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어떻게 믿고 행할 것인가?

사회자 공사다망하신데도 이렇게 함께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저희 불광은 1974년 창간 이후로 300호에 이르는 오늘까지 불법의 대중화, 생활화에 기여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신행생활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고자 나름대로 애써왔는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불교 어떻게 믿고 행할 것인가?’ 다소 원론적인 주제를 가지고 여러 분의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미래학자들은 불교가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자들이 제대로 믿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될 수도 있고, 달리 생각하면 불자들의 올바른 신행생활이 인류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다 아시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포교원장 스님을 위시해서 정덕 스님, 이남덕 교수님, 김현준 원장님은 그 누구보다도 큰 원력을 가지고 살아오셨습니다. 그저 살아오시면서 느끼셨던 것만 말씀해주셔도 불자들에게 신행생활의 모범답안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포교원장스님께서 한말씀 해주시지요.

정련 스님 월간 불광 통권 300호 발행을 축하드립니다.
광덕 스님의 원력으로 탄생한 월간 불광은 교계의 대표적인 신행지로 그 동안 많은 일을 해온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도 부처님의 법을 널리 전하고 세상을 맑히는 데 더욱 정진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올바른 신행생활은 지혜로운 삶, 즉 하나를 알면 하나를 실천하는 삶입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수행하고 포교하는 궁극의 목적이 바로 보살행의 실천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불자들 중에는 그저 남편 성공, 아들 딸 학업성취 등을 위해서 빌기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부처님께 복달라고 빌기만 했던 불자라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하면 점차 달라집니다.
오래 전부터 붙은 습이 어디 하루 아침에 떨어지겠습니까마는 불광같은 잡지에서 자비보살행을 강조하면서 좋은 법문과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꾸준히 내보내다보면 결실을 맺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내가 해보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로는 안 되요. 몸소 솔선수범을 해야지요. 지도자들부터 소리없이 좋은 일을 하다보면 대중들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불자들은 대부분 심성이 착하고, 기본적으로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인과의 법칙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에 잘 이끌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몰라서 실천 못하는 것이지 알고도 안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덕 스님 원장스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저희 가족들(자비의 전화 상담원들과 내담자, 인과선원 신도들, 실버타운 성라원 할머니들 등)과 부모형제간처럼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다 부처님 같은 그분들의 협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어요.
법회 때마다 “복 받고 싶거든 부처님께 복을 빌지 말고 복을 지으세요. 갈증난 사람에게 물 한 바가지 건네주고, 굶주리는 사람에게 밥 한 끼 사주고, 생활 속의 갖가지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은 약을 처방해주는 것이 부처님께서 더 좋아하시는 일입니다.
내가 했다는 상(相)을 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덕을 쌓아야 합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다 우주 공간에 그 복이 쌓이는 것입니다. 잔뜩 움켜쥐지 말고 육신이든 마음이든 돈이든 살아 생전 멋지게 쓰다 가십시오.”라고 누누이 이야기도 하고 실제 생활 속에 배게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절에 동냥 오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분들을 도인을 뵙는 마음으로 먼저 뛰어나가 맞이합니다. 혹여 신도들 중에 먼저 나가 “멀쩡한 사람이 무에 할 짓이 없어 동냥짓을 해”하면서 구업 짓고 성내는 업을 지을까 두려워서지요.
저는 마음을 맑히고 착한 마음으로 착하게 살아가는 것을 신행생활의 첫손으로 꼽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살면서 화낸 적이 별로 없는데 상대가 화를 내면 ‘왜 저이가 화를 내나? 그 원인이 무엇인가?’하고 들어주다보면 상대방이 저절로 화가 풀어져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빕니다.
그러한 일을 직접 경험하였기에 우리 자비의 전화 상담원들에게도 일단 내담자가 마음문을 열어놓을 수 있도록 부드러운 마음으로 잘 들어주라고 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친구도 되주었다가 딸도 되주었다가 엄마도 되주었다가 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얘기를 성심성의껏 들어주다보면 상대가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남덕 교수 오늘 훌륭하신 두 분 스님을 뵙고 종교의 본질은 실천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일개인의 신행문제로 힘겨워하는데 스님들께서는 실로 중생과 더불어 사시는 것을 실감하겠습니다.
저는 따지는 것(국어학 연구)을 업으로 삼다 보니 사람이 이론적인지라 철이 들기 전에는 여성불자들에게 기복한다고 탓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게 얼마나 훌륭한 종교적 심성인지를 압니다.
제가 아는 한 보살님은 교리는 잘 모르는데 신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지극합니다. 그분이 기도하는 모습 에서 인간미의 극치를 본 적도 있습니다. 그분의 기도에는 자기가 없습니다. 아들을 위하고 남편을 위하는 마음뿐이지 자기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승불교권에서도 유일하게 우리 한국의 여성불자만이 보살이라는 칭호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기복이 보살행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은 태생부터 보살인 우리 한국 여성들의 심성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정련 스님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복을 바라는 마음(祈福)을 탓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진정한 불자라면 가족을 위하는 그 마음에서 나아가 이웃과 국가, 인류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불교의 근본정신이 무엇입니까? 바로 지혜요, 자비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우주 만물의 이치가 바로 연기법입니다. 이 세상 만물이 서로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신 것입니다. 내 몸의 눈, 코, 입, 손가락, 발가락이 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로는 한몸이듯이 이 세상 만물 너와 내가 다 그처럼 서로 연관지어진 한몸이니 어찌 자비심이 일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연기법의 의미를 철저하게 깨닫고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불자들이 사회의식을 발전시키고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 봉사활동을 조직하고 다른 이를 돕는 한편 사회의 공동선, 정의를 추구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실천을 통해서만이 불자들이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준 원장 뜻만 있다면 불자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법공양이라는 조그마한 신행지를 만들고 있는데 국민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렵다는 아이엠에프 때 만 부가 더 늘었습니다. 부수만 늘어난 게 아니고 불자들이 좋은 일을 하라고 돈을 자꾸 보내주어서 지금은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법공양을 펴내면서 처음에는 15분의 거택보호노인의 생활비를 지원하였고, 지난 해 초부터 200여 분의 결식노인 무료급식을 시작하였습니다. 또 올해 초부터는 정신장애 및 지체부차유 청소년의 사회적용교육인 푸르미 교실을 지원하였습니다.
아울러 80여 분의 티벳스님들의 의식주와 교육비를 뒷바라지하고 있고, 얼마 전에 그룹홈·단기보호소(매 맞는 여성의 쉼터) 및 노인센터를 개원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이 불자들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불자들이 복지에 쓰라는 돈은 반드시 복지에만 쓰고 법공양 법보시에 쓰라는 돈은 법공양 부수를 늘려 군부대와 교도소에 보내는 등 재정을 아주 투명하게 했습니다.
여타 사무실 부대경비는 다행히 저희 출판사에서 펴낸 단행본 수입으로 충분히 운영해 나갈 수 있으니 다 부처님과 불자님들 덕택이지요.”

