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맥론(血脈論)

선의 세계

2007-09-28     관리자

이번 호에서는 앞서 소개한 달마의 어록을 하나하나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순서에 따라 앞의 「이종입(二種入)」에 이어서 「혈맥론(血脈論)」을 소개하기로 한다.
여기에서 소개할 「혈맥론」은 달마의 어록을 모은 것으로서 송대 출현한 『소실육문(少室六門)』 가운데 6번째로 기록되어 전한다.1) 「혈맥론」은 자기의 마음을 깨치는 견성(見性)을 강조한 글이다. 견성을 통하지 않고는 복덕을 쌓을 수는 있어도 부처는 찾을 수 없다고 한다.
「혈맥론」은 예로부터 달마의 어록으로 간주되면서도 단편적으로만 전해오다가 돈황본의 발견으로 말미암아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책명(冊名)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달리 「혈맥론(血脈論)」·「파상론(破相論)」·「오성론(悟性論)」 등 셋을 묶어 「달마대사 혈맥론」, 「소실삼론(少室三論)」, 「소림삼론(少林三論)」, 「초조삼론(初祖三論)」, 「달마삼론(達磨三論)」이라고도 한다.
삼계에서 일어나는 것은 모두 일심으로 돌아간다. 전불(前佛)과 후불(後佛)은 서로 이심전심하여 문자를 활용하지 않았다〔不立文字〕.
묻는다 : 만약 불립문자일 것 같으면 무엇으로 마음을 삼습니까.
답한다 : 그대가 나한테 묻는 그것이 곧 그대의 마음이고, 내가 그대에게 답하는 그것이 곧 마음이다. 나한테 만약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그대에게 답변을 하겠는가.
그대에게 만약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나한테 물을 수 있겠는가. 나한테 묻는 그것이 곧 그대의 마음이다. 시작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옛날부터〔無始曠大劫〕 내지 움직이고 행위하는 일체의 시간과 일체의 장소가 모두 그대의 본심(本心)이고, 이것이 모두 그대의 본불(本佛)이다.
그러니 그 마음이 곧 부처이다〔卽心是佛〕라는 말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이 마음을 제쳐두고 밖에서는 종내 다른 부처를 찾을 수가 없다.
三界興起同歸一心 前佛後佛以心傳心 不立文字 問曰 若不立文字 以何爲心 答曰 汝問吾 卽是汝心 吾答汝 卽是吾心 吾若無心 因何解答汝 汝若無心 因何解問吾 問吾卽是汝心 從無始曠大劫以來 乃至施爲運動 一切時中一切處所 皆是汝本心 皆是汝本佛 卽心是佛亦復如是 除此心外 終無別佛可得
이 마음을 떠나 밖에서 보리와 열반을 찾는다면 얼토당토 않는 일이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자기의 성품〔自性〕은 진실한 것이어서 인(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과(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자성이란 법이 곧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자기의 마음이 곧 보리이고, 자기의 마음이 곧 열반이다. 그러므로 만약 마음 밖에서 따로 부처와 보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부처와 보리가 모두 어느 곳에 있는가.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가령 어떤 사람이 맨손으로 허공을 붙잡으려 하면 허공을 붙잡을 수 있겠는가. 허공이란 단지 허공이라는 이름만 있을 뿐이다. 또한 허공이라는 모양도 없어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허공을 붙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마음을 제쳐두고 밖에서 부처를 찾는다면 종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離此心外 覓菩提涅槃 無有是處 自性眞實 非因非果 法卽是心義 自心是菩提 自心是涅槃 若言心外有佛及菩提可得 無有是處 佛及菩提皆在何處 譬如 有人以手捉虛空 得否 虛空但有名 亦無相貌 取不得捨不得 是捉空不得 除此心外覓佛 終不得也

