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 속으로

시 뜨락

2007-09-30     관리자

상원사로 가는 길은 곧장 가면 된다.
다리 건너 주유소에서 잠깐 가슴을 열고
기름을 넣는다.
해 떨어지기 전에 닿으리라.
굳이 속력을 내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발길은
결국 밤에 이른다.
먼지를 풀풀 일으키며
집요하게 어둠을 쫓으며
산문을 지나 곧장 법당 앞에 섰다.
앞장 서서 따라온 남도창이 어느새
폭포 속에서 목이 째져라 나를 부른다.
상원사는 어디에 있을까.
적멸보궁 앞에서 길을 잃었다.
나도 남도창도 화엄의 꽃 한 송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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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정희 님은 동국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여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이후, ‘현대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1995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 국제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동국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 『찔레』 『아우내의 새』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등을 비롯하여, 시선집 『어린 사랑에게』 외, 시극집 『도미』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