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번 생에

특별법석/미얀마 우 빤디따 스님

2007-10-01     관리자

미얀마 우 빤디따 스님바로 이번 생에 본지 초대설법을 통해 수 차례 가르침을 게재한 바 있는 올해 여든두 살의 우 빤디따 스님은 미얀마 마하시 선원(세계에서 가장 유며한 위빠싸나 수행센터)의 후계자로 전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이해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시며, 수행의 세밀한 면을 짚어 조건지어진 마음의 한계를 극복하는 내면의 능력을 깨닫게 도와주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침 지난 한 달간 위빠싸나 수행을 지도(5월 12일~6월6일)하기 위해 오신 스님을 호두마을(천안시 광덕면 부원골. 남방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위빠싸나 수행센터. 전화 041-567-9374)에서 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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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스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이렇게 먹고 자고 다닐 만은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든 살 당신이 열반에 드시기 전까지 전법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도 여든이 넘으신 연세에도 법을 전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시는데 언제까지 전법활동을 계속하실 것입니까.

한때 75세까지라고 생각했는데 82세가 된 지금도 이렇게 다니는 것을 보면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출가한 비구는 죽는 날까지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대로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바른 길을 보여주고 그 길을 권유해야 합니다.

이번이 한국에는 세 번째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찍이 마하시 스님 문하에 출가하시어 마하시 선원장으로 각국의 수행자들을 지도해오셨고, 또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시며 수행자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시고 계신데 한국의 수행자들을 대하시면서 느낀 소감을 말씀해주시지요.

한국의 수행자들은 불교적인 전통이 깊기 때문에 진지하고 특히 예의가 바릅니다. 그런데 “∼을 하십시오” 했을 때 전에 했던 수행에 대한 습관 때문에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방사람들에 비해 생각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장애는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법에 대해 눈을 뜨기 전에는 누구나 다소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 수행의 문에 들어선 사람들이 우선해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요.

우선 계(戒)를 순수하게 지키고 사마디(定)와 지혜(慧)를 계발하는 조건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든 경험은 마음과 물질로 해서 일어나며 마음과 물질이 원인과 결과를 이룹니다. 모든 경험이 무상하고 불충분하고 자아가 없는 것임을 보게 되면 결국 바로 지금 여기서 열반(조건지워지지 않는 상태)을 실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계(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 주지 않는 물건을 갖지 않는 것, 바른 성생활, 거짓된 말을 하지 않는 것, 마약을 취하지 않는 것)를 지킴으로 얻어지는 기본적인 순수함으로 수행의 길은 순조롭게 됩니다.
그러나 계 자체만으로는 마음을 길들이지 못합니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삶의 실상을 깨닫고 보다 높은 수준으로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명상입니다.

마음을 길들이는 구체적인 명상 방법을 일러주십시오.

어느 명상이든 일단 가속도가 붙으면 자세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경행은 마음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되며, 집중력이 탄탄해지며, 알아차리는 힘이 계발됩니다. 좌선을 하기 전에 경행을 하지 않으면 ‘알아차림’의 엔진에 시동을 걸기 힘듭니다.
경행은 걷는 과정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걸을 때 다리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에만 마음을 모아 끝까지 분명하고 힘차게 잘 알아차렸는지 확인합니다.
경행할 때 움직이는 단계마다 초점을 맞추려 하다보면 집중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좌선의 밑거름이 됩니다. 경행할 때의 알아차림과 깊이와 세세함은 좌선에서 아랫배의 움직임을 주목할 때에도 적용시키며 일상 중의 어떤 신체의 움직임에도 적용시켜야 합니다.
(경행시 빨리 걸을 때는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다리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따라 간다. 그리고 천천히 걸을 때는 다리를 들어올림, 앞으로 나아감, 다리를 내려놓는 것을 알아차리며 다리의 감각에만 마음을 모은다.
호두마을 위빠싸나 수행자들은 마하시 선원의 전통대로 오후불식과 묵언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새벽 세 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하루 한 번의 법문과 이틀에 한 번의 인터뷰, 그리고 한 시간 경행과 한 시간 좌선을 번갈아가며 하고 있었다.
한 동작 한 동작 처음부터 끝까지 그 과정 과정을 알아차리기를 하며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은 마치 비디오가 아주 천천히 돌아가는 듯 싶었다. 이러한 명상수행을 통해 내적 통찰이 생기고 깊어질 때 존재의 참모습이 드러나며, 우리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단순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행자가 특별히 경계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수행자는 미리 체험한 통찰에 집착하고 강한 집중으로 해서 오는 생소한 체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평화로운 데서 오는 기쁨이나 집중에서 오는 환희 등에 빠져 머물지 않고 힘차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수행자는 늘 계를 지키고, 법문을 듣고 경전을 읽으며, 수시로 스승과 면담을 하고, 일어나는 것은 무엇이든 알아차리려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스님께서는 경행과 좌선 그리고 특히 스승과의 인터뷰를 중요시하시는데 법에 대해 눈을 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어떤 대상이 어떻게 나타났고, 어떻게 주목했으며, 어찌 되었는가.’
수행자는 자신의 수행에 대해 간략하고 정확하며 정밀하게 핵심적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스승과의 면담은 가능한한 매일 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스승은 면담에서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바른 길을 가도록 환기시켜주어야 합니다.
대상이 일어나는 당시에 그대로 일어나는 대로 알아차리며, 그것에 생각이나 분별을 붙여서는 안 됩니다.
인터뷰 과정 중에는 본 것을 보고해야 하는데 생각이나 상상으로 안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에 대해 눈을 뜨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3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극복이 됩니다.
처음이 어렵지만 바른 길을 안내 받고 제대로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갑니다. 제가 하는 일은 강한 신심과 원이 생길 때까지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스님께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대상이 나타났을 때 알아차렸는 지, 알아차릴 때 정확했는지, 충분히 관찰할 때까지 끈기있게 노력했는지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알아차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으며, 지속적인 수행을 통해 모든 현상은 일어나고 사라질 뿐 영원한 것, 자아란 없음을 보게 된다고 한다.)

