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왕생 원왕생

지혜의 향기/한바탕 웃을 수 있는 일

2007-10-01     관리자


모임의 경전 강의 시간에 법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가 매 법회 때마다 외우는 천수경의 핵심 사상이 ‘참회와 자비’라는 전제 아래, 먼저 우리의 몸인 도량(道場)을 깨끗이 하는 경구를 설명하던 중이었다.

일쇄동방결도량
이쇄남방득청량
삼쇄서방구정토
사쇄북방영안강
一灑東方潔道場
二灑南方得淸凉
三灑西方俱淨土
四灑北方永安康

이 경구에서 동·남·서·북이라는 것은 방위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의식 세계를 드러낸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셨다. 만다라 상에서 중앙의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동방은 아촉부처님이, 남방은 보생부처님이, 서방은 아미타부처님, 북방은 불공성취부처님이 각각 배치되어 각각의 세계를 주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방은 8식(識)을, 남방은 전(前)5식을, 서방은 6식을, 북방은 7식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방정토 극락세계는 서쪽 어딘가에 있으리라 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벌인다고 하면서 실례를 하나 드셨다.
독일의 한 교수가 어떤 일을 계기로 발심을 하게 되어, 하던 공부를 모두 치우고 출가하여 우리 나라로 오게 되었단다. 열심히 수행하고 경전을 공부하며 만행하던 중, 경북 문경의 김룡사(金龍寺)에 이르자 도량이 낯익고 인연이 느껴져 잠시 머물게 되었단다. 어느 날 법당에 앉아 염불을 외고 있는데 눈앞에 한 스님이 앉아서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더란다.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전생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스님의 기도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스님은 줄곧 법당의 서쪽 모퉁이를 향해 앉아 연신 ‘원왕생 원왕생, 아미타불’을 외며 서방정토왕생을 발원하다가 그 자리에서 임종하였는데, 스님의 몸에서 빠져나간 혼이 가서 태어난 곳이 바로 스님이 죽음에 이르도록 열망한 서쪽, 독일이었더란다.
강의를 듣던 우리들은 순간적으로 와아, 웃음을 터뜨렸는데 곰곰 생각할수록 우리 역시 알게 모르게 그런 어리석음을 많이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의식 세계의 논리에 따른다면 천수경의 그 부분은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우리의 무의식에 저장된 모든 의식을 청소하고서야 도량인 우리 몸은 청결해지니, 둘째, 눈·귀·코·혀·몸으로 짓는 생각이 사라져야 청량함을 얻고, 셋째, 5감에서 지은 생각들에 덧붙이고 갈라내 가지 뻗는 마음이 사라져야 정토를 갖추게 되며, 넷째, 좋다 나쁘다 사량하고 취사선택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영원히 평안해지리라.
과연 보이는 그대로 보고, 들리는 그대로 듣고, 닿는 그대로 느껴 아무런 생각도 마음도 덧붙이지 않는다면 이미 그 자리가 연화장 세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