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의 새로운 화두

|특별취재|/2002 월드컵 맞이 한국불교전통문화체험사업(Temple stay)

2007-10-01     관리자


이즈음 한·일 공동으로 개최되는 2002 FIFA 월드컵 소식으로 온 나라가 온통 들뜬 분위기다. 지난 88올림픽이 우리의 경제성장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문화월드컵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불교, 교계에서는 월드컵 기간(5월 20일~6월 30일) 동안 외국인들이 전통사찰에서 머물며(숙박난 해결에도 기여) 우리 불교문화를 체험토록 하는 템플 스테이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체험할 공간이 전무한 상황에서 템플 스테이야말로 국가적으로 문화월드컵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꼭 필요한 사업이다. 아울러 전세계인들에게 한국불교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집행(대폭 삭감되어 외국인을 위한 홈페이지 제작은 엄두도 못 내고, 시설 보수에만 그쳤다)이 늦어져 올해 초에야 본격적인 행보를 함으로써 예약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템플스테이를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선불교의 정수인 한국불교를 세계인에게 알려 국제포교의 신기원을 이룬 점, 천년 고찰의 관광문화 자원개발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어,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정부와 교계에서 템플 스테이를 지속적인 사업으로 인식하게 된 것만으로도 값진 일이다.

세계인의 정신적 고향
현재 서구에서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거의 티벳불교와 일본불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요즘 매일 1만명 가량이 불교에 귀의하는 추세라고 한다. 한편 서양인들은 참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나라는 참선의 전통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나라로서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불교를 생생하게 홍보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국제포교사를 배출, 전 세계에 파견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템플스테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는 정무형 씨(SBS 문화연출학 부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교의 원형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우리 나라가 유일합니다. 한국의 사찰은 세계인의 정신적 고향입니다. 물질문명의 첨단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사는 스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한국의 사찰은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노틀담 사원은 디즈니월드보다 더 많은 연간 3000만명 이상이 몰려드는데, 스님들의 수행처인 사찰은 노틀담 사원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절에 갔었던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하는데, 1700년 역사와 전통, 한국 문화재의 70% 이상을 간직했다는 점보다도 스님들의 수행처라는 사실이 더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이는 템플 스테이 운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템플 스테이는 단순한 관광도 아니고, 숙박개념은 더더군다나 아니며 수행 체험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그럴 때 국가적으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넌지시 일러준다.
인터넷, 정보 전쟁, 지식 자본, 무한 경쟁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현대문명의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세태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평안을 갈구한다. 사찰에서 자기 삶을 반추하며 참 자아를 찾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즈음 부쩍 수행에 열성을 보이는 것도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실로 미래의 대안은 수행의 종교인 불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포교의 주춧돌을 놓다
주경 스님(한국불교전통문화체험사업단 사무국장)은 “우리 스스로 수행자세를 점검하고, 우리 불교문화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는 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계 속에 문을 활짝 열고, 한국불교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찾아 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종단에서는 국제포교사회를 조직한 것 외에는 달리 국제포교를 위해 한 일이 없었다. 포교원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것을 알면서도 자료 부족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그 동안 외국인 대상 불교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밝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국제포교에 필요한 제반 사항〔한국불교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작업이 전혀 안 되어 있었는데 간단하게나마 용어를 통일하여 3개국어(영, 중, 일)의 자료집과 7개국어(국, 영, 일, 불, 독, 스페인)의 리플랫을 만든 것,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160여 명 모집하여 4차례에 걸쳐 교육시켜 사찰안내요원을 확보하고, 홍보망을 구축하고, 사찰의 시설 개보수〕을 준비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재정과 인력 부족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한계 내에서 번역작업을 하고 통역자원봉사자를 교육시키면서 힘든 면이 없지 않았지요. 무엇보다 템플스테이가 거종단적, 국가적 사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역설하는 주경 스님은 우려했던 점이 주한외교사절단의 직지사 사찰문화체험에서 나타났다고 안타까워한다.

