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

2004-09-15     관리자

[미운 오리 새끼]


수 일 전부터 꼼짝도 않고 알을 품고 있던 엄마 오리가 마침내 귀여운 새끼들을 얻었습니다.
엄마 품에서 잠을 깬 아가 오리들이 모두 귀여운 얼굴로 알을 깨고 나와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 오리는 너무도 기뻐 새끼마다 일일이 뽀뽀를 해 주고 수고했다고 노고를 치하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생전 보지 못한 이상한 모습을 한 녀석이 하나 있는 것입니다.

아니, 너 오리 맞니? 엄마는 한 번도 너 같은 오리를 본 적이 없는데...

엄마 오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생긴 녀석도 엄마 품에서 알을 깬 것은 틀림없을 터.
엄마는 오해를 거두고 이상한 오리를 품에 안습니다.



이상한 오리는 태어날 때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커 가면서도 이상합니다.
다른 형제들과 닮지를 않은 것입니다.


이상한 오리는 결국 미운 오리가 되어 형제들로부터 구박을 받습니다.
그 때마다 엄마는 사랑으로 미운 오리 새끼를 감싸주십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왜 자신이 미움을 받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랍니다. 엄마는 비록 미운 오리 새끼가 못 생기기는 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오리들이 모두 자란 어느 겨울 날,
오리들이 사는 호수에 백조 떼가 찾아 왔습니다.


야! 백조다!

동네 아이들은 백조의 아름다운 모습에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리고 그 옆의 오리 떼들을 쫓아 버립니다.
오리 떼들은 있던 곳을 쫓겨나 우루루 멀리 달아납니다.


달아나는 오리 형제들 틈에는 우리의 미운 오리 새끼도 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는 달아나면서도 하늘을 훨훨 하는 백조의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을 금치 못합니다.

야, 정말 이쁘다. 나도 저렇게 날아왔으면...


그런 미운 오리를 본 형제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 마디씩 합니다.


야! 우리는 오리야! 오리가 어떻게 저렇게 날 수 있어? 꿈 깨!

그렇지만 미운 오리 새끼는 날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자꾸 어깨를 들썩여 봅니다.

그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운 오리의 겨드랑이가 자꾸 가려워 오는 것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자기도 모르게 팔로 날개짓합니다.
바로 그 땝니다.
미운 오리는 오리답지(?) 않게 하늘 높이 솟아오릅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자신도 놀라 소리 지릅니다.


야! 내가 하늘을 나네?

그 때 저 멀리 땅에서 놀던 아이들이 자신을 보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야! 백조다 백조! 백조가 난다!


알고 보니 미운 오리 새끼는 오리가 아니라 백조였던 것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 하늘을 날아간 것은 자기가 백조인 것을 알아서가 아닙니다. 본래 생명이 백조였기 때문입니다. 본래가 백조였기에 백조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백조인 줄 알든 모르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오리로 잘못 알아도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오리인 줄 알고 오리 무리에 섞여 있어도
본래 생명이 백조이니까 궁극에는 백조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본래 부처(本來佛)라면 우리는 부처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깨달음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깨닫든 못 깨닫든,
우리의 본래 생명이 부처님 생명이므로 우리는 부처님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필연(必然)입니다.
부처의 삶을 사는 것은, 수행을 하고 깨달은 자에게만 오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일체 중생의 보편적 사건인 것입니다. 우리가 이미 태어난 이상, 우리는 중생이 아니라 부처의 삶을 살아가도록 그렇게 운명(?) 지어져 있는 것입니다.



설사 내가 부처인 줄 몰라도, 내 스스로는 찬란한 내 안의 부처를 보지 못하고 번뇌 속에 사는 범부요 늘 잘못만 저지르는 죄인(罪人)인 줄로만 알고 있더라도 그것은 내가 부처로 사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내 본래 생명이 부처니까 우리는 부처의 삶을 사는 것이요,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며 또한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이 없어도, 재물이 넉넉지 않고 명예와 지위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하며 비록 병이 있다 하더라도 나의 본래 생명은 언제나 절대 자유, 절대 행복인 영원한 생명, 부처님 생명인 것입니다.



본래불(本來佛)!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는 이미 깨달아 있다! 부처를 이루고 있다!


이런 '본래성불(本來成佛)'의 사상은 모든 대승(大乘)의 소식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깨달음 여부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를 지금 이 자리, 이 상태에서
그대로 부처님으로 살아가게 하는 수행법이,
일상 생활에서 행(行)마다 원(願)을 가지고
일체 중생을 섬기고 공양하며 찬탄하는 '보현행원(普賢行願)'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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普賢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