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월정사가 뜨는 이유

2004-08-15     관리자

현대 불교 신문의 '이 경숙' 기자님의 글입니다.
동감하는 부분이 많아 허락없이 퍼 왔습니다.
혹시 이 기자님이 나중에 아시다러도 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정념 스님을 저는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월정사 주지 임명이 있고 나서 사진 속에 뵈온 스님은 참 맑고 단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교방송 '무명을 밝히고'를 우연히 듣던 중, 목소리가 겸허하고 자비로운 스님이 나오셔서 누군데 저런 목소리를 가지셨나? 하고 끝까지 목소리릐 주인공을 확인한 바(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개 방송 끝에 가서야 누구를 초대했는지 나옵니다~*^*^*), 바로 정념 스님이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중 속으로 뛰어드는 월정사의 모습에 반가워 하던 저의 그 때 느낌은 '아! 이 스님이 계시는 동안은 월정사가 젊어지겠구나! 중생 공양을 참 잘 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 후의 모습은 역시 제 기대를 뛰어넘기에 충분합니다(오히려 제가 기대한 이상이십니다). 그런데 그 배후에는 스님의 원력 외에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재가 불자님의 원력이 있음을 기자님의 글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원력이 이렇게 큰 기쁨, 환희를 가져 옵니다.

출가-재가가 하나가 되고
나의 행복, 나의 깨달음을 뛰어넘어,
더 많은 불자님들이 더 큰 원력으로 이웃에게 다가 가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광복절 아침
참으로 간절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시아본사아미타불

普賢 合掌



---다음은 이 경숙 기자님 글 원문입니다.----

[ 월정사가 '뜨는' 이유 ]

어제(8월 11일) 아침 TV방송에서 ‘불교, 대중속으로’라는 표제로 두 사찰이 소개됐습니다. 양평의 육지장사와 평창의 월정사인데요.

‘명상과 록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로커들의 열창 모습을 보인 육지장사에서, 빨갛게 염색을 한 긴 머리의 로커가 “절에서 공연하려면 스님처럼 삭발하거나 (머리를)묶어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며 신기한 듯 토로한 장면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또 8월 7-8일 제1회 월정사 주지스님배 족구대회를 연 월정사는, ‘달마야 놀자’ 영화에서 스님들이 조폭들과 족구 대항을 하는 장면들과 비교하며 월정사 스님들이 머리로 발로 공을 넘기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정말 두 장면이 어찌나 똑같은지 그 편집이 재미있더군요.


요즘 소위 ‘뜨는’ 사찰이 바로 월정사가 아닐까 합니다. 불교계와 일반 매스컴을 가리지 않고 계속적으로 뉴스에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월정사는 조계종 제 4 교구본사,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사찰, 고려시대 만들어진 국보 팔각구층석탑이 있는 곳 정도 외에는 널리 알려진 게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도 몇 년 전 겨울에 참배차 월정사에 한번 갔는데, 경내 한가운데 있는 팔각구층탑이 소담하게 눈을 덮고 있는 것과,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 유물이 좀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성보박물관을 둘러보았다는 기억 밖에는 크게 인상적인 체험은 없었습니다.


월정사가 ‘기사꺼리’들을 연이어 내놓았습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비포장 숲길 걷기대회를 열었으며, 천연의 흙 숲길을 그대로 두고 포장하지 말라는 건의를 지역 군에 해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도 했습니다. 390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영화 ‘달마야 놀자’의 후속편 ‘달마야 서울가자’의 시사회를 산사에서 여는 문화행사도 관심을 끌었지요.


그러더니 한달이라는 기간동안 스님생활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단기출가학교’ 개설, 그리고 최근엔 월정사 주지배 족구대회도 열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행사들은 저희 ‘현대불교’도 크게 기사화 했습니다. “또 월정사야?”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끔 각 신문면을 장식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신문사에서도, 어느 특정한 사찰이 계속적으로 크게 나가는 편집은 삼가게 마련인데 월정사는 (기사화 안할 수 없는)매력적인 아이템들을 잇따라 쏟아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모두 올 초 정념 스님이 주지로 온 후 일어난 일입니다. 이러한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은 기획차장으로 있는 재가종무원 박재현 씨입니다. 박 차장은 조계종 총무원에 기획과장으로 근무했었는데 정념 스님이 월정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스카우트했습니다.


