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라는 그릇에 불법을 담아 전합니다”

우리스님/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성운 스님

2007-09-28     관리자


‘치매 시어머니 연탄창고에 가둬 창고에서 숨지게 하다. 팔순 치매노인 옥상서 투신자살. 아들이 치매노인 머리를 벽에 부딪쳐 숨지게 하다. 치매 노모부양을 다섯 형제가 미루다가 서로 다투어 폭력혐의로 입건. 치매노인 장날 구경나간 뒤 수개월 만에 계곡서 숨진 채 발견….’
치매노인으로 인한 참상에 대한 일간지 보도 내용들이다.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이제는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그리고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매나 중풍은 이제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산업사회의 구조적 변화로 노인의 역할이 크게 제약을 받고 준비 없이 밀려든 개인주의와 평등주의로 인한 세대적 단절로 인해 생긴 불안과 소외와 좌절로 생긴 노인문제는 차츰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긴 여가시간과 역할상실, 수입절감, 그리고 사회적 심리적 고립과 소외, 만성화된 성인병과 특히 치매는 심각한 가정문제와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성운(서울 삼각산 삼천사 주지·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이사장) 스님은 일찍이 이러한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통감하며 노인복지활동을 당신의 이번 생 회향처로 삼으시고 그 일을 전개해가고 계시다. 1978년 스님이 삼천사(서울시 은평구 진관외동 산 127-1 전화 02-359-7766)에 처음 주지소임을 맡았을 때만 하더라도 삼천사를 비롯하여 인근지역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민가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삼천사는 법당과 요사채, 그리고 고시원이 고작인 작은 암자 수준의 절로 군작전 지구에 위치해 있어 당시 정부로부터 폐쇄사찰로 지정되어 있었다.
스님은 그린벨트로 군작전지역인데다가 국립공원이라는 여건속에도 삼천사를 일신하고 가람불사와 수호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상이용사촌으로 무허가 판자촌 일색이었던 열악한 지역사회발전에도 관심을 갖고, 가난한 달동네에 양식을 나누어주는 등 절에서 할 수 있는 복지활동을 펴나갔다.
그러면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노인복지였다. 그나마 아동복지나 청소년복지 등은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반면에 정말 손길이 필요한 노인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조차 없는 상태에서 방치되어 노인들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풀지 않으면 안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님은 사회복지법인을 설립(1994년)하고 인덕노인복지회관(서울시 은평구 진관외동 488번지 전화 02-385-8181)을 건립(1997년)하여 노인복지전문기관으로서 본격적인 노인복지활동을 펼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공과를 인정받아, 1999년 서울시로부터 시립 은평노인종합복지관(서울시 은평구 진관외동 산 140 전화 02-385-1351)을 위탁받아 모범적으로 운영하여 노인복지활동의 한 모델이 되었다.
“앞으로 노인문제는 날로 심각해질 것입니다. 고령화 시대가 이미 열렸지만 아직도 노인복지에 대한 사회 기반 시설은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노인복지 분야의 발전이 핵가족 시대에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의 기반이 될 수 있지요.
우리 나라에서 발생되고 있는 노인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노인복지의 미비와도 관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중한 수발부담이 노인을 그대로 집에 방치하게 되거나 노인유기와 같은 노인학대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렇다고 가족에게 그 책임을 다 떠맡길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극단적인 노인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수발을 보충 지원할 수 있는 캐어 서비스체계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즉 노인을 돌보고 있는 가족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지쳐서 포기하기 전에 노인부양에 관한 사회적 원조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5남매를 둔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고 하자. 처음에는 장남이 아버지를 모시게 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24시간을 낮과 밤이 바뀐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며느리는 ‘장남만 아들이 아니라’며 항변하고, 아버지는 둘째네로 셋째네로, 전전하다가 결국에는 자식들간의 형제애마저 깨지고 아버지는 오갈 데가 없어진다.
그러나 치매노인 한 분을 제대로 모셔주면 결국 다섯 가정, 그에 속한 가족까지 합친다면 최소한 스무 명 이상의 가족이 고통에서 헤어날 수가 있게 된다. 스님은 주위에서 이러한 가정을 많이 봐 왔다.
인근 북한산 자락의 좋은 자연환경 속에 위치한 노인전문요양원인 인덕노인복지회관에서는 치매노인 단기보호소와 유료 노인전문요양원 - 호암마을을 운영하며, 치매로 일상생활이 혼자서는 불가능하신 어르신들을 보호하고 다양한 의료서비스와 정서적 지원을 통하여 안정적이고 평안한 노후를 돕고 있다.
치매 노인 단기보호센터에는 65세 이상 생활보호대상자 및 생활보호대상노인이 아닌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부양의무자로부터 적절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분으로 단기간의 보호가 필요로 하는 분들을 전문인들이 24시간 간병하며 가족처럼 편안하게 모시고 있으며, 유료 노인전문요양원인 호암마을은 치매 중풍 등으로 가정내 보호가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하며 600만원 보증금에 정도의 차이에 따라 월 90만원에서 120만원의 비용(비슷한 여건의 타 요양원의 70%수준의 비용임)을 받고 있다.
보통의 가정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비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환자 1인당 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지라 모자라는 부분은 삼천사 시주금과 후원자, 자원봉사자들의 힘에 의지하고 있다.
삼천사의 보시금이 전액 복지기금으로 쓰여지고,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영양사, 조리사 등 전문직원 외에 4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원봉사자의 절반은 삼천사 신도들이고 일반 불교신도들과 타종교인들, 그리고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주 봉사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복지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자원봉사자를 유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원봉사활동이 국민화되어야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10시간 기도한다면 1시간 정도는 무주상으로 봉사할 줄 알아야 불자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스님네들도 마찬가지로 교육 중 반드시 복지교육과 자원봉사활동을 교과목에 넣어야 해요. 해제철이면 만행과 포행삼아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도 해보아야지요. 수행자들에게도 좋은 현장실습장이 될 것입니다.” 1985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소임을 맡으면서 거의 백지상태다 싶은 불교계의 복지활동을 보면서 조직적인 복지활동전개가 무엇보다도 절실함을 절감했다. 각 본사별로 복지법인을 설립하고 각 말사가 지역사회에 맞는 복지활동을 전개하면서 신도들로 하여금 봉사활동이 바로 자비의 실천이요, 기도임을 일깨워준다면 불교계 복지활동은 활화산처럼 타오르게 될 것이고 불교에 대한 위상정립과 이미지 제고가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것은 우선 총무원장의 의지와 본사 주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월정사의 경우는 본사가 중심이 되어 각 말사별 어린이집 짓기 운동을 전개해 현재 전 말사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집을 짓고 모범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어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소젖은 매일 짜 주어야 신선한 젖이 나오는 법입니다. 고여 있으면 곪고 썩게 되지요. 원력이 있는 곳에 길이 있어요. 복은 연습해야 오는 것이지요. 아니 복은 온다는 말보다 만들어진다는 말이 맞습니다. 원력을 세우고 기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어요. 삼천사 가람불사를 하면서 돌 하나 깨는 데도 반드시 기도를 했습니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문제가 생길 리 없지요. 불사는 기도하면서 하면 다 되는 것입니다.”
“중이 목탁만 제대로 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스님은 서슴없이 말한다.
투명한 사찰재정으로 시주금의 전액을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산하 복지시설(노인복지시설로 인덕노인복지회관 내에 인덕치매단기보호소, 치매노인전문요양시설인 호암마을과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이 있고, 아동복지시설로 불광 어린이집, 인덕 어린이집, 개나리 어린이집, 수색 어린이집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복지시설로 구립 응암청소년독서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숙자 쉼터 희망의 집이 있다.) 운용기금으로 쓰고 있고, 복지시설확장으로 상당한 액수의 부채도 남아 있지만 스님은 걱정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부처님의 뜻에 따라 되어진 일이고,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옳은 일이다 싶으면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그 일이 잘못되거나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다.
“보현행원품에 보면 제불공양이 중생공양이요, 중생공양이 제불공양이라는 말씀이 있어요. 사람이 능히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베풀면 곧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함이 됨이요, 이웃을 위해 사랑하여 나누면 곧 부처님을 모심이 됨이요, 이웃으로 하여금 기쁨으로 함께 하면 곧 일체 부처님으로 환희케 하는 것이니 모든 부처님은 자비심으로 근본을 삼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이 시대는 복지라는 그릇에 불법을 담는 것이 최상의 전법이요, 부처님 말씀을 이 땅에 실현하는 길입니다.”
성운 스님의 남은 원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호암마을의 요양시설을 무료로 운영해가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계산해볼 때 어찌보면 요원한 일처럼도 느껴지지만 스님은 특유의 직관력과 소신, 그리고 추진력으로 항상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해오셨다.
눈이 소복히 내려 아름다운 눈꽃을 피워낸 산사 삼천사에는 오늘도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는 한 스님의 원력의 물결은 해인의 바다를 이루게 될 것이다.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탐방해가듯 지역사회에 송이송이 복지의 꽃을 피워내며 이 땅에 연화장세계를 펼쳐가는 우리 스님, 성운 스님 만세!

