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스님을 생각하고 불광을 내다본다”

광덕 스님 1주기 추모 특별좌담2

2007-09-25     관리자

사회 회장님께서 보시는 큰스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박충일 회장 광덕 큰스님은 용성 대선사와 동산 선사의 선맥을 계승하신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이자 한국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의 횃불을 밝히신 분입니다. 설법을 잘하여 위대한 법사요, 학문이 높아 불교학자요, 시인이요, 문학가였으며, 수행과 계율에도 철저하신 큰스님은 부처님의 화신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자비하신 큰스님의 맑고 밝은 미소는 영원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큰스님은 맨주먹으로 대각사에서 월간 「불광」을 창간하시어 한국불교를 선도하셨고, 불광법회를 창설하시어 전법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송파구 석촌동에 불광사를 창건하시어 불광법회를 옮기시고 법체를 돌보지 않은 채 저희 불광형제들에게 반야의 도량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후 일심으로 반야의 법을 가슴깊이 심어주시고 지난 해 2월 27일 열반하셨습니다.
지난 해 11월 14일 우리 불광형제들이 큰스님의 위업을 받들고 추모하기 위해 ‘불광 창립 25주년 및 월간 「불광」 300호 발행 기념 대법회’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성대히 개최하였습니다. 큰스님은 뵈올 수 없지만 그 위덕은 지금 불광 형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불자와 국민 모두가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큰스님의 말씀은 법이었고 진리였습니다. 큰스님은 일생을 청정하게 수행하셨고, 모든 것이 존경스러운 참 수행의 표본이요, 빛이셨습니다. 우리 불광 형제들을 성장시키고 감싸안으시는 어버이셨고 마하반야바라밀법의 등불을 밝혀주신 참으로 고마우신 대선지식이셨습니다.
사회 큰스님께서는 상좌스님을 많이 두신 참 복이 많은 어른이셨습니다. 주지스님께서는 오랫동안 큰스님을 시봉하셨는데, 스승으로서의 광덕 스님, 한 인간으로서의 광덕 스님을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지암 스님 먼저 초월적인 삶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스님께서 열반하시던 날 아침에 예불하고 내려오니까 저더러 ‘밖에 나가지 말어, 오늘 내 곁에 있어야 돼.’ 그러셔요. 전날 밤에는 범어사에 가자고 간절하게 말씀하시더라구요. 마침, 병원에 가기로 한 날이라 병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큰스님께서 ‘오늘 병원에 갈 필요 없어.’ 그러셔요. 제가 거기에서 느낀 점은 ‘아, 참 초월적인 삶을 갖고 사셨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는 참으로 엄격하신 분이셨습니다. 공양하시는 것만 봐도 정해진 양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고, 경을 읽어드릴 때, 제가 졸려서 한 자라도 빼먹으면 졸고 계시다가도 ‘거기 다시 읽어.’ 그러십니다. 행주좌와에서 빈틈이 없으시면서도 한편 너무나 자상하신 분이셨습 니다.
그 편찮으신 몸을 이끄시고도 아픈 기색 하나없이 밝고 환한 얼굴로 내방객을 맞아주셨습니다. 우리 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입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일 때도 찾아오신 분 서운하게 하지 않으시려 반갑게 맞이하시면서 내방객의 이런저런 얘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십니다. 지극하게 경청하신 뒤 부처님 말씀 한 말씀이라도 더 전해 주시기 위해 애쓰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육신의 스승이라기보다 ‘살아계신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늘 갖게 되었고, 존경의 마음을 무어라 형언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 한탑 스님은 큰스님과 40년이 넘는 인연을 맺어오셨는데, 큰스님을 한번 따르기 시작하면 평생토록 신뢰 공경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십니까?
한탑 스님 모르는 사람도 큰스님을 한번 뵈면 가까이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철학이나 사상뿐만 아니고 스님의 인격에서 나오는 힘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나이 27세에 스님이 30이셨는데, 그때 처음 뵐 때, ‘어떻게 저렇게 생긴 분이 있나’ 하고 놀랍게 여겼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 어른이 내놓으시는 불광운동의 이념이나 내용을 보면, 자신에 대한 계산이 전혀 없습니다. 얼굴이 그렇게 맑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계산이 없다는 얘깁니다. 불광대중들이 스님을 그렇게 좋아하고 따르게 된 것은 스님의 훌륭하신 인격의 힘 때문입니다. 그 인격의 힘이 이념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 금강경 강의를 하신다고 해서 갔더니, 제목이 각 사상 운동이에요. 그때만 해도 소천 스님이 주로 말씀하시고 광덕 스님께서는 회장직을 맡고 계셨는데, 광덕 큰스님께서 짧게 몇 말씀해 주시는 것이 더욱 가슴에 쏙쏙 들어와 박혀요. 참 묘한 힘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광덕 스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이 마하반야바라밀 사상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부족해도 수행해서 깨달으면 부처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중생이다.’라는 그런 말씀이 아니고 ‘우리가 수행을 하든 안 하든 본래 내 생명은 무한공덕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본래부터 우리는 부처라는 얘기죠. 그때만 해도 그것이 낯설고 놀라운 일이었죠.
