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그리고 싶어요

자비의 손길

2007-09-28     관리자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감당하지 못할 시련이 닥친다면, 과연 흔들림 없이 지혜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까? 그 일을 해내는, 이름이 참 예쁜 소녀가 있다. 조아라(17세). 아라에게 부과된 삶의 형식은 이름에 걸맞지 않는 불행의 견고한 틀로 이루어 졌다.
그러나 아라는 자신에게 결코 호의를 베풀지 않는 삶에 대항하여,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찾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어린 소녀에게는 매우 버거운 일이었다.
아라를 만나러 가는 날은 이 세상의 어떤 근심 걱정도 잊게 만드는 5월의 화사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아라는 할머니와 함께 서울 성북구 보문동사무소 뒷편, 어린이 놀이터 입구 쪽에 세워진 가건물에서 살고 있다. 놀이터에 들어서자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한가롭게 그네를 타거나 모래 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 뒤로 노숙자 여러 명이 벤치도 아닌 맨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였다.
부모님의 불화로 그리 화목하지는 않았지만, 아라에게도 어엿한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9년 전, 떠올리기조차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사회적으로 떠들썩했던 아내가 남편을 청부살해한 사건이다. 바로 아라의 어머니가 아라의 아버지를 청부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아라의 할머니인 성영희(74세) 씨로부터 일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라 에미가 색(色)이 강한 여자였어요.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남자가 5명이나 있었으니, 애비하고도 이혼 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었지요. 나도 에미 등쌀에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었지요.
살인 사건이 있기 얼마 전에 아라 에미가 유리 끼러 온 남자와 정분이 나서 집을 나간 상태였어요. 그 남자한테 애비의 재산을 가로채 같이 도망가 살자며 몇 번에 걸쳐 살인을 사주했더라구요. 기어코 늦은 밤에 서오릉 근처로 애비를 불러내 돌로 내리치고 흉기로 난자해 살해시켰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라 어머니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청주교도소에서 장기 복역 중이다. 그 이후로 아라보다 한 살 위인 오빠 광훈(18세)이는 용산에 위치한 보육원에 맡겨져 현재까지 따로 살고 있으며, 아라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어린 아라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항상 표정이 어두웠고, 고개를 드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자연스럽게, 남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 졌다. 아라는 혼자 있을 때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그림 실력이 차츰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더 잘 그리려고 노력하게 되고 친구들도 하나둘씩 생겼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단연 돋보이는 그림 솜씨로 만화동아리 회장을 맡아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아라를 보면 참 기특해요. 한 번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 새벽까지 손을 놓지 않아요. 시험 기간이라도 될라치면 하루에 2∼3시간밖에 안 자고 공부를 해요. 그 덕분인지 전교에서 1등을 하고 있답니다.”
며칠 전에 아라 학교에서 축제가 있었다. 그 날 아라는 그 동안 그려왔던 만화 캐릭터들을 한 점에 700원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팔았다. 200여 점이 순식간에 팔렸다.
“축제 때 그림 팔아서 15만원 벌었어요. 그 때는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요. 돈도 많이 벌었지만 아이들이 제 그림을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거든요. 이제 저에겐 확실한 꿈이 생겼어요. 일단 학교를 졸업하면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경험을 쌓아서 훌륭한 만화가가 되어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을 많이 그릴 거예요.”
아라는 무엇보다도 당분간 그림 그리는 도구를 걱정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연필만 해도 한 자루에 1,500원 한다고 하니, 꽤 부담을 느꼈을 터였다. 아라가 지금처럼 자신의 꿈을 소중하게 일구며, 훌륭한 만화가로 성장하길 기원해 본다. 아라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요. 아마도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고 싶어서일 겁니다. 아라에게 현실과 그림 속의 세상은 너무도 다릅니다. 씻을 곳이 없어 방 한 쪽 구석에 있는 싱크대에서 세면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가건물마저도 구청에서 6개월 이내에 철거할 것을 통보하였습니다. 국가에서 보조받는 생활비로는 이사갈 엄두를 못 내는 상황입니다. 곧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아라와 할머니에게 불자 여러분께서 작은 힘이나마 실어주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아웃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소개하여 그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고된 삶의 짐을 함께 하려 합니다. 주위에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이웃 등 힘든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움주실 온라인 번호(예금주 양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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