스님의 저서 ‘바로 이번 생에(In This Very Life)’에서도 말씀하고 계시듯이 바로 이번 생에 해탈이 가능하다고 확신하시며 깨달음의 실제 여정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만….

알아차리는 힘으로 순간 순간의 참모습을 꿰뚫어본다면 바로 그 때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해탈의 길이 열립니다.
바른 노력이 있고, 알아차리는 힘이 있고, 집중이 있고, 바른 겨냥이 있고, 현상의 참모습을 통찰하기 시작할 때 바른 견해가 생겨납니다. 팔정도 중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있는 동안에는 완벽하게 우리의 의식은 번뇌에서 자유롭습니다.
삶이란 정신과 물질이 엮는 원인과 결과의 사슬일 뿐입니다. 내적 통찰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것의 참모습을 꿰뚫어보면 우리의 잘못된 생각 즉 ‘자아’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지금 이곳 호두마을에도 현재 30여 명의 수행자들이 한 달간의 집중수련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스승이 계시고 여건이 갖추어진 수행의 공간에서는 그나마 어렵지 않지만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을 하면서 수행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랜 동안 방치해두면 밧데리가 나갑니다. 차도 한 번 멈추면 다시 가기 힘듭니다. 시동을 꺼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수행을 강화시키는 법으로 평소의 행동과 달리 일정기간의 안거가 필요하지만 수행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기본 목표는 ‘알아차리는 힘’을 개발하는 데 있으므로 혼자 있을 때는 천천히 움직이며, 천천히 먹고, 얼굴을 씻고, 칫솔질을 하고, 목욕도 알아차리며 합니다.
미얀마의 한 농부는 작두로 소먹이를 자르면서도 알아차리기를 계속했습니다.
알아차리는 힘이 강해지면 밝고 행복해지며 번뇌가 생길 수 없습니다.

모든 이들이 수행의 마음을 내고 더불어 함께 수행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몇몇 사람이 이렇게 수행을 하고 평화를 일군다고 해서 세상의 평화가 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함께 존재하는 것이 최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웃이 평화로우려면 자신도 평화로워야 합니다. 좋은 땅에 씨를 뿌려야지요. 어쩔 수 없이 썩은 것은 도려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이 썩기보다는 썩은 부분을 잘라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썩지 않은 부분을 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열이 있기 때문에 썩는 것입니다. 썩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차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마타(止, 定)이며,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위빠싸나(觀, 慧)입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만나 뵙게 되길 바란다는 기자의 말에 스님께서는 자애로운 웃음을 머금으시며 ‘나’를 만나는 것보다 ‘법’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앞으로의 원을 여쭙자 오직 ‘부처님이 가신 그 길’을 갈 뿐이라고….

- 번역과 통역에 도움주신 조미라 선생님과 조 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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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빤디따 스님은 1921년, 미얀마 양곤에서 태어나 7살에 미얀마 벽촌의 수도원에 들어갔으며, 고대 경전의 엄밀한 명상 기법을 부흥시켜 계발하신 유명한 마하시 스님의 전통을 이은 뛰어난 명상 스승 중의 한 분이시다. 철저한 수도 생활과 상세한 빨리 경전 공부를 토대로 해서 1951년부터 수천 명의 명상을 지도하셨고, 미국, 유럽, 호주뿐만 아니라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수행 지도를 하셨다. 지금은 빤디따라마와 랭군의 명상 센타의 수도원장으로 아시아와 서양 출신의 스님과 재가신도를 지도하고 계신다.
조만간 불광출판부에서 출판될 『바로 이번 생에(In This Very Life)』는 미국에서 열린 집중 수련 동안 스님께서 가르치신 내용을 담았다. 좌선과 경행에 대한 기본 지침에서부터, 통찰 진행 중에 생기는 문제들을 인식하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포함하여, 수행의 단계까지 소상하게 적어 놓았다. 스님의 가르침은 단순하고도 구체적이어서 바로 이번 생에 해탈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