부처라는 것은 자기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것인데 어찌 이 마음을 떠나 밖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전불(前佛)과 후불(後佛)이 모두 단지 이 마음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이다. 말하자면 마음이 곧 부처이고〔心卽是佛〕 부처가 곧 마음이라서〔佛卽是心〕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고 부처 밖에 따로 마음이 없다.
그런데도 만약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있다고 말한다면 그 부처는 어느 곳에 있단 말인가. 마음 밖에 따로 이미 부처가 없거늘 어찌 부처라는 견해를 일으키는가.
그 까닭은 서로가 속이고 미혹하여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다른 형상으로 만들어진 불상〔無情物〕에 끄달려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또한 이러한 도리를 믿지 못한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으로서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것이다.
佛是自心作得 因何離此心外覓佛 前佛後佛只言其心 心卽是佛 佛卽是心 心外無佛 佛外無心 若言心外有佛 佛在何處 心外旣無佛 何起佛見 遞相  惑 不能了本心 被他無情物攝 無自由分 若又不信 自무 無益

부처는 본래부터 허물이 없다. 단지 전도된 중생이 자기 마음이 곧 부처인 줄을 깨치지 못하고 알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만약 자기의 마음이 곧 부처인 줄을 알게 되면 마땅히 마음 밖을 향하여 부처를 찾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가 부처를 제도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가지고 부처를 찾으면서도 부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단지 밖에서만 부처를 찾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모두 자기의 마음이 부처인 줄을 알지 못한다.
또한 부처를 가지고 있으면서 부처에게 예배하지 말고, 마음을 가지고 부처를 염(念)하지 말라. 부처는 경전을 독송하지도 않고, 부처는 계를 지니지도 않으며, 부처는 계를 어기지도 않는다. 부처는 계를 지니거나 어기지 않고, 또한 선업과 악업을 짓지도 않는다.
佛無過患 衆生顚倒 不覺不知自心是佛 若知自心是佛 不應心外覓佛 佛不度佛 將心覓佛 而不識佛 但是外覓佛者 盡是不識自心是佛 亦不得將佛禮佛 不得將心念佛 佛不誦經 佛不持戒 佛不犯戒 佛無持犯 亦不造善惡

그러니 만약 참으로 부처를 찾고자 하면 모름지기 자기의 성품을 깨쳐야 한다〔見性〕. 왜냐하면 자기의 성품이 곧 부처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하고서 염불한다거나 경전을 독송한다거나 재계(齋戒)를 지킨다거나 계율을 지닌다 해도 그것은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는다.
염불을 해서 극락왕생의 인과를 얻고, 경전을 독송해서 총명 지혜를 얻으며, 재계(齋戒)를 지켜 하늘나라에 태어나고, 보시를 하여 그 과보로 복을 얻을 수는 있을지라도 끝내 부처를 찾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만약 자기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였다면 우선 모름지기 선지식을 찾아 배워서 생사의 근본을 깨쳐야 한다. 만일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했다면〔不見性〕 선지식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만약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하면 비록 팔만대장경〔十二部經〕을 다 외운다 할지라도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삼계를 윤회하면서 고통을 받아 그 고통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다.
가령 옛날 선성(善星)이라는 비구는 팔만대장경을 다 외웠지만 자신이 삼계의 윤회를 벗어나진 못하였다. 그 까닭은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한 탓이다. 선성 비구도 이미 그러했거늘 하물며 오늘날 사람들이 겨우 몇 권의 경론을 읽고서 그것으로 불법을 알았다고 하니,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若欲覓佛 須是見性 性卽是佛 若不見性 念佛誦經持齋持戒 亦無益處 念佛得因果 誦經得聰明 持戒得生天 布施得福報 覓佛終不得也 若自己不明了 須參善知識 了  生死根本 若不見性 卽不名善知識 若不如此 縱說得十二部經 亦不免生死輪廻 三界受苦 無有出期 昔有善星比丘 誦得十二部經 猶自不免輪 爲不見性 善星旣如此 今時人 講得三五本經論 以爲佛法者 愚人也

만약 자기의 마음을 깨치지 못한다면 한낱 부질없이 경전만 읽는 것일 뿐이어서 모두 쓸데없는 일이다. 그러니 만약 참으로 부처를 찾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자기의 성품을 깨쳐야〔見性〕 한다. 자기의 성품이 곧 부처이다. 부처란 곧 자기의 성품에 자유자재한 사람이고, 번뇌가 없는 사람이며, 번뇌의 업을 짓지 않는 사람이다.
만약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한다면 종일토록 분주하게 자기의 밖을 향해서 부지런히 부처를 찾는다 해도 부처를 찾을 수가 없다. 비록 어느 것 하나도 얻을 것이 없다고〔無一物可得〕는 할지라도 만약 부처를 찾으려 한다면 반드시 선지식을 찾아 배워서 간절하게 애써 참구하여 마음을 깨쳐야 할 것이다.
若不識得自心 誦得閑文書 都無用處 若要覓佛 直須見性 性卽是佛 佛卽是自在人 無事無作人 若不見性 終日茫茫 向外馳心覓佛 元來不得 雖無一物可得 若心會亦須參善知識 切須苦心 令心會解

