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큰스님을 추모하며...

2004-04-30     관리자

[광덕 큰스님을 추모하며....]


제가 큰스님 상좌이신 송암 스님의 말씀에 따라 3 년 전에 썼던 큰스님을 그린 글, '그리운 큰스님(광덕스님 시봉일기 제 8 권)을 컬럼에 올린 것은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올해 들어 갑자기 큰스님이 무척 그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 돌아보니, 제법이 본래 공(空)이라 숫자가 무슨 큰 의미를 가지겠습니까마는, 제가 큰스님을 만난 지 올해가 꼭 30 년이 되는 해이요, 발심하여 보현행원 공부를 시작한 지 만 10 년이 되는 해이며 큰스님 떠나신 지 햇수로 5 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그런 올해에 한국 불교 일번지인 조계사에서 우리나라 불교계에 처음(?)으로 보현행원을 정식 수행법의 하나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제 감회가 저도 모르게 무척 깊었나 봅니다.


광덕 큰스님!
제 인생의 봄날에 봄꽃처럼 찾아오셨던 스님! 갓 입학한 대학 생활에 염증이 일어, 그저 봄날 꽃 향기 속에 술 한 잔 먹으러 참석했던 불교 학생회 수련회에서 우연히 만났던, 맑고 밝았던 40 대 후반의 우리 광.덕. 큰스님! 그 스님께서 이렇듯 제 가슴을 태우고 사모의 정으로 넘치게 할 줄 어찌 알았단 말입니까...


큰스님 사모의 정은 첫 만남이던 그 향기롭던 30 년 전의 화장사(華藏寺) 봄날부터 운명처럼 피어났지만, 그러나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인연인 줄 알았던 큰스님은 날이 갈수록 저에게 너무나 크나큰 그리움으로 다가 오십니다. 예전엔 몰랐지만 보현행원을 공부하면 할수록, 큰스님 사무친 마음, 그 크나큰 자비와 원력이 너무나 크게 제 가슴을 울려 오는 것입니다.


어째서 큰스님이 풀향기 짙은 산사를 떠나셨는가? 어째서 큰스님은 한국 불교 불멸의 영광 자리인 선사(禪師)의 길을 버리시고 바보(?)같이 세간 속으로 내려 오셨는가? 어째서 큰스님은 당신 생명 다하시도록 중생의 곁에 머무셔서 그토록 애절한 사모의 노래를 부르셨는가? 왜 한사코 어려운 불교 한자(漢字) 의식을 쉬운 한글로 바꾸려 하셨으며, 그 당시만 해도 아무도 관심 없던 불교 출판사를 손수 만드시어 그렇게 많은 책을 발간하시고 왜 그렇게 애타도록 전법(傳法)을 강조하셨는가? 그런 큰스님의 사무친 마음이 이제사 겨우 제 가슴 에 진하게 느껴져 오는 것입니다. 큰스님 뵈온 지 30 년 만에! 보현행원을 공부한 지 10 년이나 지난 오늘에야 말입니다...


온 산천이 새로움을 더하고 나날이 온 천지가 초록을 더해 가는 시절! 뜰 앞의 푸른 새잎을 보아도 티없이 맑은 하늘을 보아도, 온통 모두 큰스님에 대한 그리움뿐입니다. 큰스님, 우리 광덕 큰스님! 너무나 사모하고 너무나 뵙고 싶습니다.! 그래서 3 년 전에 썼던 글을 다시 되돌아 보았고, 그리고 큰스님 뵈웠던 30 년 전의 4 월이 마지막 지나가는 오늘, 저는 이런 서원을 발해 봅니다.


큰스님!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다시 제가 큰스님 뵈올 인연 있다면 그 때는 부디 큰스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 그래서 큰스님 모시며 큰스님과 함께 행원의 노래 부르며 부처님 은혜 갚으러 나가고 싶습니다. 천지가 한없이 밝디 밝은 오늘에도 행원의 노래 부르노라 저는 이렇듯 외롭고 힘든데, 아무도 동조하지 않으시던 40 여년 전 그 옛날, 큰스님 당신 홀로 행원의 노래 부르시느라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겠습니까. 그 때 큰스님 곁에 제가 있고 오늘 제 곁에 큰스님 계신다면, 워낙 모자라고 미천한 저이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부지런히 하는 편이니 큰스님이나 저나 얼마나 많은 위안이 되겠습니까. 혼자 가면 힘들지만 함께 가면 한결 덜 힘들 터이니 말입니다...


기약은 기약이고 현실은 현실!
오지 않은 뒷날의 부질없는 기약을 기다리기보다, 저는 큰스님 가신 길을 따라 오늘의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행원의 노래 부르며 제 생명 다하도록 일체 중생을 섬기고 공양하다 가겠습니다. 저는 큰스님 제자도 아니고 그래서 어찌 보면 큰스님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눈 앞의 마음 하나 바로 잡지 못해 오랫동안 물처럼 구름처럼 정처없이 떠돌다 우연히 행원으로 큰스님 만나 뵙게 된 사람이지만, 큰스님 못다 부르신 행원의 노래 부르며 제 생명 다할 때까지 갈 것입니다. 다른 분들이야 듣든 듣지 않으시든 제 노래가 들리든 안 들리든, 그저 저는 큰스님 부르셨던 그 노래를 부르다 갈 것입니다. 제가 지쳐 쓰러지면 누군가 다시 그 노래를 이어가시겠지요...


봄꽃이 향기를 다하는 4 월의 마지막 날 오늘!
그러나 저의 서원은, 다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립고 그리운 우리 광.덕. 큰스님!
아미타 정토에 계시더라도
부디 저의 서원을
증명하시옵소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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