성운 스님은 법주사 월탄 스님을 은사로 동진출가하여 수원 용주사 운허· 관응· 탄허 스님, 해인사 지관 스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해인사 승가대학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노인의 생활만족도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 현재 동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과정으로 아쇼카 왕의 복지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가난한 달동네 판자촌에 인접한 삼천사 주지 소임과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역임하면서 복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복지라는 그릇에 부처님 법을 전하는 것을 이생의 원으로 삼아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을 설립하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어린이·청소년 특히 노인복지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어 사찰의 지역사회복지활동의 한 표본이 되고 있다.
1990년 한국방송공사와 법무부 제 8회 교정대상 구치소 교도소 부문 자비상을 비롯하여 군부대, 경승활동 등 봉사활동으로 수많은 상을 수상하였으며 지난 해 연말에는 한국평생교육원(회장 박규채)이 제정한 제 24회 원로찬하 월남장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월남 이상재 선생의 정신을 기리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복지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원로들을 선정해 포상하고 있는 원로찬하 월남장 특별상은 지역 노인 복지 분야에서 독보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운 스님이 그 첫번째 수상자가 된 것이다.)되는 한편 통일문제 유공자로 김대중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저서에 『부처님의 고뇌와 미소』, 『금강경 강해』가 있으며 『묘법연화경』과 『정기법회 독송집』을 편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