사실 저는 불교계 기자 생활을 오래 했지만 월정사와는 취재인연이 없어 월정사도 한번 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스님들도 잘 아는 스님들이 없습니다.


주지 정념 스님도 개인적으로 취재한 적이 없어 어떤 분인지 잘 모릅니다. 신문에 난 이력과 주위 스님들에게 들은 것 정도이지요.

또 박재현 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 총무원에 근무했었으니까 얼굴은 알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요.

저는 여기서 ‘월정사 찬가’를 부르거나 ‘월정사 주지스님 찬가’를 부르고자 하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요지는 한마디로 ‘인사가 만사’라는 것입니다. 월정사가 기획력이 있는 젊은 불자를 스카우트해 마음껏 일을 하게끔 스님들이 밀어주고 끌어주어 ‘대중과 함께 하는’ ‘변화하는 사회와 같이 가려는’ 사찰로 탈바꿈해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겁니다.


월정사는 주지스님을 비롯 사중 소임자 스님들이 새벽예불부터 같이 봉행하고 아침공양후엔 재가 종무원들까지 합석해 차를 마시면서 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합심이 되어 사찰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모으고 젊은 재가종무원이 헌신적으로 뛴다면 앞으로 더 주목할 만한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각종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데 부디 반짝 하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진정으로 불교문화를 알리고 창달하는 깊이있는 기획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교구본사들이 포교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지역민들에게 봉사하고 기여하며 지역민들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관람료라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고, 또 관광객들이 늘 북적대는 곳이기에 자칫 안일하게 보내기 쉬울 수도 있는 곳이 큰사찰들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단기출가학교’ 개설이야말로 월정사가 발빠르게 잘 한 일이라고 봅니다. 사실 불자들 중에는 출가의 꿈을 실현시키지는 못했지만 삭발염의하고 싶은 꿈을 지닌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오죽하면 최인호씨 같은 천주교인 작가도 ‘나도 스님이 되고 싶다’고 외쳤겠습니까.


그들에게 스님생활을 하게 해 준다는 것은 자기의 생활을 돌아보는 한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미얀마 같은 곳에 가서 스님생활을 체험하고 와 자랑하는 불자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스님들한테 들으니, 큰절에는 큰 맘 먹고 들어왔지만 생각과 현실이 달라 다시 하산하는 행자들이 80-90%가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단기출가를 해봄으로써 자신이 출가생활에 어울리는지, 몸과 마음을 한번더 가다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식으로 출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사전 체험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불교계에도 일조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월 1일부터 6일까지 접수한 결과 30명 정원에 100명 가까운 사람이 입교신청을 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합니다. 예상대로지요.


월정사와 비교되는 절이 바로 서울 근교에 있는 A사 입니다. 이 사찰도 역사로 보나 탄생시킨 큰스님으로 보나, 또 탄탄한 신도층으로 보나 재정적인 면으로 보나 월정사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서울 근교라고 하는 절의 위치가 대중포교에 더 좋을 수 있는 덤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종무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무언가 하려고 해도 주지스님이 시쿤둥입니다. 몇달전 사찰의 발전기획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가타부타 반응이 없습니다.
사찰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는 그 주지스님은 개인적으로 쓰고 절에 영수증 처리를 하는 돈은 매월 천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또 모 광역시에 있는 B사. 이곳도 역사로 보나 신도수로 보나 ‘ 막강사찰’ 입니다. 그러나 주지 스님은 다른 데는 관심이 없고 천도재, 예수재, 수능100일 기도, 방생 등 연례행사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신도들한테 하는 이야기도 불사금 이야기뿐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일하는 종무원은 그저 신도카드나 뽑아주고 잔심부름이나 하는 단순노동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큰 일이나 작은 일이나 모든 일은 사람이 합니다. 어떠한 사람이 들어오고 얼마나 그 의견이 존중받느냐에 따라 크게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말로 불교계는 능력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좋은 인재가 있으면 스카우트라도 해서 끌어다 써야 하는 시대에 사찰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능력있는 전문가를 쓰려면 그에 맞는 대접(인격적인 대접 포함)도 따라야 합니다.

‘잘 나가는’ 월정사를 보면서 ‘인사가 만사’이며, 스님들의 의식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