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세생생 부처님 시봉하겠습니다

나의 믿음 나의 다짐

2007-09-29     관리자

저의 한의원에 진료 받으러 오신 보살님과의 인연으로 금강경을 읽게 되어 지금까지 아침저녁으로 나누어 금강경 7독과 정진을 하고 낮의 진료시간 중에도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환자들을 부처님으로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부를 놓치는 경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환자들이 가끔씩 말씀하시길 “이 한의원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하고 머리가 시원하다.”고 하십니다.
대학시절에는 대불련 활동을 하면서 스님 법문도 듣고 수련대회와 법회도 다니고 여러 서적을 통해서 불교에 관한 지식을 쌓았고 각종 사찰행사에 많이 참여했으며,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훌륭한 불자생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부처님은 어디 간 곳 없고 한편으로는 오욕락을 즐기면서 또 한편으로는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알게 되면서 분노와 비판의 마음으로 사회 부조리의 일부분이라도 고쳐 보겠다고 시민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금강경독송회를 만나게 되었으며 “남의 허물은 내 허물처럼 덮어주고 내 허물은 남의 허물처럼 파 뒤집는 마음을 연습하라. 남의 허물이 보이면 그게 곧 내 허물인 줄 알라.”로 시작되는 독송회의 마음 살림살이 6가지를 읽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안다고 자부했던 불교에 관한 여러 지식들이 얼마나 형식적이었고, 내 자신의 불교에 관한 수준이 이 정도라 생각하니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남의 허물을 꼬집어 지적하고 잘못을 가르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인 교육이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종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저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더구나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상대에게 내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내 속에서 올라오는 내 마음을 주시하고 그 마음이 어떤 것이든지 싫다 좋다 분별심 내지 말고 부처님께 공경심으로 공양 올리라는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부처님께 올릴 공양물이라는 가르침은 정말 신비하였고, 더구나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인데 깨끗하고 좋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깨끗하다 더럽다 좋다 나쁘다는 생각은 네 자신의 분별심일 뿐이며, 네 자신의 분별심을 부처님께 드리는 것이 진정한 마음공부이며, 또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물이니 엄청난 복을 짓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부처님을 제일 기쁘게 하는 일이며 불자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는 가르침은, 그 동안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부처님을 다시 생각나게 하였고 새로운 신심을 솟아 올라오게 하였습니다.
이 순간 이후에는 진료하는 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회활동을 중지하고 오직 마음 닦는 공부에만 전념키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독송회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하루의 기운이 가장 밝은 새벽에 금강경을 읽고 하루 일과 중에도 마음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미륵존여래불…’ 하여 귀에 들리도록 연습하기 시작했으며, 아침 저녁으로 장궤한 자세로 30분씩 정진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그 마음을 부처님께 바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이 마음인지 올라오는 여러 가지 잡념이 마음인지도 모르겠고, 그것을 계속 들여다 볼 수도 없었는데 그것을 부처님에게 바친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힘들고 하기 싫고 짜증나는 그 마음을 부처님께 바쳐 쉬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고요해지기 시작했으며 그 고요한 마음 속에서 여러 가지 분별심이 일어나는 것이 보여지기 시작했고, 그 분별심을 놓치기 않고 계속 정진하여 바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과거 생부터 연습해온 여러 가지 ‘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때로는 그 ‘습’을 보고 바치다가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감당하기 힘드는 상황이 일어났고 그것이 나의 ‘습’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과거 생의 업장 중의 일부가 일어났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업장을 부처님 전에 하나씩 하나씩 바쳐 해탈시키는 것이 바로 마음공부이며, 모든 일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어야 비로소 부처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리는 귀한 공양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공부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공부에 대한 탐진치로 가득 찬 용심으로 탐진치를 닦는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음 공부하고 마음 닦는다는 것이 일반 학문과는 달리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전에 복 짓고 부처님과 밝은 이들을 향하는만큼 되어지는 것이지 ‘내’가 한다고 하면 나를 향하게 되고 결국은 아상 연습밖에 안 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공부하여 알아진다는 것과 알아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알아진다는 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문제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공부기간이었지만 제 자신이 얼마나 독선적이고 위선적이었는지와 문제점 투성이로만 보여졌던 사회의 혼탁상이 내 마음의 혼탁상이라는 것도 알았으며, 잘난 체하면서 살아온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이 탐진치의 결정판이었으며 나의 탐진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밥도 먹고 진료도 하고 사회운동도 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부끄럽고 참담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부끄러움도 부처님께 바칠 수 있는 귀중한 공양물이 될 수도 있으니 정말 다행스럽고 이 공부를 가르쳐주신 법사님과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마우시며 이 밝으신 분들이야말로 저의 부처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공부시켜 주시는 부처님이 계시고 법사님과 선생님 그리고 공부하시는 모든 밝은 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저의 한 호흡 한 호흡 한 동작 한 동작 한 걸음 한 걸음이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하는 재료가 되어지고 이 한 생명 다 바쳐 세세생생 부처님 시봉을 밝은 날과 같이 복 많이 짓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