이남덕 교수 저는 나이 팔십이 되어서야 느낌이 새로워지고 자비와 중도가 하나로 묶어지는 체험을 했는데 어떻게 젊으신 분이 그런 행을 하는지 고개가 숙여집니다.
평생을 국어학 연구한다고 늘 이론적으로 살아왔고, 신행생활 또한 지극히 건조하게 해왔는데 정년 퇴임 후 줄곧 염불선을 해오면서 팔십이 되어서야 중도가 곧 자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처럼 불교를 지식으로 밋밋하게 받아들이고 계신 분들에게는 수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수행을 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을 보면 다 사랑스럽습니다.
예전에는 어영부영한 사람 꼴을 못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세상 은혜를 받고 있으면서도 은혜를 모르는 사람조차도 껴안아서 불국토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불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적인 척도로 봤을 때 안되먹었다는 사람조차도 전부 하나로 보는, 모두를 포용하는 대승정신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수행을 통해 가슴깊이 느꼈습니다.”

정덕 스님 참 오늘 복된 날입니다. 포교원장스님의 원력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고, 우리 스님네보다 더 열심히 수행하고 계시는 교수님과 신행연구원을 운영하시면서 보살행을 펼치고 계신 김현준 원장님을 뵈니 너무 기쁩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우리 불자들은 모든 사람을 끌어 안아야 합니다.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은 전 인류에게 가장 복되고 희망찬 메시지입니다. 불자라면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섬겨야합니다.
세상을 포기한 사람도 믿어주고 밀어주면 새로운 인생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흉악한 죄를 짓고 끌려가는 죄인에게도 ‘저 사람은 착한 사람인데 용서해주세요’하며 말이라도 좋게 해주면 그 사람 반드시 개과천선합니다.
저는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면서 먹고 살 길이 없어 거리의 부랑자로 떠도는 분들에게 여러 번 리어카를 사주고 열심히 살아보라고 격려해 준 일이 있는데 세상에 공짜가 없더군요.
어느 날 영등포시장 앞에서 짐 때문에 택시를 못 잡아 애를 먹고 있는데 한 택시 기사가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스님, 저 모르시겠어요. 스님 덕분에 저 이렇게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다.”해서 가만히 보니 십년 전에 리어카를 사드린 분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약간의 도움으로 행복한 인생을 찾는 분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믿어주고 도와주고 그분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절감했습니다.

이남덕 교수 저 또한 매일 ‘앙고(仰告) 세계인류 평화증진 대한민국 남북통일 평화통일 기원 기원’을 하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 기도는 너무 추상적인 것 같습니다. 스님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 위로해주고 살 길이 막막한 사람에게 살 길을 열어주시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정덕 스님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교수님은 우리 불교계의 자랑이십니다.
최근에 출간된 『여든 살의 연꽃 한 송이』라는 책이 불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맑히고 의식을 새롭게 하는 일이야말로 큰 불사요, 보살행입니다.

사회자 몸소 실천 수행하고 계신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떻게 믿고 행할 것인가’라는 불자들 공통의 화두가 자연스레 풀리는 듯합니다. 신행생활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논의를 해보았으면 합니다.

정련 스님 불교신행이라고 하지 신앙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그 말씀대로 실천하는 것이 불제자의 할 일이지 부처님을 신(神)처럼 우러르라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모두가 깨달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수행하다 보면 진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 아직 깨닫지 못했더라도 깨달으신 부처님 말씀대로 행하면, 인간의 몸으로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복된 인생을 만드는 열쇠가 행에 있다고 봅니다.
혹여 신행생활하면서 흔들리는 일이 있으면 초발심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다 자기 나름대로 부처님 인연 맺을 때 감회가 있을 것입니다. 처음 먹은 마음(初發心)대로만 살면 됩니다.
보통 어려울 때는 열심히 하지만 그 고비가 지나면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처음 절에 올 때 그 마음, 그 신심이 왜 안 날까? 반성하고 그 첫마음을 상기하면서 절도 해보고 경전도 읽고 기도도 하고 염불도 하다보면 자연스레 모범적인 진실한 불자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저 부처님 당시의 상불경보살처럼 철저하게 하심하고 다른 사람을 부처님처럼 공경하면서 보살행을 해야 합니다. 신행의 생활화를 통해 내적으로 충만된 것, 광덕 스님께서 주창하신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생명력을 드러내면서 보현행원을 실천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신행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이 「법공양」 세 글자에도 모든 게 다 들어 있잖아요. 참진리를 공양하고 마음을 수련하면서 내것으로 끌어들일 때 참 법공양이 되지 않습니까?
