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불교문화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

불광 25주년기념 특별좌담/좌담자· 지묵 스님/길상사 수련원장, 법일/직지사 연수원장 ·묘당/정토수련원장

2007-09-25     관리자


사회 요즘 불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수행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종래의 기복적인 신행행태에서 벗어나 수행에 대한 열기가 고무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수행지침서도 없고 적극적으로 지도하는 곳이 드물어 절에 다니면서도 다른 건강단체를 찾아 헤매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수행을 하고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요청으로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창간 25주년이 되는 올 한 해 연속기획특집으로 ‘수행합시다’를 연재해 왔고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수행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매주, 매월 혹은 여름철 겨울철 등 일정한 기간을 정해 수행을 효율적으로 지도하여 수행인구를 늘릴 수 있는 수련회에 대한 열기를 북돋우고, 새로운 수련문화 창달을 위한 전기로 삼고자 이렇게 수련원장님들을 모셨습니다.
길상사 주말수련원장이신 지묵스님, 법일 직지사 연수원장님, 묘당 정토수련원장님께서 그 동안 현장에서 경험하신 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자유로운 논의를 통해 서로간의 노하우를 축적시켜 현대인들의 욕구에 걸맞은 수련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체계화하는 일이야말로 불교수련문화를 꽃피우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각 수련원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짚고나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먼저 국내에서는 가장 오랜 전통의 송광사 수련원 지도법사를 역임하셨고 지금은 길상사 수련원장으로 계신 지묵 스님께서 한말씀 해주십시오.

지묵 스님 우리 사회에서 수련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말 70년대 초입니다. 당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선학이니 단학, 국선도 등의 단체가 세상에 간판을 내걸고 수련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도 그러한 시기에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요.
송광사는 비교적 사찰수련회로서는 이르다싶은 지난 71년 수련회를 처음 개최하였는데, 당시 방장이셨던 구산 큰스님의 뜻으로 이루어진데다 방장 스님께서 직접 12년 동안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셨기 때문에 사중의 전 대중스님네들도 수련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배려했습니다.
방장실이 수련계획을 세우는 회의실이었고, 방장이신 구산 큰스님께서 직접 법문을 해주시고 수련생들의 잠자리와 공양까지도 챙겨주시는 등 정성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송광사 전 대중이 많은 감명을 받았고 재가불자들의 수련지도에 더욱 적극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듯 구산 스님께서 수련회 붐을 조성해놓으신 가운데 법정 스님께서 수련원장을 맡으신 뒤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는데 수련생 입제 경쟁율이 3대 1이었을 정도였습니다.
법정 스님께선 누누이 “이웃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복지활동은 부차적인 것이고, 궁극적으로 사찰은 수행과 교육의 도량이다. 사찰은 불자들에게 수행과 교육을 시켜 자기에게 본래 구족한 불성을 찾아 근본적으로 세상을 맑히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사찰에서 하는 것은 무슨 일이든 수행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교리강좌 또한 수행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기초단계라고 하시면서 수련회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하셨습니다.
법정 스님께서 수련원장으로 계실 때 대대적인 프로그램을 개편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유지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것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청년원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고, 절집 안에서 통상 행해지고 있던 절집 행자교육시키듯하는 경직된 프로그램을 생생하게 활성화시켰습니다.
간식도 사주고 산책 겸 포행도 시키고, 수련생들끼리 토론도 하게 하고, 차를 마시면서 스님과 수련생간에 질의응답도 하고, 특기자들에게 장기자랑도 하게 하는 등 절집의 닫혀 있는 문을 활짝 열어 놓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자유시간 외의 수련시간은 철저하게 지켰지요. 새벽예불 드리고 묵언정진(자유시간 제외), 발우공양, 좌선 정진, 경전 강의, 운력, 철야정진 등의 수행전통은 올곧게 이었습니다.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꼭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고, 때에 따라 그 대상에 맞게 변해야 할 것이 있는데 양자가 조화를 잘 이루어야겠지요.
어쨌든 송광사 수련원의 프로그램은 길상사 수련원에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수련소감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호응이 좋은 편입니다.
“수련할 때 좌선하면서 힘들어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다. 힘들다는 수련생 엄살 듣지 말고 스님들 뜻대로 꾸준히 밀고 나가라”는 내용의 편지를 자주 받았습니다.

