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욱이의 해맑은 눈빛을 찾아주세요

자비의 손길

2007-09-25     관리자

한창 뛰어다니며 말썽을 피울 나이인 미운 7살, 한 아이가 소아암의 일종인 ‘횡문근육종’으로 고통받고 있다. 서울 도봉동에 사는 승욱이를 만나러 가던 날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진데다 도봉산 자락의 쌀쌀한 기운으로 더욱 춥게 느껴졌다.
어렵사리 집을 찾아 지하 셋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동자승 마냥 삭발을 한 채 약을 먹고 있던 승욱이가 꾸벅 인사를 한다. 승욱이는 제 또래답게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캐릭터 ‘포켓 몬스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약을 다 먹은 승욱이는 ‘미키 마우스’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후 이내 키득키득 웃으며 만화영화 ‘짱구는 못말려’에 빠져 든다.
“승욱이는 면역성이 약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요. 감기라도 걸리는 날엔 큰일이거든요. 저렇게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만화영화 보는 게 유일한 재미지요.”
애처로운 시선으로 승욱이를 바라보던 어머니 유순덕 씨의 눈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지난 98년 여름 갑자기 승욱이의 눈이 붓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파서 잠을 못 자겠다고 우는 승욱이를 들쳐업고 동네 안과를 찾았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손도 못 대는 지경이었다. 상계 백병원을 거쳐 서울대학병원으로 가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간 삼성의료원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횡문근육종’, 그 조그만 아이의 눈에 어른 주먹만한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승욱이네는 자그마한 가게를 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IMF 한파로 부도를 맞아 가게 문을 닫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치료비를 마련할 방도가 없었다. 병원비 걱정에 그저 눈 앞이 캄캄했는데 이웃들의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그나마 지금까지 치료를 할 수 있었다.
그간 방을 사글세로 돌리고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승욱이 큰누나가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안 살림을 돌보아야 했다. 승욱이 아버지는 지방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지만 벌이가 시원찮아 승욱이의 병원비엔 턱없이 모자란다.
승욱이는 그 동안의 지속적인 3차원 방사선의 성공적인 치료와 어머니의 정성어린 간호로 인해 현재 눈 안의 혹이 손톱만하게 줄어들었다. 비록 시력이 0.2 정도로 나빠졌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자신의 안구는 지닐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승욱이에게 급한 치료는 올 8월까지 약물치료와 입원치료를 병행하며 병세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승욱이 어머니는 당장 백만원에 달하는 MRI 촬영비와 주사, 약값, 입원비 등 병원비 걱정에 막막하기만 하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고열에 시달리고 한 번 코피를 흘리면 혈소판이 부족해 멈추지 않으며 독한 주사약으로 인해 뼈가 약해져 이빨이 썩는 등 여러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승욱이를 볼 때면 피가 바싹바싹 마른다고 한다.
“승욱이가 아프면서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한시도 곁을 떠날 수가 없어요. 임산부보다 더 까탈스럽다니까요.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짜증은 왜 그리도 잘 내는지…. 하여튼 남편이나 부모님의 병간호였더라면 아마 제가 견뎌내지 못 했을 거예요. 딱 하루만 승욱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고 어디라도 다녀왔으면 좋겠어요.”
승욱이 어머니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연신 승욱이를 안아 주거나 눈과 피부, 치아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없나를 살피고 있었다. 이제 3월이면 승욱이도 초등학교에 가게 된다. 비록 몸이 아파 정상적으로 다니지는 못하겠지만 친구들과 해맑게 뛰어노는 승욱이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