불교는 태고적이나 수수만년 후의 미래에나 언제나 항상하는 영구불멸의 진리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그 이면을 꿰뚫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고 생활 속에 실천하지 않으면 이 땅에 불교의 존립기반을 상실하고 맙니다.
곳곳마다 부처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고, 모든 사람을 부처님처럼 섬기면서 신행생활을 충실히 하다보면 불국토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준 원장 저는 예경과 기도가 신행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부처님께 예경하는 것은 단순한 예의범절로 끝나지 않고 성불이라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수행방편입니다.
그저 관습적으로 예불하는 것도 공덕이 되는데 하물며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껏 부처님께 예경드리면서 그 깨달음의 의미를 가슴깊이 받아들일 때 성불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비록 복을 구하기 위해 부처님께 매달렸지만 기도를 눈물이 쑥 빠지게 하다 보면 삼매에 들게 됩니다. 기도삼매, 염불삼매가 그대로 깨달음으로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도로써 부처님과 내가 둘이 아닌 경지, 세상 만물과 내가 둘이 아닌 경지로 들어갈 수 있는데 어떻게 기복으로 치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듯 기도의 기본원리를 설해 주고 자상하게 가르쳐주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기도를 하게 되고, 그렇게 기도하는 분들이 늘어갈 때 세상이 맑고 밝아지기 마련입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신행의 생활화, 기도의 생활화입니다. 365일 부처님을 닮기 위해 애쓰는 내 신행에 뿌리내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건이 된다면 가정마다 부처님을 모셔놓고 조석으로 예불하면서 마음을 맑히고, 힘을 얻어야지요. 세상에 가득차 있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얼마나 내가 당겨 쓰느냐에 따라 하는 일의 성취도가 백팔십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 기도해서 기적 같은 영험을 보신 분들이 많은데 결코 기적이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이 내 기도의 힘이요, 부처님의 가피인 것을 믿고 날마다 수행일과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남덕 교수 오늘 불교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가 불식될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교계에서는 하화중생보다는 상구보리에 더 힘을 쓰는 듯했습니다.
종교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겠지만 어느 쪽에 힘을 더 쓰느냐를 보았을 때 사실 불교만큼 수행을 강조한 종교도 없고, 실제로 내적인 자기 수행에 힘쓰다보니 대사회적인 실천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수행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믿음만을 강조하는 이교도의 경우 자칫 광신으로 흐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해행증(信解行證) 이 네 가지가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믿고 이해하고 실천하고 증득하는 것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가지로 작용하게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믿으면서도 증득하고 이해하면서도 증득하고 실천하면서도 증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 했을 때 우선은 믿어야 하겠지요.
어쨌든 자기 장기대로 최선을 다해 살면 됩니다.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이 골고루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신증심오(身證心悟), 심신으로 체득하고 힘찬 활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까 스님 말씀처럼 자기가 깨닫지는 못했어도 부처님 말씀을 철저하게 믿고 실천하는 불자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실 월간 불광도 하화중생 놀음이지 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믿음, 앎, 실천, 깨달음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지게끔 노력하는 진실한 불자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참으로 보람스러울 것입니다. 포교원장스님, 불자들의 올바른 신행생활을 위해서 종단 차원에서 계획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끝으로 한말씀 더 부탁드립니다.

