 당대의 유명인사에게 공양을 받으셨는데 그는 시장에서 이미 죽여진 고기들을 사와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였다. 원래 그는 불자가 되기 전에 독실한 자이나교도였다. 그래서 자이나교도들이 부처님이 비록 자신이 죽인 고기가 아니더라도 육식을 하신 것은 이미 살생을 방조한 행위가 아닌가 하며 비난하였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제계하셨다.

“수행승들이여, 자기 자신을 위해 죽여진 고기라는 사실을 알면서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고기를) 먹는 이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고, (죽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를 위해 일부러 죽였다는) 의심이 없는, 세 가지 점에서 깨끗한 물고기와 고기(三種淨肉)는 (먹어도 좋다고) 나는 허락한다. “ - 빨리 율장 대품 (Vin I, 238: 4~9)

육식에 대한 초기불교적 입장이 대승불교에서 크게 방향전환을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라고 필자는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
먼저 대승교단의 친대중적 입장, 혹은 힌두교의 영향이다. 능가경이 제작된 시기는 대략 기원 후 4~5세기 경으로 인도의 굽타왕조 시대이다. 이 왕조는 힌두교를 신봉하여 인도의 전통적 윤리들이 크게 각광받게 되었다.
이런 사회적 상황에서 대승교단들이 교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시 사회의 보편적 윤리들을 수용할 수밖에는 없었고 이런 점에서 대승계율이 형성될 때 무리가 없는 범위 내에서는 불교 외적인 인도 전통적 윤리들이 많이 참고되면서 육식이 강하게 반대되었을 것이다.
둘째로는 밀교적 영향이다. 능가경은 대승의 다양한 사상체계가 혼합된 경전이지만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유식사상과 밀교사상이다. 특히 밀교는 신통과 깊은 관계가 있고, 신통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한 선정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육식이나 오신채는 신경을 흥분시키는 성분이 있어서 밀교수행자가 결코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이다. 이런 점에서 힌두교의 밀교적 영향을 받으면서 불교도 밀교적 수행을 하기 시작한 시대에 형성된 능가경에서 육식과 오신채를 강하게 반대한 것은 개연성이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셋째로 당시 대소승교단 간의 이념투쟁이다. 이 시대는 초기불교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던 소승교단들도 세력이 매우 강할 때였다. 비록 같은 불교이기는 하나 이념적 투쟁과정 속에서 의도적으로 소승을 폄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다시 입능가경에 돌아가면 대개의 대승경전이 그렇듯 마지막으로 게송으로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마무리된다.

“지혜롭고 부귀한 이는 모두 고기 먹지 아니한 이라네.”
- 『입능가경』 「차식육품」

대승의 계율 형성 과정은 아직 불확실한 점이 많아서 초기불교와 상반된 입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육식을 끊고 수행하려는 분들은 필히 입능가경의 차식육품을 정독하고 매일 독경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료에 도움 주신 고려대장경연구소 김재성 선생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