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명상(念佛冥想) 5

불교의 수행법

2007-09-28     관리자

혜봉▶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法)을 염송(念誦)하는 것도 염불(念佛)이라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요.

혜봉 법을 염송하는 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경을 읽는 독경법(讀經法)이 하나요, 경전 가운데 있는 게송(偈頌)을 수지 독송하는 것이 또 한 방법입니다.

먼저 독경 수행법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독경할 경전을 선택해야하는데 선종에서는 보통 금강경을 주로 염송하지요. 물론 법화경이나 화엄경 또는 그 가운데 있는 관세음보살품이나 보현행원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반야심경이나 자비경도 좋습니다.
카톨릭 신자일 경우엔 복음서를 읽는 것도 한 방법이며 옛날 선비들은 중용이나 논어를 염송했지요.
둘째는 독경 방법인데 좌선할 때와 같이 정좌를 한 다음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연후에 부처님의 명호를 염송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경을 소리내어 읽습니다.
경을 소리내어 염송하되 경을 잘 읽으려고도 하지 말고 읽다가 힘들어서 포기할 것도 생각하지 말며 경을 해석하려고도 하지 마세요.
그냥 한 자 한 자를 또박또박 염송하되 그냥 염송하세요. 그냥 염송하되 마음은 염송하는 그 글자에 두고 귀로는 염송하는 소리를 잘 들으면서 오직 염송하는 데에만 마음을 두세요.
그러나 처음에는 생각과 번뇌가 많아서 염송이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염송하면서 일체 현상에는 신경쓰지 말고 염송하세요.
그래도 안 될 경우에는 일어나는 마음을 살펴서 버리고 나서 다시 염송해가세요. 그러다 보면 일어나던 생각도 사라지고 일념으로 독경이 되어질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오직 독경하는 자만 남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될 때에는 경의 뜻도 저절로 새겨질 것이고 독경하는 자도 독경하는 대상도 사라지고 그냥 오직 독경하는 행위만 남게 됩니다. 즉 독경삼매에 들게 되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될 때 화두를 참구하는 사람들은 “이 뭔가”하고 참구를 하면 즉시 자성을 깨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게송을 염송하는 방법인데 금강경에 보면 사구게를 수지독송하고 이를 타인에게 연설하면 그 공덕이 한량없다 했습니다.
그 공덕이 한량없다 하는 말은 나와 네가 일체가 다 무너지고 멸도하여 일체가 다 깨달음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수지독송하고 타인에게도 일러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알고 보면 아주 쉬운데 사람들은 몰라서 어려워하지요.


▶ 쉽다 하셨는데 어떻게 해서 쉬운지요.


혜봉 경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구게를 일념으로 염송하는 방법입니다.
사구게를 염송하는 방법도 역시 경전 전체를 염송하는 것과 그 방법은 크게 차이가 없으나 경전 전체를 염송하는 것보다도 행주좌와(行住坐臥)와 어묵동정(語默動靜)간에 쉬지 않고 염송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어떻게 하는지 좀더 쉽게 일러주십시오

혜봉 이를테면 금강경의 사구게인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이나 관세음보살보문품의 자안시중생(慈眼視衆生) 등의 게송을 선택해서 염송하되 관세음보살이나 아미타불 등과 같은 불보살의 명호를 염송할 때와 같이 정좌하고 앉은 다음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고 범소유상 개시허망, 범소유상 개시허망… 하면서 쉬지 않고 앉으나 서나, 계속해서 염송하되 불보살의 명호를 염송할 때처럼 게송을 정확히 염송하세요.
그렇게 염송하면서 일체의 모든 마음이 끊어지고 오직 게송하는 데 일념이 될 수 있을 때까지 범소유상 개시허망… 하면서 게송을 잊지 말고 염송하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밥을 먹고 일을 할 때도 잊지 말고 염송하여 일체가 이 게송에 의하여 다 환이요, 허망한 그림자인 줄 깨달아 나도 없고 너도 없고 내 마음도 없고 일체가 다 없어질 때까지 잊지 말고 염송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없다는 생각마저 끊어지면 누구든지 참다운 자기를 알게 됩니다.
물론 ‘자안시중생’이라는 게송의 경우는 이 게송을 염송하여 일체의 모든 번뇌가 다 사라지고 보고 듣고 행하는 모든 것이 자비 자체가 될 때까지 염송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와 너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몸과 마음의 경계도 무너지고 천지만물 일체가 자비의 마음이 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한량없는 자비의 마음을 이루게 되며 이와 같이 될 때는 어떤 경우도 자비의 마음을 잃지 않고 중생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저는 염불을 해도 미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운 마음을 없애려고 하면 화가 더욱 나면서 염불도 때려치우게 됩니다.


혜봉 염불하는 목적이 어디 있습니까?

▶ 미움이 없어야 서로 사랑할 수 있고 그래야 행복해지며 사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안 그러면 무슨 재미로 살아요.


혜봉 참으로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면 행복도 놓아 버리고 불행도 놓아 버려야 하며, 참으로 의미 있게 살고자 한다면 의미도 놓아 버리고 무의미도 놓아 버릴 것이며, 참으로 재미있게 살고자 한다면 재미도 놓아 버리고 재미없음도 놓아 버리고, 참으로 사랑하고 살고자 한다면 사랑도 놓아버리고 미움도 놓아 버려야 합니다.
인생 자체를 놓아 버려야 인생을 굴리고 사는 주인이 되지 인생을 붙들고 인생에 묶여 살면 거꾸로 인생에 굴림을 당하는 노예로 살게 됩니다.
염불을 하는데 미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알고 보면 사랑을 잡고 있기 때문에 미움이 사라지지 않고, 미움과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상대를 잡고 있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상대를 잡고 있는 것은 결국 나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저는 그것을 알고 있는데도 안 되는데요

혜봉 그와 같은 경우에는 무의식 즉 아주 깊은 과거 업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는 염불을 하면서 미움을 무조건 없애려고 싸우지 마세요. 마음에 있는 미움이 다 드러나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문제삼지 말고 나오게 하세요.
그리고 그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몸과 마음을 관찰해서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 보세요. 그러면 어떤 놈이 미움을 만들어 내는지 알게 됩니다.
그런 연후에 미움을 만들어 내는 원인을 제거해 버리고 미워했던 모든 기억들을 다 버리고 미워했던 나도 버리고 상대도 버려서 오직 염불만 남을 때까지 정진하고 또 정진하세요.


▶ 아미타불은 서방정토에 있다고 들었는데 서방정토는 어디에 있는지요.


혜봉 아미타불이라는 부처님의 명호로서 원래 인도 말입니다. 우리말로 그 뜻을 새겨보면 한량없는 광명의 부처(無量光), 걸림 없는 광명의 부처(無碍光), 끝이 없는 광명의 부처(無邊光), 한량없는 생명의 부처(無量壽) 등의 뜻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광명이라 하면 우리 눈에 보이는 태양 빛 같은 빛이 아니라 무명과 미망을 밝혀 법의 실상을 바로 알게 하는 지혜(妙觀察智)를 뜻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량없는 생명이라 함도 육신과 같은 물질적 생명이 한량없다는 뜻이 아니라 생사(生死)와 상관없이 생사에 물들지 않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방정토라 함은 이 지구상의 저 서쪽이 아니라 일체 생각이 끊어져서 일체 모든 현상을 관찰하여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바로 아는 자신의 본래 마음 자리가 아미타불이 계시는 서방정토입니다.


▶ 그렇다면 자신의 본래성품이 아미타불이라는 말씀입니까?

혜봉 바로 그렇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