법일 원장 송광사의 역할이 아주 컸습니다. 특히 법정 스님 덕분에 송광사 수련원이 더욱 큰 인기를 끈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제가 10여 년 넘게 연수원(직지사는 다른 단체를 받아 위탁운영을 하기도 하는 등 수련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관계로 연수원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함)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
잘해보고 싶은 욕심에 송광사도 찾아가고 화성 신흥사도 찾아가고 통도사, 해인사 등 수련 잘한다고 유명한 데는 다 찾아가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보았는데 결론적으로 직지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련 속의 알맹이가 수행인 것은 틀림없으나 송광사의 참선과 묵언 위주의 프로그램이 직지사에서는 효과가 적은 것을 어쩌겠습니까? 감기약이 아무리 좋다지만 감기환자에게만 먹여야 하듯이 수련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각 사찰마다의 전통과 분위기가 주는 것이 매우 큽니다. 송광사는 참선 수행의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에 참선 위주의 프로그램이 효율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반면에 직지사는 경학 위주의 전통으로 인하여 경전공부를 프로그램에 상당부분 도입했는데 아주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최근 직지사에도 선방이 생기고 스님들이 용맹정진하고 계신데 지금은 참선수행이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분위기가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저희는 직지사가 갖고 있는 자연조건과 불교적 환경(맑은 물소리 푸른 숲, 종소리 목탁소리)을 수련프로그램에 최대한 살린 상태에서 첫째 스님들과 함께하는 수행생활(예불, 참선), 둘째 교리 공부, 셋째 신도들이 꼭 알아야 할 기본상식과 예절교육, 넷째 원효 스님, 의상 스님 등 우리 역사 속의 자랑스러운 스님들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련회에 참가하기 전의 불자가 아웃사이더 불자라면 수련회를 마치고 나면 인사이더 불자가 되어야 합니다. 수련을 통해 불교를 제대로 알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삼보를 잘 호지하고 전법하는 불자, 불교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불자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사회 묘당 원장님, 정토수련원에서 수련하면 확실하게 인생관이 정립되고 실천적인 불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정토회 발전의 근원적 힘이 정토수련원에 있다는 의견도 있던데 어떻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신지요?

묘당 원장 저희는 상설수련원으로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미리 알고 오면 선입관 때문에 오히려 수련에 장애가 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법륜 스님이 지도법사로 계시고, 수련 주진행자와 보조진행자가 협조하여 수련생들을 지도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수시로 상의하고 있는데, 그 동안 해오던 틀에다 그 때 그 때 대상에 따라 조금씩 변형시켜 운영하고 있습니다.
크게 세 단계가 있는데, ‘깨달음의 장’과 ‘나눔의 장’을 1달에 한 번씩(5박6일) 실시하고, 종합프로그램으로 앞의 단계를 마친 분들에 한해서 수련생을 받고 있는 ‘일체의 장’은 일년에 두 번(하계, 동계, 8박에서 15박까지)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1대1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20명 안팎의 소규모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깨달음의 장’은 화두선을 자체프로그램화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선할 때 화두 들 듯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새로운 여행, ‘나는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를 찾아 떠나면서 진정한 삶과 깨달음을 체험합니다.
수행을 통해 삶의 고통의 원인을 보고 그 무엇에도 걸림없는 자유인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나눔의 장’은 위빠싸나 수행과 대화로써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모든 관계를 재정립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련소감을 보면 “나를 알고 남을 알아 우리가 되는 감동을 느끼고 세상에 봉사할 수 있는 유익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 정토수련원 수련프로그램의 특징이 있다면 그 뿌리는 불교에 있지만 염불을 한다든지 기도를 한다든지 하는 불교적 형식은 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련생도 대부분 불자이지만 종교를 초월하여 받고 있습니다.