주한외교사절단의 직지사 사찰문화체험
지난 5월 11일~12일 양일간 21개국 주한외교사절단과 그 가족 43명이 직지사에서 한국불교전통문화체험(템플스테이)을 했는데, 예상대로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보완점과 개선점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사찰 풍광을 감동적인 눈길로 바라보며 “고향 같이 안온하다.”(베네주엘라 대사), “한국불교에 대해 고요와 평화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직접 와보니 정말 그렇다.”(스페인 대사 부인) “잠을 자면서 사찰문화를 체험한 일은 없었는데 벌써부터 흥분된다.”(칠레 대사) “조용한 분위기도 좋고 건축물도 특이하고 아름답다(폴란드 대사)”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첫째날 오후 4시 30분 입제식을 시작으로 저녁공양, 저녁예불, 다도실습, 연등 만들기, 둘째날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 예불, 참선, 아침공양, 운력, 탁본 및 사찰 안내, 발우공양, 회향식으로 이루어진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였다.
“예불시간에 절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하나의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절을 통해서 부처님을 존경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는 체코 대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다리가 아파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예불과 참선에 매우 열성적이었다.
미산 스님(전 하버드대 연구원. 이번 행사에서 예절, 참선, 발우공양을 영어로 진행)은 “성과가 좋았습니다. 대부분 ‘관광과 차별화된 독특한 체험으로서 친구들에게 권하겠다.’고 하더군요. 내부적으로 프로그램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고, 시간관계상 일일이 설명해주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라고 진행 소감을 밝혔는데, 이는 회향 후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1박 2일의 일정이 너무 짧았다, 홍보가 부족했다, 시설은 매우 훌륭했고 다만 베개가 너무 딱딱하고 요가 얇아서 불편했다고 하면서 대체적으로 프로그램이 다 좋았다고 평가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프로그램으로 참선, 발우공양, 탁본, 예불, 다도, 연등 만들기 순으로 꼽았는데, 설문에 참가하지 않은 캐나다 대사의 아들 스테판(11살)은 “몸이 피곤했지만 좋았다. 나는 연등 만들기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어머니는 다도에 관심이 많았다”고 대답, 참가자의 눈높이에 맞춘 적절한 프로그램 첨삭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프로그램의 준비 정도와 실시과정에 대한 평가에서는 탁본, 참선, 발우공양, 연등 만들기, 예불 등 으로 그 순서가 뒤바뀌었다. 특히 예불의 경우 자세한 안내와 시범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는 주한외교사절단을 대상으로 한 만큼 가장 유능한 인력을 투입했는데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났으니 심각한 일이다. 무엇보다 번역 자료의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멕시코 대사는 ‘한국의 전통문화는 불교가 핵심’이라고 하는 등 참가자들이 불교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삼성각이 꼭 한국불교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구체적인 질문을 해오는 사람도 있었는데,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는 통역자원봉사자의 말처럼 봉사자 모두가 좀더 노력해야겠다, 깊이있게 번역된 자료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한다.
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국제포교사 역시 “자원봉사자 중에 불자가 아닌 분도 있고,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일괄적으로 교육시킨 점이 아쉽습니다. 또 사찰마다 안내해야 할 내용이 다 다른데 여건상 중앙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뒷받침해줄 수도 없고, 사찰마다 개인마다 그 수준 차가 커서 걱정이 됩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실로 이번 템플스테이는 스님들, 통역자원봉사자, 신심 깊은 불자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통역자원봉사자들은 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교육 또한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저는 한국불교가 갖고 있는 의미에 치중하여 작은 것이라도 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사물〔四物:범종(지옥중생 제도),법고(축생 제도), 운판(날짐승 제도), 목어(물고기 제도)〕을 설명할 때도 불교가 얼마나 자비로운 종교인지 일러주고 싶습니다.” “그 절에 내려오는 재미있는 불교설화를 들려주고 싶어요.”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절에 깃든 상징적인 의미를 미리 설명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라는 통역자원봉사자들의 말과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축제를 맞이하여 과감하게 산문을 열어주신 각 사찰의 스님들에게 고맙고 협조를 구합니다. 템플스테이가 불교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인식도 갖게 되었고, 여건도 갖춘 만큼 내외국인에게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주 5일 근무에 따른 여가시간이 많을 것인데, 안심입명처인 사찰에 와서 자기 내면을 성찰하고, 참 자아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는 도영 스님(조계종 포교원장, 한국불교전통문화체험사업단장)의 말씀을 들으며 이번 템플 스테이가 모두에게 깨달음의 세계를 활짝 열어주는, 포교의 신기원을 이룰 계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언젠가 지인이 “21세기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간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불교의 시대’라고 응대했다.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류 역사상 가장 희망찬 메시지다. 힘써 수행하여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발현한다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인연법을 깨쳐 진정으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평화공동체를 일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템플스테이는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화두인 수행의 시대를 여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하리라.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 특히 통역에 힘써준 성윤선, 김명정, 이수정, 김수의 씨께 감사드립니다.

템플 스테이와 관련된 자세한 프로그램과 일정은 템플 스테이 홈페이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WWW.TEMPLESTAY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