불광을 운영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도 ‘나는 주인이고 너는 객이다.’라는 이런 관념을 갖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모두를 주인으로 보는 생각입니다.
사회 불광법회는 큰스님의 대평등사상인 모두가 주인이라는 이념에 바탕을 두고 발전되어온 단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큰스님께서 열반하신 지금 자칫 잘못하면 한 사찰의 신도회처럼 테두리가 지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서 불광운동의 진로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주이신 지정 스님께서 큰스님의 이념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 것인지 말씀 해주시지요.
지정 스님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 불광은 기존 사찰운영과는 좀 달라야 하고, 그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종교단체인데, 종교단체라고 한다면 이해관계를 초월한 곳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사회의 기업처럼 이해관계로 얽힌 곳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거든요. 여타의 기존 사찰의 운영에서는 그런 점이 눈에 띄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스님들이 버려야 될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리 스님들이 권위의식, 더 나아가서는 신도들 위에 군림하려는 의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스님들이 꼭 극복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사찰을 마치 사유재산으로 여기고 물질적인 재산가치로 평가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거시적인 안목으로 철저한 신앙심으로 만인을 위한 자비심으로 운영을 해야겠습니다. 신도들도 이해관계로 얽혀서 네편 내편 가르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승속이 조화롭게 화합해야만 본연의 순수한 불교인의 자세로 돌아가고 합리적인 운영체계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혜롭게 이겨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 훌륭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들의 권위의식, 군림의식, 신도들의 소유의식 등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불광정신이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사찰 운영의 재정적 문제라는 것일텐데, 제가 불광법회에 와보면 법회회보에 대중들의 보시금 내역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사찰재정의 공개와 투명성의 첫출발이 불광법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구체적으로 사찰 운영의 투명성을 위하여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시는지, 주지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지암 스님 불광사·불광법회가 다른 사찰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법주스님과 주지, 회장, 사무장, 경리에 이르기까지 결제체계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중요 사안은 온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논하고 세세하게 검토해서 먼저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해서 처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사찰의 재정현황을 1년에 4회씩 사찰운영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공개 운영할 것입니다.
사회 새 천년을 맞이하여 한탑 스님께서 불광운동이 지향해야 할 역점, 목표를 말씀해 주시지요.
한탑 스님 우리가 자칫 잘못하면, 불광운동이 사찰 하나 지은 것을 큰 업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것은 큰스님을 한 사찰의 창건주로 한정시키는 결과밖에는 안 되는 것입니다. 불광사 하나라면 큰 교회의 몇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불광은 사찰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불광사는 불광운동의 근본도량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사찰운영의 투명성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은 지엽적인 것이고 보다 근본적인 것은 모든 불자들에게 불광사상이 젖어들어야 합니다.
처음 잠실에 불광법당을 지을 때 이곳이 불광법회의 총본부가 되리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그래서 불광법회 잠실법당이라고 했습니다. 불광운동을 대중화시키려면 방방곡곡에 법당이 들어서야 합니다. 원래 그렇게 계획이 되었던 것입니다. 제2 법당, 제3 법당에 대한 계획이 다시 부활이 되어야 합니다. 불광은 집 하나 지은 걸로 말하면 안 됩니다.
또한 광덕 스님에게만 조명을 비추고 초점을 맞춰선 안 되는 겁니다. 광덕 스님께서는 늘 말씀하셨어요. ‘법을 보는 자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 법을 본다.’ 그 얘기는 무엇이냐 하면 불광운동은 광덕 스님 한 개인의 인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광덕 스님이 제시하셨던 마하반야바라밀 신앙이 살아야 불광입니다. 지역적으로 불광운동이 확대되고 이념적으로 순수불교가 살아나야 합니다. 순수불교란 신분, 지역의 차별이 없습니다. 방방곡곡에 불광법당이 들어서고 순수불교 이념이 살아나야 합니다.
사찰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이념이 살아나야 합니다. ‘정말로 나를 보려면 마하반야바라밀을 봐야 하고, 실천하고 보급해야 하고, 보현행자들이 이 사회에 쏟아져 나와야 한다. 나를 영웅화하고 받드는 것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광덕 스님께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여기 바로 이 자리에서 보현행자가 깨알같이 많이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사회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지향하고 실천해야 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송 총장님께서 말씀해주시지요.
