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갑사(秋甲寺)

지혜의 향기/가을날의 동화

2007-09-29     관리자

도심을 벗어나 확 트인 도로를 안고 우뚝 솟은 계룡산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기만 하다. 하얀 바위산 위 소나무 사이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며 손짓한다. 그 안을 따라 들어가면 꽃물 든 느티나무들과 봄날의 아름다운 유채꽃밭을 연상케 하는 황금빛 계단이 눈부시다.
농부들의 정성이 결실을 맺어 풍요로 이어지는 이 즈음 계룡산 갑사에서는 창건 1581주년 개산대제와 임란시 순국한 영규 대사와 800여 의승군 추모재를 지내는 열기가 감나무에 매달린 수백 개의 빨간 감들에도 깃들어 있는 듯하다. 예로부터 ‘춘마곡 추갑사’라 하여 가을날의 갑사 풍광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이렇듯 풍성한 법석이 갑사의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계룡산 갑사, 재작년 이 곳과 깊은 인연을 맺은 뒤부터 이 도량에 매료되어 살아왔다. 계룡산은 통일신라시대에는 오악산 중 서악으로 불리는 한편 조선시대에는 묘향산을 상악, 지리산을 하악, 계룡산을 중악이라 하여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는 산으로 불리었다.
한편 국보 제298호 갑사 괘불의 영험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2년 전 개산대제 때 괘불을 100여 년 만에 펼쳤는데, 그 날 괘불 앞에서 열심히 기도를 올려 불치병에 걸린 거사가 완치되고, 8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등 현대판 영험 이야기도 많다. 수많은 사람이 운집한 곳에서 신심이 절로 나는 장엄한 괘불을 보고 마음이 열린 불자, 그 자리에서 감응하여 소원을 성취하게 되었으리라. 그 또한 마음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갑사에서는 올해도 개산대제를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이즈음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사정없이 짓밟는 현실을 보면서 인류역사에 악의 흐름이 극에 달은 것 같아 가슴이 메어온다.
이번 개산대제(11월 4일)에서는 개인적인 소원은 잠시 접어두고 인류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불자들이 많았으면 한다. 모든 이들이 한마음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였을 때, 이미 선근 인연의 싹이 트지 않겠는가.
청량한 가을하늘,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 새들도 내게 속삭인다. ‘아름다운 세상은 바로 우리들 마음 속’에 있음을.사희수 님은 우슈 국가대표선수, 우슈협회 전무이사, 우슈 국가대표 심판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백제불교 편집장, 갑사 총무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990년 불교무술포교원을 개원하고, 불교무술시범단을 조직하여 현재까지 약 100여 차례의 불교무술시범을 보여 무술을 통한 불법 홍포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