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백중재를 지내며

보현행자의 목소리

2007-09-28     관리자

지 금까지 저는 절에서 하는 행사는 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만큼 많은 카드들, 그 많은 카드를 읽으시느라 바쁘신 스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사가 끝나면 스님들 한번 뵙지도 못하고 점심 공양하고 제각기 집에 오기 바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백중재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과 감사함으로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의 더위도 느끼지 못할 만큼 가슴 벅찬 백중재였습니다.
제가 올해 백중재를 모신 곳은 강원도 정선군 북면 여랑읍에 위치한 하옥갑사입니다. 이 하옥갑사에 가려면 도로변에다 차를 세워 놓고 계곡을 따라 800여 미터를 올라야 합니다. 이 곳에 오시는 신도 분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으시는데 지금도 첫수확물은 부처님께 먼저 공양올리시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쌈짓돈으로 불전을 올리는 아주 오래된 절이랍니다.
교통도 불편하고 신도 분들도 나이드신 분이 많아서 스님께서는 입재일과 막재일만 재를 지내신다고 하셨습니다.
초재일부터는 혼자라도 와서 금강경을 독송하고픈 마음에서 스님께 여쭈었더니 아주 반갑게 승낙하셨습니다. 초재일부터 육재일까지 따뜻한 마지 한 그릇 준비하시고 경 한 자도 놓치지 않으시고 미처 오시지 못한 분들의 카드 한 장 빠뜨리지 않으시고 정성을 다하시는 스님 뒷모습에서 감사함과 죄송함에 많이도 울었답니다.
한번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깊은 산사에서 가난한 신도 한 사람과 따뜻한 마지 한 그릇에 스님의 정성어린 염불소리를 말입니다. 오늘도 가난한 절집 살림 하시랴 공부하시랴 산짐승 먹이 챙기시느라 바쁘실 스님께 다시 한번 깊은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디 몸을 아끼시어 맑고 고운 마음 오래 느끼게 해주세요.
스님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