송석구 총장 지금은 제가 불광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광덕 스님께서는 불광운동을 완성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불교 종단의 큰 벽을 뚫고 나가지도 못하셨지요. 불광운동은 초발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도 초창기처럼 회장 이하 모든 형제들이 똘똘 뭉쳐서 철야정진을 해야 합니다. 초창기에는 회장 이하 모든 형제들이 한 마음이 되어 철야정진을 하고 아주 단결된 모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사회 혜담 스님께서도 불광의 지향점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지요.
혜담 스님 ‘그간에 불광사 주지직을 역임하신 분 중에는 불광법회를 잘 모르시고 주지직을 역임하신 분도 계신 듯합니다. ‘불광사’가 아니고 불광법회가 중심이라는 것을 잘 모르시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불광법회를 함에 있어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불광사에서 하게 되기 때문에 양립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불광법회의 회원들이 ‘나는 불광사의 신도가 아니라 불광법회 회원’이라는 뚜렷한 주관이 서 있어야 할 것입니다. 스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형제들 모인 자리에서 누누이 말하곤 합니다. ‘불광사에는 신도가 없다. 유일하게 한국불교에서 신도가 없는 절이 어디냐 하면 바로 불광사다. 왜냐하면, 불광사에는 신도가 없고 불광법회가 있다.’하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주지스님의 소임은 불광사의 주지가 아니라 불광법회를 지도하는 소임자로 확립되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사실, 큰스님께서 이루어 놓으신 것은 완벽합니다. 더 이상 할 것이 없어요. 그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항상 우리가 말하는 ‘우리는 횃불이다. 스스로 타올라 역사를 밝힌다.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 생명, 용맹정진하여 바라밀국토 성취한다.’ 이 두 마디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내가 불광사 신도가 아니라 불광법회 회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해나간다면 스님들이나 회원들이나 문제될 것이 없고 큰스님의 뜻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혜담 스님께서 불광법회의 본질과 미래를 통쾌하게 열어 보이셨습니다. ‘불광법회가 주체이다. 불광법회는 신도회가 아니다. 불광사는 반야바라밀하는 도량이다. 스님들은 반야바라밀 운동의 지도자이시다.’
여러분, 다들 동의하십니까?
일동 동의합니다.
사회 네, 감사합니다. 이제 불광법회가 새천년을 맞아 구상하거나 추진할 주요사업이나 과제가 무엇인지, 회장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박충일 회장 첫째, 큰스님의 위덕을 추모하고 불교의 기본정신인 큰스님의 반야사상을 연구하고 계승하여 이 땅에 널리 펼쳐 불국토 성취를 위한 반야사상연구회 설립. 둘째, 2대 법주 스님을 중심으로 한 화합과 민주적이고도 과학적인 법회운영. 셋째, 현 불광사 도량 확장 및 신축과 불광법회 제2 법당, 제3 법당 건립. 넷째, 조속한 불광 정진원 창설과 큰스님 부도 조성 및 불광 납골당 조성이 시급한 문제입니다.
또한 다섯째, 월간 「불광」과 불광출판부의 불서발행과 불광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의 활성화로 한국불교의 현대화, 대중화 전법에 전념. 여섯째, 불광 마하보디 합창단을 육성하여 불교음악으로 전법에 전념. 일곱째, 불교의 실천 생활화와 계율 엄수. 여덟째, 승속이 공동으로 의무와 책임을 지는 주인으로서 민주적인 법회운영을 해나갈 것입니다. 아홉째, 큰스님 상좌 형제스님과 불광 사중 스님의 교육과 보건복지, 노후보장의 대책 수립. 열째, 큰스님의 반야사상과 정법 포교와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입니다.
이 외에도 어린이 교육, 노인대학 등 많지만 우선 위 사업을 새 천년에 성취해야 할 과업으로 삼아가야 할 것입니다.
사회 오랜 시간 진지한 토론 감사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불광운동의 본질과 방향이 분명하게 확립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한 말씀씩 하시고 마치겠습니다.
지정 스님 추운 날씨에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불광법회를 지켜봐 주시고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한탑 스님 불광의 근본이념이 활활 불타올라서 온 세상을 밝게 비추길 바랍니다.
혜담 스님 ‘마하반야바라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지암 스님 큰스님 생전에 좀더 지극히 모시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대중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큰스님께서 남기신 금쪽 같은 법문을 그냥 흘려버리지 마시고 적극 실천해서 본인의 무궁한 발전역량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송석구 총장 다같이 마하반야바라밀의 초발심으로 돌아가서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길 바랍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