사회 수련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프로그램, 수련생 삼자가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수련회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전에 어떤 분들이 수련회에 참가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지묵 스님 요즘 노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층의 관심이 증폭하고 있는데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라는 반증이지요. 수련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갖가지 스트레스에서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수련회에 참가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요즘 각양각색의 명상센터가 산재해 있는 것만 보더라도 사찰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 마음의 평온을 찾아주는 수련회를 상설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수련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처님께서 팔만사천 법문으로 대기설법을 하셨듯이 어떻게 하면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가 깊이있는 연구를 하고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전통사찰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련생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송광사 수련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인상이 너무 깊으니까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얘기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또한 새벽예불하느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어서 부지런해지고, 묵언으로 사람이 진지해지고, 철야정진과 참선수행의 힘으로 어려운 것도 겁내지 않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발우공양으로 환경문제 생각하고 물자를 아끼는 등 생활습관이 180도로 달라진 것을 보고 그 주위 친지들도 수련에 참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또한 제 얘기가 아니고 어느 수련생의 말을 옮긴 것입니다.
수련을 지도하면서 소감문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감동이 여러 사람을 감동케 하고 나아가 이 세상을 맑히는 근원적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수련생 중에 밥 먹지 않고 정진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 두 사람이더니 일곱 여덟 명으로 늘고 나중에는 거의 대부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밥도 안 먹고 정진하는 겁니다. 또 잠 안 자고 한두 사람이 정진하고 있으면 강요하지 않아도 모두들 밤잠 안 자고 정진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도하는 스님들도 수행의 고삐를 바짝 당길 수밖에 없습니다. 수련생이 스님들을 공부시켜 주는 셈이지요.
이러한 점난 보더라도 전 사찰에서 주말만이라도 상설수련원을 개설해야 합니다. 신도와 스님이 함께 수행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일 원장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 직지사가 교구본사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서 말사 신도님들의 연수를 돌아가며 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마다 연이어 하다보니 각 말사의 신도들이 거의 대부분 연수를 마치고 보살계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다 예불하고 교리공부며 참선수행의 기본을 갖추고 신행생활을 하니 말사 스님들이 새벽예불은 물론이고 법회도 더욱 열심히 하시는 겁니다. 연수를 통해 지역불교가 활성화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사회 그 어느 종교보다도 수행의 전통을 풍부하게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면밀하게 연구검토된 종단적 차원의 이렇다 할 수련지침서도 없는 형편입니다. 결국 그 모든 일이 수련원장님들의 몫이 될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수련문화를 꽃피워야 하는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법일 원장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인데, 정말 변하지 않으면 다가올 새천년에 불교가 설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먼저 수련대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대상에 맞는 새로운 수련프로그램의 계발이 시급하고, 지도자 육성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30대에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40대에 다시 왔는데 프로그램은 예전 그대로라면 수련생에게 실망감을 안겨 줄 것입니다.
직지사연수원에서는 지난번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연수회를 가졌는데 기업체 사보를 통해 홍보해서 44쌍이 모였습니다. 이분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를 파악해서 산부인과 의사를 강사로 모셨는데 호응이 좋았습니다.
한편 수련 대상 파악과 프로그램은 수련회를 치루고 나서 자체 연구검토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각기 사찰의 특성에 맞도록 만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종단 차원의 수련 지도자 육성이 시급합니다. 수련회를 하면서 강사를 모실 때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논리적이고 학문적인 분들의 메마른 이야기보다는 오랫동안 수행한 스님들의 수행 이야기가 더욱 큰 감동을 줍니다. 스님들이 좀더 전문적인 수련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춘다면 그 효과가 말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또한 수련을 지도하자면 몇 년 동안의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지속적인 노하우 속에서 검토분석하고 잘못된 것은 빼고 좋은 것은 살리면서 더욱 정선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람이 바뀔 때마다 자기 고집대로 달라지면 큰 문제 아닙니까?
