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인가 업인가?

지혜의 향기/일과 휴식

2007-09-29     관리자


1991년 7월.
“따르르릉” “삐요 삐요” “빰빰 빠바밤”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내가 온갖 자명종 시계들의 합창으로 아주 힘들게 하루를 시작하던 그 때, 그 때는 바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방위(?) 시절이었다.
그런데 난 방위 중에서도 법당에서 근무를 하는 군종이었던 관계로 동료 방위병들이 늘 기다리고 기다리는 일요일은 한 주일에서 가장 바쁜 날이었고 나의 휴일은 남들이 모두 바쁜, 그래서 나와 만나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월요일이었던 것이다.

1996년 7월.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도 일요일은 어린이법회 교사로 하루를 보내야 하고 공휴일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되는 사명(?)을 띤 레크리에이션 지도자로서 일하고 있는 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돈 벌면서 놀러(?) 다닌다. 둘째, 평일에 쉴 수 있어서 좋겠다.
과연 그럴까? 공부도 때가 있듯이 쉬는 것도 때가 있는 것인데….

2001년 7월.
일과 휴식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내 온 지 10년이 흐른 요즘. 전에는 없던 부담이 생겼는데 다름 아닌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다. 남들처럼 휴일에 나들이 가는 것은 ‘그림의 떡’이라고나 할까?
이제 며칠 후면 초등학교의 방학이 시작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때쯤이면 휴가 계획을 짜느라 마음이 설레이는 시기지만 우리 같이 어린이 포교를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전운이 감도는 듯한 긴장감에 휩싸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방학과 동시에 열리는 각종 일반 캠프에 뒤지지 않는 재미있고 유익한 여름불교학교를 위한 준비를 마무리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사랑하는 아내와 딸 윤아를 데리고 바닷가로 떠나는 신나는 여름 여행을 꿈꿔 본다. 윤아를 목마 태워 아내와 함께 드넓은 백사장을 발목이 빠지도록 거닐어도 보고, 푸른 바다에 온 몸을 맡겨 풍덩 빠져 보리라.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름불교학교가 끝나고 나면 더위를 느낄 틈도 없이 여름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아! 이것이 복인가 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