정련 스님 지방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포교원에 와서 보니 답답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200여 신행단체가 산재해 있는데 여기 따로 저기 따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신행단체들이 보살행을 실천하는 역량 있는 조직으로 조화롭게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실무진에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방향의 골격을 세우라고 지시했지요. 종단 차원에서 큰 흐름을 세워놓고 신행방향을 제시하고 지원을 해주는 한편 조직을 정비하고 세부적인 사업에 착수하여 등불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어느 단체에 지원할 경우 물질적 지원에만 끝나지 않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평가하고 새로운 방향을 함께 모색할 것입니다.
공청회를 통해 신도법을 제정하였고, 현재 신행지침서를 마련하고 있는데 점차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실행해나갈 것입니다.
그 동안 종단에서 너무나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정덕 스님이 이끌고 계신 자비의 전화도 자생단체로서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세상사람들의 고뇌를 해결해주었습니다. 김현준 원장이 설립한 신행연구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듯 불자들 스스로의 힘으로 오로지 일구어낸 신행단체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자생하여 활동하고 있는 신행 단체 중에는 법사도 없이 법회를 보고 있는 데가 많습니다. 모든 신행단체의 현황을 조사하고 각각의 개성과 특성을 살린 기초작업을 통해 통일적인 포교지를 보내주고, 스님들과 법사들을 지원하여 순회법회도 해주는 등 아픈 데는 짚어주면서 제대로 이끌어주기만 해도 한국불교의 위상이 달라지리라 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력을 세우면 될 것입니다. 성불도 하는데 불제자의 뜻을 못 모으는 것은 원력 부족이니 원력을 세워서 열심히 하면 다 되게 되어 있습니다.
불자들 또한 개인의 신행 차원을 넘어서 이 사회를 맑히는 큰 일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포교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사회자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한말씀 한말씀이 그대로 퍼져나가 불자들의 맑은 심성에 실천적 보살행을 지펴 당장이라도 불국토가 이루어질 것만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불자들로 하여금 오늘날 엄청난 변화와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이끌어갈 최고 가치로서의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원력을 곧추세우는 계기가 될 듯싶습니다.
불자들 모두 하루하루의 수행일과를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맑히고 보다 적극적으로 불법(佛法)을 전하고 자비행을 펼칠 때 불교 발전은 물론이고 인류의 미래가 밝아지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