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나쁘데요

생의 의문에서 그 해결까지

2007-09-25     관리자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서시는 보살님은 아주 곱고 단아한 분이셨다.
"불광상담실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는지… 몹시 망설이다가 오긴 했습니다만 좀 그러네요.
금년 저는 꽉 찬 쉰 살입니다.(40대 중반도 안 되어 보이셨다)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에 이웃에 사시는 열 살이나 위인 분을 알게 되었어요. 너무 잘해 주시고 점잖으면서도 자상하셨어요. 우리 친정이 식구만 많고 가난하였는데, 친정부모님을 친부모님같이 잘 모시고 우리 동생들도 다 공부시키겠다면서 끈질긴 청혼을 해 와서 고향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나이도 어렸지만 결혼에 대한 동경이나 앞날에 대한 설계도 없이 어머니와 이모가 나쁜 궁합이라고 몹시 반대를 하였는데도 그 때는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해부터 삼남매를 낳아 열한 식구 대가족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결혼한 지 정말 10년 넘게 그때는 황후 대접을 받고 살았던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냠편이 자영하던 공장 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부딪쳤는데 외상(外傷)도 없었고 본인도 괜찮다고 하여 무심히 삼사 일 지났는데 머리가 멍하다며 갑자기 쓰러졌어요.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거짓말같이 남편이 저 세상으로 가버렸어요.
그때 제 나이 서른한 살, 아들이 열한 살이었습니다. 그 뒤부터 공장, 식당, 다방, 제과점 운영까지 눈물도 흘릴 틈이 없었던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큰 딸이 스물여덟 결혼할 나이가 꽉 찼는데 6년 전부터 사귀어 온 청년이 있어요. 착실하고 빈틈없고 사윗감으로는 그만하면 괜찮은데 궁합이 나쁘다는 겁니다. 몇 년 전부터 이곳 저곳 궁합을 보는 데마다 모조리 나쁘다고 하면서 이런 결혼은 하면 안 된다고 누구 하나 죽는다는 거예요.
옛날에 내가 어머니 말씀 듣지 않은 것이 평생 후회가 되어 궁합을 본 것인데 정말 가슴이 아파요. 내 딸은 나 닮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불행은 나 하나로서 족해요. 그 애는 정말 행복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오빠 도시락 싸주고 자기 것도 싸고 동생 밥먹여 옷갈아 입혀 학교 데리고 다닌 아이에요. 그러니 결사적으로 말릴 수밖에 없어요.
30년 전에 제가 궁합을 믿지 않고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는데 궁합대로 결과가 맞았잖아요. 그러니 제가 한사코 말리는 겁니다. 그래서 딸아이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살님 말씀 잘 들어습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하시겠습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통계에 불과하고 중매결혼 초에나 궁합 말이 나오지 사귀어 온 후에는 보통 궁합을 보지 않습니다. 서로 알게 된 그 인연이 아주 좋은 궁합이 아니겠습니까?
보살님께서 상담실을 찾으실 때는 그런 운명이니 점괘니 하는 것을 일소해 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오신 줄 압니다.
어두운 생각은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기 마련이고, 밝고 희망찬 생각은 아주 좋은 결과가 돌아오게 하는 큰 위력이 있습니다.
궁합이 나쁘다던데… 이런 걱정은 당연히 그 결과도 나쁘겠지요. 그런말에 흔들리지 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어 한 생각 바꾸십시오. 말에는 창조의 능력이 있습니다.
자기 운명은 전생이나 과거세에 자기가 지은 것임에 틀림없습니다만 부처님께서는 오늘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스스로 변경시켜 가라고 역설하셨고 불광 초대법주이신 광덕 큰스님께서도 끊임없이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여 자기와 환경을 값있고 아름답게 꾸며 나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어느 스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어느 절에 동자스님이 열두어 살을 넘기지 못할 단명상을 타고 낳대요. 열두 살 되던 해 길을 가다가 소낙비가 내려 발 밑을 보니 수많은 개미 떼들이 개울로 쏠려가게 되었대요. 그 비를 다 맞으며 나뭇잎을 따서 개미들을 건져 언덕 위로 옮겨 놓았대요.
그 후 얼굴에 어두운 단명관상이 없어지고 밝은 기운이 돌면서 건강하게 성장하여 훌륭한 스님이 되었다는 일화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며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수행 정진하면 나쁜 운도 좋은 운으로 바뀌고, 피해 갈 수도 있습니다. 어제 일을 후회하고 내일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광덕 큰스님 말씀을 전해드리니 한 생각 바꾸어 큰딸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격려하시고 결혼시키십시오."

우리 앞에 운명처럼 밀려드는 고뇌 -
그것은 우리가 과거세에 익혀온 그릇된 생각들이 풀려 나오는 것,
생명은 육체가 아니며, 세계는 물질의 법칙이 아닌 것을.
잘못 알고 행동한
과거생각들의 축적이다.
스크린에 나타나며 사라지는
필름의 영상과 같이
그것은 사라지는 과정으로
나타난 것이니 고뇌를
생각에 두지 말고 두려워 말자.
그것이 실로는 환경인 것이다.
오히려 밝고 착하고 굳은 신념으로 억세고 희망찬 새 생활을
엮어가야 할 것이다.
새 마음 새 생활에 새 운명이
열려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행복도 만들어 가고
불행을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평상시의 마음이
항상 생각하고
신념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마침내 현실을 구체화한다.
생각이나 말에는
위대한 실천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이
결코 어둡거나 악하거나
쇠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항상 힘써 희망을 가꾸자.
성공을 생각하고 성취를 말하자.
우리 모두는 조물주의 창조권능을 가진 행복의 주인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