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사랑

창문을 열고

2007-09-29     관리자

창문 을 열었다. 산 속 나뭇잎의 푸르름이 신선한 공기와 함께 참으로 상쾌하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의 신선한 공기와 함께 호흡하며 눈을 들어 까치집을 쳐다본다. 금년에는 까치집이 예년과 비교해서 더 크게 지어진 것 같다. 아마 금년에 보수를 하면서 나뭇가지를 더 많이 쌓아서인지 까치집의 무게에 나무가 옆으로 조금 휘어져 있다.
나는 매일 아침에 창문을 열면서 이 까치집을 쳐다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요즈음 까치가 유해조수라고 해서 한 마리 잡아오는 데 3천원씩 보상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거리에 가다보면 트럭을 몰고 다니며 트럭짐칸에서 총을 쏘아 까치를 잡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얼마 전에는 내가 머물고 있는 절에까지 차를 몰고 들어와서 까치를 잡겠다고 총을 쏘아댄다. 가까스로 말려서 되돌아 가기는 했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
그런데 이 까치가 요즘은 멀리 날아가지 않고 절 주변에서만 맴돈다. 그리고 가끔씩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강아지밥을 살짝 훔쳐먹는다. 날아 다니는 새가 자유스럽게 멀리 날아가서 먹이를 잡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는 절간 주변에서 맴돈다는 생각을 하니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고 꼭 두 마리가 함께 날아다닌다. 한 마리가 쓰레기통을 뒤지면 한 마리는 아마 망을 보는 모양이다. 개밥을 훔쳐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까치들은 부부들인가보다.
며칠 전부터 까치집에서 새끼의 소리가 들린다. 까치들은 매일 아침마다 5분 정도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지저귄다. 처음에는 시끄럽기도 했는데 자기네들끼리 하루의 일과와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지금은 그 소리가 나지 않으면 혹시 총에 맞지 않았는지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을 알았는지 얼마 후에 자기네들끼리 또 열심히 대화를 나눈다. 나도 거기에 끼어서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참으로 사랑스런 까치가정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눈물의 씨앗이다, 슬픔이다, 외로움이다, 기쁨이다, 행복이다, 생활의 활력소다’라는 등등의 말로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 홍역을 치러본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인생의 깊이가 훨씬 더 진지하고 깊은 느낌을 받는다. 또한 사랑을 하면서 배신을 당했다거나, 사랑한 사람과 생이별을 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행을 많이 한 종교인들보다도 오히려 인생의 참맛을 배울 때가 있다.
이런 사람은 상대방을 잘 이해해 줄 뿐만 아니라 마음 또한 지극히 넓어서 깊이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과 만난다. 만남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다. 그런데 인간과 동물과의 만남은 어떤가?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액면 그대로이다. 동물에게 사랑을 베풀면 베푼 만큼 그 곱절로 되돌려 받는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가? 참으로 복잡하다. 처음 사랑할 때 어떤 기분이던가? 상대방의 그 어떤 아픔도 다 감쌀 듯한 말과 행동으로 서로를 감동시키면서 사랑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왜 그 마음이 변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처음 먹은 마음을 꾸준히 잘 지키면 언젠가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처음, 그 마음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변해야 할 마음이 있고 변하지 않아야 할 마음이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 이혼한 부부가 매년 급증한다고 한다. 처음에 그들도 변함없는 사랑을 다짐하고 결혼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변하지 않아야 할 마음이 너무나 쉽게 변하지는 않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까치야, 총쏘는 인간들 조심하고 오래오래 변함없는 사랑의 대화를 나누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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