아울러 각기 자기 절에 맞는 정선된 프로그램을 잘 진행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좋았다.’는 이미지를 주어야지 한번 잘못 해놓으면 다른 사찰수련회까지 영향을 줍니다. ‘절에서 하는 수련대회 가보니까 그렇더라’고 하는 이미지가 실질적으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절에서 잘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단 차원의 전문적인 프로그램 계발과 보급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예불문, 전발게, 오관게 등의 한글번역문은 물론이고 의식을 통일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송광사 수련원 다녀온 사람이 다음해에는 직지사 연수원에도 오는 등 각 수련원을 돌고 도는데 가는 곳마다 기본적인 의식이 달라서 수련생들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오늘처럼 각 수련원의 주체가 모여서 대화를 통해 새로운 방법론과 교재연구를 하고, 새천년에는 사찰수련원에서 어떤 주제로 임할 것인가 주제를 정해서 중복적인 연수를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고, 앞으로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묘당 원장 범일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각 사찰 수련회마다 특성을 좀더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테마수련 등 대상에 따라서 보다 효율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칠 수 있는 수련 프로그램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계발이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각기 개성이 다르고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실 저마다 다른 수행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1대1지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수련을 통해 수행의 맛을 체험하고 일정하게 그 맛을 볼 수 있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약간은 다르겠지만 자기 체험이 있어야 환희심이 나고 수련회를 마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가는 것입니다.
저희도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모든 수련단체, 종단에서 힘을 모아 프로그램과 지도자 육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실 2600년 역사의 불교가 가장 으뜸가는 수련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현대인들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꾸준히 연구해야 합니다. 만일 이 상태에서 머물러버린다면 이 좋은 전통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자각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또한 한 가지 수련생들과 지속적인 연대를 가질 수 있는 매체가 있다면 더욱 보람스러울 것입니다. 수련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이 봉사하고자 할 때 봉사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면 수행을 관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측면에서도 퍽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토수련원에서 만난 분들을 정토회 법당과 월간 정토, 사단법인 좋은 벗, 불교환경교육원, 제이티에스 등에서 만나곤 합니다. 전법, 문서포교, 환경, 통일, 복지, 인권 문제 등 각자 관심있는 분야에 참여해서 활동하는 분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찰에도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묵 스님 그렇습니다.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에 옛날 같은 방법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우리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지만 지금 이대로에서 머문다면 큰 문제입니다.
현대인들의 욕구를 파악해서 수련을 통해 신심을 일으키게 하고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회에서 실천케 하고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신해행증(信解行證)을 씨줄로 삼고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날줄로 삼아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꾸준히 수련을 지도할 능력있고 소신있는 지도자 양성이 급선무인데, 법정 스님께서 ‘한강수상경찰제도’에서 벗어나야 사찰 수련회가 발전한다고 역설하셨는데 참으로 공감이 갑니다.
송광사만 해도 동계·하계 수련회만 개설하고 대부분의 큰 사찰들이 다 그렇습니다. 직지사는 원장님이 십년이 넘게 주력해오고 계시니 잘 되고 있고, 정토수련원 또한 상주하는 지도자가 있으니 지속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단계 단계 발전적인 재수련을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찰수련회가 사실 초심자에게는 인기가 있는데 초급반보다 차원높은 고급반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인데 이는 프로그램과 지도자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전문적인 수련지도스님이 없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스님들의 의식이 본인들의 수행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스님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수련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신도교육이요, ‘회향의 창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수련을 통해서 불자들이 수행의 참맛을 보고,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불국토로 만드는 큰일꾼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불사라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도 수련을 지도하면서 오히려 수련생들에게 많이 배웁니다만, 종단 차원 아니 전 불교적 차원에서 스님들로 하여금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계몽을 해야 합니다. 스님들이 선방에서 홀로 정진하는 것보다는 수련생들을 지도하면서 수련생과 함께 정진하는 가풍을 일으켜야 근원적인 수련문화의 창달이 이루어질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대승불교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천년 고찰의 향기만으로도 대단한 감동을 주는 송광사와 직지사처럼 수련문화의 대중적인 확산을 시키는 곳도 필요하고, 정토수련원처럼 소수 정예의 불자를 수련시키는 곳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분께서 한 목소리로 수련대상이 누구인지 먼저 파악한 연후에 각 사찰마다 갖고 있는 특성에 맞는 정선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반드시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초해야 한다는 말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수련지도자 양성이 절실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수련을 통해 개인적인 수행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는 보살행자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야말로 수련의 참목적이라는 말씀은 많은 분들의 가슴을 적셔줄 것입니다.
오늘 나누신 말씀들이 자양분이 되어 새로운 천년은 수련문화가 자리를 잡고 모두가 수행인이 되고 보살행을 펼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