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 1

권두설법

2006-11-12     관리자

“천파 만류 흐르는 물은
한 바다로 모이느니라. 나무아미타불.
백년 삼만 육천 일이
불급(不及) 승가(僧伽) 반일한(半日閑)이로구나.
나무아미타불.”

인생은 천파 만류 흐르는 물입니다. 인생이 뭐고 어떻게 살아야 옳게 살아가는 것이냐? 백년 삼만 육천일을 살아도 인생이 뭐고 어떻게 사는지를 모르고들 삽니다. 법답게 살지 않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 백년 삼만 육천일이 절에 와서 한 나절 법답게 사는 것만 못하다는 말씀입니다.

불자님들 모두 안녕하십니까? “나마스떼.” 세계 60억 인류 가운데 인도 사람 10억이 쓰는 인사법인데 ‘그대의 영성을 존경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영성 곧 불성을 존경한다는 참으로 좋은 인사법입니다. 인도에 가서는 껍데기는 볼 것 없고 이 인사법 하나 배워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됩니다. “니하오마.” 세계 12억 인구, 중국 사람의 인사말이지요. ‘나마스떼’, ‘니하오마’, ‘굿모닝’ 이 정도는 알아야지요.(웃음)

노인도 자격이 있어야 한다

먼저 노후가 뭐냐? 우리는 한 살부터 늙어 가기 때문에 노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 자체가 노후 준비를 하면서 살아야 되는 것입니다. 1982년 5월 8일에 세계 최초로 우리 나라에서 노인 헌장이 제정됐는데, 혹시 이 자리에 기억하시는 분 계십니까? 안 계세요? 한번 들어보십시오.1)

1)노인헌장: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며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여온 어른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 할 분들이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와 사회 구조 및 가치관의 변화는 점차 노후 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는 고유의 가족제도 이래 경로효친과 인보상조의 미풍양속을 가진 국민으로서 이를 발전시켜 노인을 경애하고 봉양하여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노인복지 증진에 정성을 다 해야 한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구현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한다.
첫째, 노인은 의식주에 있어서 전통의 미덕을 살려 자손의 극진한 봉양을 받아야 하며 지역 사회와 국가는 이를 적극 도와야 한다. 둘째, 노인은 의식주에 있어서 충족되고 안락한 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노인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노인은 심신의 안정과 건강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노인은 취미 오락을 비롯한 문화 생활과 노후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얻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이러한 보상을 받는다면 이건 분명히 빚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될 것은 스스로 ‘존경 받을 노인’인가 하는 것입니다. 노인은 노인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엔 과자 하나 만들어도 전부 자격증을 가지고 하는데 부부, 부모, 노인 자격증 시대가 앞으로 올 것입니다. 존경 받을 노인 자격이 있어야지 무조건 봉양만 받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다섯 가지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첫째, 부모님께 솔선 효행을 했느냐? 왜냐하면 효자 집안에 효자가 나는 법이거든요. 부모는 자녀의 스승으로서 솔선해야 됩니다.

둘째, 3자녀 이상을 낳아서 열 가지 부모 노릇을 했느냐? 『부모은중경』에 열 가지 부모님 은혜가 있는데, 부모가 자녀에게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은혜가 된 것입니다.

셋째, 늙을수록 젊은 사람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젊어서 말 안 듣는 습관이 있어서 젊은 사람 말을 잘 안 들어요. 말 잘 들으면 이로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넷째, 성인병이 없느냐, 치매가 없느냐 이걸 물어봐야 합니다. 옳게 건전한 생활을 하면 병 따위는 안 걸리게 되어 있는 거예요. 늙을수록 약봉지를 달고 사는 분들이 많은데, 병이 약으로 고치는 게 아니에요. 제대로만 살면 그냥 낫게 되어 있는 능력, 자연치유력이 우리 스스로에게 다 있는 겁니다. 자꾸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마음 공부를 했느냐는 겁니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제가 『평생 공부』라는 책을 써서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는데, 우리 사는 것이 평생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염불이든 참선이든 마음 공부는 세세생생 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 공부를 하면 혼자 있어도 즐겁습니다. 혼자 잘 놀 수 있어야 노인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요새 노인들이 혼자 못 놀아 가지고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위해 노래를 하고 유희를 하는 등 놀아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 주고 말벗을 해주는 등 별의별 직업이 다 있다고 하네요. 이거 다 잘못 늙은 것입니다.

대략 이 다섯 가지를 갖추어야 노인자격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러다가 앞으로 노인 자격증 심사위원장 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어쨌든 최상의 노인 준비는 이 다섯 가지에 함축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만 되면 만점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후대책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충실히 사는 것

요새 신문 지상에서 10억 모으기 재테크니 하며 노후대책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30에 입사를 해 가지고 55세 혹은 65세 정년퇴임할 때까지 일한다 해도 25~35년입니다. 내가 이 사람 저 사람 붙들어서 월급 타서 근검절약해서 10억 모을 수 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쁜데 어떻게 10억을 모을 수 있겠느냐고 합디다. 그런데 땅 투기 해라, 복권을 사라, 상가를 잡으라는 둥 온 나라가 온통 재테크 열풍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잡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튀밥이나 튀기지 땅은 튀겨지는 게 아니에요.

열 사람 가운데 여덟 아홉 명은 재테크하다가 병나서 죽습니다. 물론 평생을 모아서 10억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말년에 행복하게 살았느냐 하면 그렇지 못하거든요. 이 분들은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돈을 침대 밑에다 깔아 놓고도 외로워서 죽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평소 좋은 일을 했어야 보람이 생기고 기쁜 일이 있지요.

