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비극

2004-06-11     관리자

[부시의 비극]

미국의 대표적 안보 전략가인 브레진스키는 최근 출간한 저서 ‘제국의 선택: 지배냐 리더십이냐’에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극단주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고 합니다. 세계여론이 현재 미국에 최악인 것은 부시 정부가 극단주의 외교를 채택한 탓이란 것입니다.


특히 2001 년에 일어난 9·11테러에 받은 국민들의 엄청난 충격을 이용하여 부시 행정부는 끝없는 오만과 다른 이들에 대한 경멸심으로 미국을 세계로부터 유례없이 고립시키는 쪽으로 몰아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의 외교정책이 지난 60년간 여러 정권에 걸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좌우를 막론하고 극단주의를 배격했기 때문인데, 9·11테러 이후 세계 정세의 복잡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메시아적 성향을 가진 대통령>에 의해 극단적 외길로 감으로써 세계적으로나 미국의 국익으로나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입니다. <메시아적 대통령>-브레진스키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 알 수는 없으니, 이 표현만은 아주 적절한 것 같습니다.


흔히 혹자는 부시를 '전쟁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런 전쟁광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났고 이라크 전도 석유를 탐낸 전쟁광의 전쟁 놀음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부시는 전쟁광도 아니며 이라크 전도 단순히 석유에 대한 욕심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독재자가 아닌 다음에야 전쟁을 좋아하는 지도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더구나 독실한 개신교도인인 부시가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부시는 대단히 도덕적이요 청교도적인 윤리로 무장된 분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적어도 전임 클린턴 대통령보다는 몇 배나 훨씬 나은 분입니다. 문제는 브레진스키의 말대로, 부시가 가진 <메시아적 세계관>인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순과 백성을 괴롭히고 자신의 이익만 취하는 독재자들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미국만이 유일 강대국이요 그 어떤 나라도 미국 앞에 다른 소리를 내어서도 안 되며, 온 세상에서 악을 없애고 선(善)을 넘치게 하며, 그리고 그런 선 중에 최고의 선인 여호와의 복음이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세계를 만드는데 미국이 앞장 서야한다는 사고 방식이 오늘의 모든 일들을 자초한 것이라 저는 봅니다. 그런 모습은 당연히 미국 제일주의, 이교도에 대한 몰이해와 선민 의식으로 필연코 이민족, 이교도에 대한 배타주의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부시의 도덕관에 깊이 자리 잡은 생각---악이란 인간 세상에서 선과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결코 같이 있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악은 그냥 두고 볼 것이 아니라 반드시 없애고 박멸해야 될 사악한 존재로 보는 그런 부시의 견해가 전쟁을 일으키고 극단주의로 모는 것입니다.


저는 폭정을 일삼는 이슬람 원리주의자 탈레반을 몰아내고 여성을 비롯한 백성들에게 자유를 찾아 주겠다는 부시의 아프가니스칸 침공의 명분과, 혹독한 탄압을 일삼는 후세인을 제거하여 어둠의 이라크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심어주겠다던 부시의 선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침공의 전적인 이유는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다른 지도자들은 몰라도, 적어도 부시는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 봅니다. 그것도 자신의 신(神) 앞에서 눈물로 기도하고 맹세했으리라 봅니다.


그러기에 저는 부시를 전쟁광이라 폄하하지 않습니다. 다만 극단적으로 달리는 그의 종교적 신념이 안타까운 것입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미국 대통령이란 자리는 얼마든지 부드럽게 남에게 상처 주지 않으며 악을 사라지게 하고 세상을 교화할 수 있는 대단한 자리인데, 부시는 자꾸 멸망의 길로 자신과 세상을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부시의 재선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 대부터 이어 온 살생의 인과를 부시 대통령이 언젠가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우려가 도덕적으로는 그래도 높이 평가할 만한 부시에 대한 연민을 일으킵니다. 다른 사심은 전혀 없이 오로지 메시아적 신념에 의해 대통령직을 수행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 많던 대형사고가 김 영삼 대통령 시절에만 줄지어 일어났듯, 어쩌면 9. 11 테러도, 부시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믈론 언젠가는 일어났겠지만) 2001 년에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극한적 생각, 극한적 사고는 그에 상응하는 극한적 결과를 불러옵니다. 이것은 한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우주의 진리입니다. 미워할수록 미움은 더 커지고 미운 일은 더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사면초가인 부시 대통령이 저는 너무 가엾습니다.


부디 부시 대통령이 극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원만하게 모든 사태를 이끌어, 본인도 어두운 인과에서 벗어나고, 모든 이 세상 사람들 역시 바른 마음으로 평화롭고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래 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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普賢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