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들의 도량 호국연호사(護國鍊虎寺)

푸른 목소리

2007-09-30     관리자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12월 중순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경춘 국도를 달리는 이 기분은 취재를 위해 떠나는 출장이라기보다는 겨울여행을 떠나는 설렘에 가깝다고나 할까?
군 시절을 부처님 전에서 군종병으로 보낸 인연이 있어 나름대로 군 포교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에 월간 ‘불광’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다(사실은 내가 먼저 꺼낸 얘기라서 거절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전국에 있는 수백 개의 군 법당 중에서 어느 곳을 취재할 것인가? 아무 생각 없이 자료만 뒤적이고 있었는데, ‘아! 맞아, 그 분’ 지난 12월 초에 불광사에서 있었던 겨울불교학교를 위한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겨울지도자 강습회에서 군법사님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하시어 미녀(?) 선생님들 사이에서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강습을 받으시던 그 분, 그 법사님이면 뭔가 군포교에 대한 철학이 있으실 것 같았다.
구리시를 지나 북한강이 보이기 시작하는 국도에 올라서서 춘천 방향으로 약 50분을 달리다보니 청평을 지나고 다시 가평이 시작 될 무렵 이정표에 ‘현리’라는 지명이 좌회전 표시되어 있다.
약속대로 전화연락을 드리고 현리 터미널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범망(梵網) 법사님의 크지 않은 체구와 동그스레한 얼굴은 마치 아주 편한 친구를 만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호국연호사’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호랑이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련하는 도량’이라는 뜻인데 그 호국연호사가 소속되어 있는 맹호부대는 6·25전쟁부터 월남전 그리고 현재까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부대이고, 호국연호사 역시 군포교의 초창기인 1970년대에 창건된 군법당 중에서는 고찰(古刹)에 속한다고 한다.
특히 이 법당은 부대 밖에 자리잡고 있어 민간인들도 출입이 자연스러워 보였는데 도량의 조경이 아름다워 면회객들의 쉼터로, 인근 어린이들의 놀이터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근무했던 법당은 부대 내에 위치해 민간인들이 법당에 들어가 참배를 하려면 위병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대웅전과 함께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법당 좌측에 자리한 사리탑이었는데, 여느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충혼탑이었다.
“옷깃을 다듬어라. 고개를 엄숙히 숙여라. 여기에 맹호의 이름으로 조국을 위하여 숭고히 생명을 바친 맹호 충렬 전몰 장병 및 고 이정호 대위의 사리 10과를 봉안하여 영위의 충혼을 추모하고, 그들의 명복을 비는 충혼탑을 세우노라. 아울러 우리들이 그들에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우치는 거울로 삼고자 한다.” 탑 앞에 새겨진 비석의 전문에서 군법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경내를 둘러본 후 다과상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먼저 법사님에 관한 궁금증이 생겼다.
호국연호사에 계신 범망 법사님은 사병으로 군 생활을 마치신 후 다시 법사로 임관하셔서 근무하시는 경우인데, 군대를 제대한 남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두 번 다시는 군 생활 못한다고 엄살을 떠는 상황에서 왜 다시 법사로 군 생활을 시작하셨냐고 물었다.
“원래 군 포교에 원력을 세웠었습니다. 그게 아마 고등학교 때였죠. 저는 불교가 너무너무 좋은데 가만히 보니까 불자들의 계층이 역삼각형이에요.
그것도 반쪽 역삼각형. 그래서 청년포교를 결심했는데 사병 생활을 해봐야 그들의 어려움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야 포교가 될 것 같아 입대를 했었어요.” 법사님은 호국연호사의 법회를 비롯해 예하 부대까지 한 달에 법회만 20여 차례 이상을 집전하시며, 야간 근무자들을 위한 차(茶) 방문, 하루 세 번의 예불, 신행 상담에서 부대 일까지 해야 되는 강행군 속에서도 보람과 기쁨을 느끼신다고 하신다.
군포교의 현주소에 대한 질문을 드렸더니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군대에서는 1인 1종교 갖기를 권장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사들이 종교 생활을 하는데 크게 네 가지 종교로 나뉘지요(필자가 아는 상식으로는 세 가지였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그리고 회교(?)” 그런데 여기서 회교란 이슬람교가 아닌 회전하는, 이를테면 부동표와 같이 어디로 갈지 모를 종교라는 것이다.
군부대에서 이 회교(?)의 교주는 다름 아닌 ‘쵸코파이’다. 우스개 소리 같지만 그만큼 군포교에 있어서 간식의 중요성이란 재미있는 포교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절대적인 요소라고 한다. 타종교에서는 민간 차원의 지원이 간식을 준비할 수 있는 재원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제공되고 있어 군법사님들의 마음을 더욱 춥게 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교계 또는 종단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자제가 실시되고 있는 요즘 각 지역의 사찰에서 부근의 군법당에 지금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한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된다(자매결연이라도 맺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햇살이 옅어졌다.
우리 군포교 현장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욱 따뜻해지길 바라면서 법사님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