인간은 30세까지가 전편생이고 30~60세까지가 후편생입니다. 이 전편생 동안은 공부하랴 군대 가랴 자기 의지로 못 산 겁니다. 후편생은 자기 의지대로 살아야 하는데, 그 10억 모으려고 일가 친지 형제간에 사람 노릇 했겠습니까? 인생 30년 허송한 겁니다. 자식들도 친척들도 “아, 젊어서부터 노후 준비 잘 하셨으니까 잘 계실 거여.” 하고, 늘그막에 전화 한 통 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뿐 아닙니다. 세상 사람으로부터 “저 인간, 평생 혼자 행복하려고 돈 만드는 데만 급급하더니…” 하며 욕을 얻어먹는 겁니다. 이런 사람의 노후가 행복해보입니까?

요새 신문 잡지에서 조장하는 재테크 열풍에 휩쓸려서 경제적인 준비만 하면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했던 것처럼 아들 딸이 내 후신이다, 내 후신을 위해서라도 사람 노릇하며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죽는 사람을 많이 보았는데, 사람 노릇한 분들은 늙을수록 본인도 보람을 느끼고, 일가친지로부터 “참으로 잘 사신 분이여. 부디 부처님 나라로 가세요.” 하고 찬사를 들으며 잘 가더라는 겁니다. 이보다 더 좋은 법이 있으면 한번 얘기해보세요. 어쨌든 노후 준비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현실을 충실히 잘 살아가는 데 있습니다. 부부간·형제간·이웃간에 현재가 충실하면 과거·미래 삼세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현재를 보람 있게 살아야지 현재가 나빠지면 삼생을 다 망치게 됩니다.

노후에 잘 보내기 위해서도 마음 공부를 해야

자, 주먹 다 내놔보세요. 꽉 쥐어보고 쫙 펴보세요. 폈다 오므렸다 해보세요. 목욕탕에서 냉탕 온탕 냉탕 이렇게 냉온욕을 반복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찬물 속에 들어가면 모든 심장 세포가 이렇게 오므려 들었다가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면 펴지는데 이게 건강 목욕법입니다. 이게 목욕법에만 응용되는 게 아닙니다. 냉탕, 온탕, 수축, 이완, 수입, 지출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수입만 좋아하고 지출에는 인색한 이들, 벌벌 떨면서 평생 구두쇠 노릇 하다가 결국 좋은 소리 한번 못 듣고 죽습니다. 왜 이렇게 못 펴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돈 한 푼 없는 사람이 자꾸 써대기만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갚지도 못할 카드빚으로 신용 불량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도 이미 다 말씀해 주신 내용입니다.2)

2):“어떤 것이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인가. 재물을 헤아려 수입과 지출을 알맞게 해야 한다. 만일 재물이 없는데도 마구 뿌려 쓰면서 생활하면 사람들은 그를 우둠바라 열매라고 부른다. 그는 종자가 없고 어리석고 탐욕이 많아 그 뒷날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재물이 풍부하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은 사람이요, 굶어 죽는 개와 같다고 한다. 그러므로 재물을 잘 헤아려 수입과 지출을 알맞게 하나니, 이것이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니라. 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재에서 편안하고 현재에서 즐거우리라.”라고 잡아함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불광대학 보살학과 봉사반 여러분! 여러분은 부처님 말씀대로 살고 계십니까?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 갈 때를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계십니까? 나의 영결식에 몇 사람이나 참석할까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덕을 베풀어야 합니다. 덕은 외롭지 않아요. 부처님 말씀을 빌지 않더라도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지혜로운 말씀입니다. 인생 사고가 아니라 노인 사고(老人四苦), 노인에게 네 가지 괴로움이 있는데 무엇이냐?

첫째, 심심해서 외로워서 죽겠답니다. 둘째, 일 없어서 죽겠대요. 이 일 많은 세상에서 말이에요. 셋째, 돈 없어서 죽겠다, 만족을 알아야 하는 겁니다. 만족을 몰라서 이렇게 헤매는 거예요. 넷째 아파서 죽겠다. 이 네 가지가 노인 사고입니다.

어떤 신도들은 절에 와서 “스님! 얼마나 심심하십니까?”라고 합니다. 그건 실례의 말이에요. “심심하면 염불이 잘 되더라, 참선이 잘 되더라.” 해야 합니다. 평생 아니 세세생생 마음 공부해온 사람이 외롭고 심심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수행은 혼자라야 외로워야 더 잘 되는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혼자 경전도 보고 염불도 하고 참선도 하고 잘 놀 줄 알아야 합니다.

1931년 전북 옥구군 임피면 축산리에서 출생하였으며 이리 공업고등학교 전북대학 농과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하였다. 1958년 군산 은적사에서 전강 선사를 은사로 사미계 수지, 김천 직지사에서 관응 선사로부터 사교과(1960년)를,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 선사로부터 대교과(1962년)를 수료하였다.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선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김제 홍복사(63년, 조실 전강 스님),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66년) 등 제방 선원에서 안거하였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용주사 주지, 신륵사 주지를 역임하였으며, 대구 정법거사림회, 한국 관음회, 세불회(稅佛會), 경불회 지도법사, 대불련 경기도지사 감사장, 법무부 장관 감사장(82년)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안성 석남사 회주로 계시면서 불자들의 마음문을 열어주고 있다.

-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