생사의 문제가 중대하니 헛되이 세월을 보내지 말라.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가령 진귀한 보배가 산처럼 많고 권속이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다 해도 눈을 뜨고 살아 있을 때는 보이더라도 눈을 감고 죽으면 어디 그것이 보이던가. 그러므로 유위법은 꿈과 허깨비처럼 실체가 없는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만약 서둘러 선지식을 찾아 배우지 않으면 헛되이 세월만 낭비하고 만다. 그러므로 불성을 본래부터 지니고 있더라도 만약 선지식을 찾아 배우지 못하면 끝내 자기를 깨치지 못할 것이다. 설령 선지식을 찾아 배우지 않고도 자기의 마음을 깨친 자가 있다면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만약 이처럼 자기가 스스로 인연을 만나 성인의 뜻을 깨친 자는 선지식을 찾아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천성적으로 타고나〔生而知之〕 학문과 배움에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데도 만약 아직 깨치지 못했다면 모름지기 부지런히 애써 참구하여 배워 가르침을 받아 깨쳐야 한다.
生死事大 不得空過 自  無益 縱有珍寶如山 眷屬如  河沙 開眼卽見 合眼還見 故知有爲之法如夢幻等 若不急尋師 空過一生 然則佛性自有 若不因師 終不明了 不因師悟者 萬中希有 若自己以緣會合得聖人意 卽不用參善知識 此卽是生而知之勝學也 若未悟解 須勤苦參學 因敎方得悟

만약 스스로가 자기의 성품을 깨쳤다면 따로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혹한 사람들이 흑백도 가리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자기의 성품을 깨쳤다는 사람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편다고 망언한다든가 부처님을 비방하고 법을 욕되게 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비가 오듯이 설법을 해도 그것은 모두 마구니의 설법이지 부처님의 설법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곧 스승은 마왕이고 제자는 마왕의 백성과 같다. 따라서 미혹한 사람들은 그 마왕의 지휘를 받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사의 바다에 떨어지고 만다.
이것은 다만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한 사람이 망령되게 스스로를 부처라 하는 것일 뿐이다. 이들은 실은 미혹한 중생으로서 다른 일체중생을 마구니의 세계에 들게 하는 대죄인이다.
若自明了 不學亦得 不同迷人不能分別 白 妄言宣佛勅 謗佛妄法 如斯等類 說法如雨 盡是魔說 卽非佛說 師是魔王 弟子是魔民 迷人任他指揮 不覺墮生死海 但是不見性人 妄稱是佛 此等衆生是大罪人  他一切衆生 令入魔界

만약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하면 팔만대장경을 다 설한다 해도 그것은 마구니의 설이고 마구니의 권속이지 불가의 제자가 아니다. 이미 흑백도 가리지 못하는 주제에 무엇에 의지하여 생사를 벗어나겠는가.
만약 자기의 성품을 깨치면 곧 부처이고, 자기의 성품을 깨치지 못하면 곧 중생이다. 만약 중생의 성품을 떠나서 따로 부처의 성품이 있어 찾는다면 그 부처는 어느 곳에 있는가. 중생의 성품이 곧 부처의 성품이다. 자기의 성품 이외에 따로 부처는 없다. 곧 부처가 곧 자기의 성품이다. 그러니 이 자기의 성품을 제쳐두고 그 밖에서는 찾을 부처가 없고, 부처 밖에서는 찾을 자기의 성품이 없다.
若不見性 說得十二部經敎 盡是魔說 魔家眷屬 不是佛家弟子 旣不辨  白 憑何免生死 若見性卽是佛 不見性卽是衆生 若離衆生性別有佛性可得者 佛今在何處 衆生性卽是佛性也 性外無佛 佛卽是性 除此性外 無佛可得 佛外無性可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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